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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36

#현우의500자 _36


여간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다.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터도 아니고,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는 탓도 아니다. 단지 손에 잡히는 어떤 것을 들고 조용히 그것과 대면을 하는 것일 뿐임에도 여간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다. 필요하다면 말을 해도 된다. 눈에 들어오는 것을 읽어내려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어색하고 그 시도 자체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지겹고도 또 지겨운 독서다. 과거에는 시간을 보낼 일이 없어 책을 읽거나 썼다고 하는 낯 뜨거운 이야기는, 사랑방의 할아버지 담배 곰방대처럼 낡았다. 눈을 뜨면 우리를 부르는 0과 1의 합창 속에서, 그 사이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오는 두꺼운 책 한 권은 마음의 불편함을 준다. 죄책감을 준다. 하지만 괜찮다. 기다려준다. 이천 년 동안 기다린 친구도 있다. 우정이 기다림을 뜻한다면 책은 좋은 친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찾아주기만 하면 된다. 같이 이야기 나누어주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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