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안티-트렌드가 메가 트렌드다. (시리즈 1)

안티-트렌드가 메가 트렌드다. 2013.10.5.


'트렌드(trend)'라는 말을 많이들 쓴다. 우리말로 쉽게 풀어서 쓰면 '경향'이나 '유행' 정도로 번역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 트렌드는 경향보다는 좀 더 강하고 유행보다는 좀 더 내밀한 곳에까지 영향을 주는 듯 하다. 즉 경향은 잠시 그런 흐름을 보이다가 다른 방향으로 틀어질 때 비로소 '경향'이라고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인데, 트렌드는 자신이 그 안에 속해 있음을 충분히 알고, 또 그 트렌드의 강화에 일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유행과 관련해서 생각해보면, 유행은 거의 대부분이 외적인 부분에 치우쳐져 있다. 다시 말해, 헤어스타일이나 패션 또는 집이나 자동차 까지 눈에 보이는 것들을 통제하고 또 제한하는 것이 유행이라면 트렌드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내면적 부분까지 심지어 '종교'까지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트렌드'는 마치 핵 연료처럼 잘 사용해야하는 물질 혹은 단어일지 모른다. 


역사를 통해서 배우는 사람들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런 역사 속에서 우리는 '트렌드'가 가지는 경외를 찾을 수 있다. 이 때의 경외는 '트렌드'를 숭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반하는 '안티-트렌드'를 형성한 사람들을 존경하고 또 잇고 따르고자 하는 것이다. 안티-트렌드는 역사 속에서 너무나 많은 사례들이 곳곳이 숨어 있어 하나하나 찾아가는 재미도 있을 뿐더러,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 이 시대에 어떤 '안티-트렌드'를 가져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사색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아, 그렇다고 지금의 시대에 안티-트렌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많이 출몰하고 목격되곤 하지만 그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역사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는 확인할 수 없기에 말을 줄이고자 한다. 


무슨 예가 있을까. 


우리나라의 예로 들어보자. 

'세종대왕'이라는 왕이 있었다. 조선조 7대 왕으로서 지금의 한국 사람들이 편하게 쓰고 있는 '한글' 즉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분이다. 평소에 술과 고기를 좋아하시고, 또한 여자를 좋아하셨다고 하니 영웅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분이시다. 그의 아버지는 태종 이방원으로 조선 초기의 토대를 피로 얼룩지게 만든 왕이었다. 태종의 아들 세종이라. 이런 아이러니는 종종 우리 곁에 있다. 서설이 길었으니 주제로 넘어가보도록 하자. 세종대왕의 가장 큰 업적은 앞서 말한대로 '한글'을 창제한 것이다. 한글이 왜 창제되었는지에 관해서는 '훈민정음'에 그 뜻이 나와있다. 요약해서 적자면, '우리가 쓰는 말이 중국이 쓰는 말과 달라, 여러 백성들이 사용하기 불편해 한다. 그렇기에 나는 훈민정음을 만들어 백성들이 편하게 의사소통하고 글을 쓰도록 하겠다' 라는 것을 적었다. 또 풀어 쓰면, 한자를 배우기 힘든 일반 민중들을 위해서 한글을 만들어 편하게 읽고 쓰게끔 해 주겠다는 의미이다. 

조선시대까지 한자를 써 온 역사가 몇년일까. 고구려나 신라를 기준으로 잡아도 족히 천 년의 세월은 중국의 한자 문화권에서 그들의 말과 글을 배웠을 것이다. 말은 달랐을 수 있으나 글은 한자로 통일된 형태로 여러 문서가 오간 역사적 정황이 있으니 이론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마치 고대 로마 시절 공식 문서나 외교적 용어들은 '라틴어'로 하고, 고급 언어로 추앙 받던 그리스어는 각국의 상류층 계급들에게는 통용되었던 것과 유사하다고 할 것이다. 이런 1천 년이 넘는 '한자'의 종속을 벗어난 이는 '세종'이다. 그가 왕이 되기 전부터 한글을 창제하고자 마음 먹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그리고 그가 죽기 전에 한글을 창제한 것을 후회했다고 하는 기록도 찾아볼 수 없다.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그는 지금 이 글 속에서 말하는 '안티-트렌드'를 창조했다고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지금 이렇게 아름다운 한글을 사용해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있는 것인데, 만약 세종이 당시의 트렌드를 따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하는 것, 그것조차 쉽지 않다. 




- 이어서 쓰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