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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진짜 불편하다.

진짜 사나이, 진짜 불편하다. 2013.5.20. 


일요일 저녁 시간은 가족들이 집에 모여 TV를 보는 것이, 여느 가족의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었고, 그 자리를 '1박2일'이 이어받았다가 한동안 예능 프로그램의 강자가 등장하지 않던 중 '진짜 사나이'라는 이름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어제(5월 19일 방송)에서 시청률이 11.4%(닐슨코리아 통계)였다는 것으로 볼 때 꽤 많은 사람들이 '진짜 사나이'를 본다. 본인도 어제 저녁 친구와 저녁을 먹으면서 티비를 통해 본 방송을 보았다. 그러던 중 무엇인가 흠칫 놀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 느낌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 구조적 병폐라고 일컫어 지는 상명하복식 군대 문화가 이제는 방송을 통해서, 그것도 예능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그 구성원 중에서는 외국인인 샘 해밍턴이라는 캐릭터가 있어, 외국인이라도 한국 군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상명하복의 군대 문화에 적응하고 있는 모습을 통해, 이것이 마치 한국의 전통적 사회인 듯한 인상마저도 느끼게 한다. 

굳이 정치적인 입장이나 사회구조적 문제점을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 사회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창의성의 부족이라는 답을 쉽게 낼 수 있다고 본다. 창의성이 부족한 가장 큰 원인은 교육 내에서 각자가 가진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다수 속의 질서만을 강조해온 결과라는 것 역시도 이어지는 원인이라 하겠다. 그리고 그런 질서는 너무나도 군대의 질서와 닮아있다. 군대의 질서와 마찬가지로, 초중고에서는 월요일 아침에 조례를 통해서 교장이 가지고 있는 권위를 치켜 세워주어야 했고, 1학년은 2학년에게, 2학년은 3학년에게 관리와 감시의 대상이 되는 관계 형성, 즉 명령 구조를 만들어왔던 것이다. 

본인이 고등학교를 다닐 당시가 2000년도 초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 교과 과정에 '교련'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교련시간에는 제식 훈련이나 경례 혹은 팔이 부러졌을 경우, 어떻게 처치를 해야하는지 등을 배우곤 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본인은, 이것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지만, 그것은 학생 예비군으로서의 훈련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고등학생들에게까지 군대 문화를 심어주려 했던 과거 권력자들의 철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이런 군대와 유사한 경험들이 지속되고 축적되고, 또 상명하복식의 사회 문화가 익숙해지다보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성은 존중되기 어렵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어제와 다른 것은 과감히 묵살되고 익숙하고 또 전형적인 것들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화적 보수성을 지닌 집단이, 군대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군대 내의 선임이나 직장 내 상사가 된다면 그런 사실은,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고, 나도 참는데 너는 왜 참지 못하냐 의 압박 혹은 핀잔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가 진짜 불편하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창조경제' 즉 '개인의 창의성에 기반한 경제성장'을 부르짖고 계신데, 아직 방송에서는 개성이 전혀 존중되지 않는 '군대'가 소재가 되는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의 이데아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군대를 갔다 온 예비역 남자에게는, 자신의 과거를 추억하거나 증오하면서 지금의 자신을 되돌아 볼 것이고, 군대를 가지 않은 청년들은 군대라는 것이 저런 곳이구나, 생각하며 마음의 준비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들께서는 우리 아들의 모습을 예능인들의 모습을 통해서 보게 될 것이고 생활 역시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자친구를 군대를 보낸 여자친구에게는 연인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런 다양한 관계와 입장이 설정되어 있는 군대 내에서, 그 문화는 자신과 그리 멀리 떨어진 문화가 아니게 될지 모른다. 그런 문화의 내면화가 무서울 수 있는 것은, 선임이나 상사, 권력자들이 하는 명령에 대해서 반박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문화적 폭력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사나이, 진짜 불편하다. 단지 재미로 보기 어려운 점은, 그 군대 문화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병폐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 곳곳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런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이 단지 질서와 관리가 편하다는 의미로, 만약 사람들에게 어떤 의도이든 그것들을 심으려 하지 말아야 함에도, 우리가 스스로 그런 조직 문화를 스스로 내면화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웃는 얼굴로 우리의 의식에 칼을 들이밀며 위협하는 것, 그것이 지금 '진짜 사나이'의 목적이 아닐까. 극단적으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