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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음'에 고마움을.

'읽음'에 고마움을. 2013.6.22. 


오늘 오후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책을 읽는 것을 즐기는 본인이지만, 도서전이라는 것을 올해 처음 알게 되었고 어떤 행사인지 궁금하기도 했기에 발걸음을 옮겼다. 삼성역에 위치한 코엑스 행사장으로 가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단체로 관람을 온 듯한 고등학생들이 보였고,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나 관심으로 도서전의 입구를 들어갔다. 그 중 나도 한 명이었다. 


도서전은 상당히 넓었다. 코엑스 전시장 자체의 크기가 넓다는 것은 과거 몇 번 가본 적이 있기에 알고 있었지만, '책'이라는 것을 중심으로 그 넓은 공간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충격이었다. 이름을 들어본 출판사들이 각각의 부스를 설치해서 많은 책을 전시하고 판매하고 있었다. 출판사의 이름만으로도 그 책의 가치를 어느 정도 매길 수 있었기에, 출판사 별 특징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본인이지만, 출판사들이 꽁꽁 숨겨놓은 좋은 책들이 있다는 사실은, 내가 쉽게 출판사의 출판 성향이나 작가 선정에 대해서 예단하면 안된다는 가르침 역시 얻었다. 


수많은 책들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책들이 그 사람의 수보다는 몇 배는 많은 듯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책을 읽고 또 사고 있었다. 그 책들은 어떤 의미로든 그 책을 읽는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칠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책을 자신의 책으로 만들 것이었다. 


나도 글을 쓰는 사람이다. 글을 쓰는 사람을 작가라는 한자어를 사용해서 말하고는 하지만, 아직 나는 정식으로 출판을 해 본 적이 없기에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시간이 지나, 내 글이 나무의 희생을 통해서라도 사람들에게 알려질 만큼이 되면 책을 쓸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사람들이 책을 사고 읽는 사람들이 쉬이 보이지 않았다. 


세계에는 수많은 작가들이 있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작가들이 있었고, 그 중에는 '대문호'라는 칭호를 얻은 작가도 있고 이름 모를 작가들 역시 존재했다. 앞으로 자신이 작가라는 직업을 얻기 위한 노력들을 하는 사람을 태어날 것이고, 아마도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영원히 그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런 책들 중, 그런 작가들 중, 내가 그 한 권의 작가가 된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일 것이다. 내가 적은 책을 누군가가 읽어준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고마운 일이다. 


책을 읽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아니라, 취미나 시간을 내어서 해야하는 일종의 지식 노동이 되어 버린 사회에서,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을 읽는 것보다는 더욱 쉽게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통해서 더 많고 넓은 지식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책을 읽는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내 책이 나오고 난 뒤, 누군가 내 책을 읽어주는 것을 발견하거나 내 책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매우 기쁘고 고마울 것이다. 수많은 작가들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주제들이나 분야가 있는 책들 중에서 내 책을 선택해서 읽어준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그러기에 내가 쓴 글이나 내 생각들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 비판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말은 한 번 내뱉으면 그 공간에서 사라지는 것이지만 책은 한 번 출판이 되고 나면 그것의 수정을 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고, 형태로 남아있는 기록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수많은 책들의 작가들은 그만큼의 자신감과 비판에 대한 수용정신이 있다고 생각하면, 함부로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책은 쓸 것이고, 또 누군가는 읽을 것이다. 책 만큼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없을 뿐더러, 어느 공간에서든 읽을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책이라는 네모난 지식 상자인 것이다. 


내가 글을 적는 이 블로그를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 다른 생각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문체로 글을 쓰고 싶지만 아직 필력의 졸렬함으로 인해 읽기에도 피곤한 글들을, 읽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국제도서전을 다녀오니, 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수많은 작가와 그 작가들의 책들이 있음에도, 어느 누군가의 책을 신뢰하고 그것을 읽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는 것은, 내가 적는 표현 하나 하나 생각 한 방울 한 방울이 더 없는 책임감을 느껴야만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시 한번, '읽음'이라는 행위에 고마움을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