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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38

#현우의500자 _38 


소풍 전날에는 슈퍼를 갔다. 소풍날 먹을 과자를 사기 위해서인데, 내가 가는 슈퍼는 정해져 있었다. 바구니에 먹고 싶은 과자를 사서 카운터에 들고 가면 슈퍼 사장님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셨다. "내일 소풍가는가베?" 나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대답한다. 예! 사장님은 바구니를 다시 드시곤 가게 이곳저곳을 다니시며 내가 살 수 없는 가격의 과자를 바구니 잔뜩 담아 오신다. 그리곤 아무 말 없이 과자를 봉투에 담아 주시며 "내일 소풍가서 재밌게 놀다와라."고 말하신다. 고맙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양손에 과자 꾸러미를 들고 집으로 돌아와 과자를 차곡차곡 가방에 넣으며 몇 봉지의 과자는 그 자리에서 까서 먹는다. 다음날 소풍에서 나의 과자는 언제나 인기가 있었다. 집에 오는 길, 과자를 한 봉지 사 와 먹고 있다. 과자를 먹을 때마다 '소풍'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내가 기억력이 좋아서 가 아니라, 과자에 담긴 따뜻한 마음이 나에게 타인의 호의를 잊지 말자 고 이야기를 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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