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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아니까~'

'느낌 아니까~' 2013.10.16. 


유행어를 보면, 그 사회의 단면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고, 그 말을 통해서 어떤 감정을 공유하는지가 결국 그 사회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자 전체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느낌 아니까~'라는 유행어를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의 '뿜 엔터테인먼트'라는 꼭지에서 개그우먼 김지민이 하는 말이다. 여배우의 역할로 나오는 김지민은 자신이 아름답게 나오거나 사랑스럽게 나오는 장면에서는 대역을 쓰고, 자신이 망가질 것이 분명한 대본에서는 자신이 직접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근거로 드는 것이 자신은 그 '느낌'을 알기 때문이란다. 


'느낌'은 확신과는 다르다. 확신은 자신이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었고 그것을 통한 성취나 실패를 겪어 본 이후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이것도 말이 확신이지 그 어떤 것도 확신을 가질 수 없기는 마찬가지겠지만, 느낌 보다는 더 강한 확률을 가지고 있다. 반면 무엇인가 확실히는 알지 못하는 상황이고 또 그것을 통해 자신이 어떤 것을 경험하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에서, 어렴풋이 자신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태를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느낌'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해지는 것일까. 


무엇인가 확신을 할 수 없는 일들이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검찰에 속해있었던 고위공직자는 '혼외자'라는, 막장 드라마의 주제보다도 훨씬 선명도가 높은 현실성을 보여주시며 공직을 그만두고,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신이 추구하고자 했던 정책이 좌절되자 자신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버렸다. '역사 교과서'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과거에는 '일본'이라는 국가가 떠올랐지만 지금은 '반미'와 '종북'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신문기사나 방송에서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쌍방의 주장을 '공평성'이라는 이름으로 양분해서 내보내기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대다수의 국민들은, 어떤 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명확한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누군가가 넌지시 이야기해 주는 것들을 통해서 '느낌' 만을 알게 된다. '이런 일이겠거니',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권력이라는 것은 그런 것 아니겠는가'. '무조건 누구누구누구가 잘못했다' 라는 식의 느낌만이 자신의 판단 근거가 되고 있다. 


'느낌 아니까~' 라고, 개그우먼 김지민이 말하는 그 상황에서도 역설은 있다. 자신이 망가지는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그것에 스스로 찾아가는 듯한 모습은, 오히려 느낌을 모른다고 해야 하는 것이 옳을테지만 그것을 안다고 말하는 역설. 외모적으로 뛰어난 개그우먼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이 시쳇말로 '반전 매력'이라는 것을 풍기는 것을 보면, 지금의 한국 상황 역시도 그렇다는 것을 보여준다. 


멀쩡해 보였던 대기업이 어느 순간 법정 관리에 들어가고, 윤리 경영을 외치던 회사가 장부 조작이나 비자금 관리 혹은 해외 조세피난처를 활용하는 등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기업, 사람 혹은 조직이 결국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을 행해왔다는 것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그것이 또 일어날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다. 


느낌을 안다고는 해도, 결국은 자신이 파멸에 이르는 길어었다는 것 역시도 알 수 있는 상황들 속에서 오히려 '느낌'을 '확신'으로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해 나가는 것은 웃음을 주지만 그 웃음의 색깔은 어둡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느낌 아니까~' 를 말하는 사람은 개그우먼 뿐만 아닐 것이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너무나 많은 정보 속에 허우적댐과 동시에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 시하는 인터넷 문화에서 우리는 어떠한 사건이든 그것의 가지고 있는 진실을 추구하고 그로 인한 확신을 가지기 보다, 단지 자신이 가지는 느낌 만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느낌'을 알 수는 있게 할 지 모르겠으나 결국 그 느낌이라는 것은 결국 잘못된 정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확신을 가지고자 하는 노력 역시 '느낌'으로 꽉 차 있다는 것은, 결코 비약이 아니다. 


확신을 가지기에는 부족하고, 느낌만을 가지는 것은 불안하다. 하지만 느낌이라도 알아야 조금 앞선 일이라도 예상을 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현상들과,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조금만 깊이 그 속을 들여다보면 구린내 나고 어두운 세계로 접어드는 경로를 가진 여러 집단들에 대해서 우리는 이렇게 말 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느낌 밖에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