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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10년 전 2014.11.2.

10년 전에 주유소 아르바이트 할 때 시급이 2700원이었다. 하루 10시간을 일해도 3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10월부터 1월까지 매우 추운 날씨였지만 당시만 해도 아르바이트생을 위한 공간 따위는 없었다. 플라스틱 의자에 가만히 앉아 책을 보다가 손님이 오면 기름을 넣었다. 책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소장님의 특별한 배려였다. 당시 대학 휴학생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던 소장님은 굼뜨지 않게만 하라 지시하셨다. 
어느 날의 이야기다. 주유소는 도로와 맞닿아 있기에 주유소에서 나가는 방향의 도로에 정차나 주차를 하면 주유소 운영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주정차를 막는 것 또한 아르바이트의 일이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누군가 주유소 출구 앞에 도로에 주차를 한다. 나는 플라스틱 의자에서 일어나 '아저씨~거기 세우시면 안됩니다.'라고 말을 하며 손짓으로 나가라는 뜻을 전한다. 갑자기 20대 중반의 남자가 차에서 내린다. 그러고선 나에게 다가온다. 내 뺨을 때린다. 나는 맞았다. 어이가 없었다. 어이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궁금했다. 내가 왜 맞아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왜이러시냐고. 눈빛이 마음에 안든단다. 그렇단다. 꽤 붉게 부풀어오른 뺨을 만지며 집에 전화를 건다. 어머니아버지께서는 바쁘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께서 내가 일하는 주유소로 찾아오셨다. 그때까지 나를 때린 청년은 소장님과 실갱이를 벌이고 있다. 소장님이 그 사람 전화번호를 받아놓으셨다. 작은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께서는 내가 진정이 되는 걸 확인하시고 다시 돌아가셨다. 전화번호와 차 번호를 남겨두었기에 내가 잘못됐을 경우 연락을 다시 하겠다며 소장님도 그 남자를 보냈다. 몇 십분이 지나는 시간동안 그 남자의 차는 출구에 그대로 주차되어 있었다. 그 차는 남자와 함께 사라졌다. 그때가지만 해도 흐르지 않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왔다. 20살이 되고 난 뒤, 앞으로는 울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때는 울었다. 꺼이꺼이 울고 있으니 소장님께서 사무실에 들어가서 좀 쉬라시기에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서 울고 있는 나를 보며 결혼도 하지 않으시고, 적은 월급을 받으시며 짬뽕을 좋아하시던 소장님께서 이렇게 이야기하신다. "어른들이 왜 공부해라고 하는지 알겠나? 울지마라. 네가 잘못한 거 없는데 네가 와 우노. 대학생이라고 했으니까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해서 이런 일 또 당하지 마라. 쉬었다 나온나." 
그때 소장님 말씀은, 코에서 느껴지는 눈물맛과 함께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다행인 것은, 그때 소장님께서 '주유소에서 좀 더 견디면 니도 주유소 사장 할 수 있을기다.' 라던가 '젊은 사람이 이런 힘든 일도 겪어봐야지. 젊으니까 힘들 수 있는거야.' 라고 말하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경험이야 원하지 않아도 할 수 밖에 없는 시기지만, 그 시기를 잘 이겨내도록 하는 것은 나를 지켜주고자 했던 가족과 소장님 등 어른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지금처럼 '젊으니까 희생해라' 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나는 그런 어른이 되지 않아야겠다 다짐해본다. 오늘도 미래를 담보로 열정을 희생당하는 수많은 젊은 사람들에게 따스한 저항의 불꽃을 전한다.

p.s 길게 적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