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한시 _32
앞집 밝은 불빛 들여다보기 두렵다
가만히 창 앞에 서 건너를 보려하면
보이는 건 가까운 내 얼굴이며 그림자며
내 뒤로 밝은 불빛에 내 모습 그대로다
서있는 동안 무엇을 생각할까 하겠지만
밝다 그리고 밝고 많다 하는 생각 뿐
창가에 가까이 댄 입 탓에 뿌연 연기
광배처럼 얼굴을 넘기매 이대로 뒤로 돌아
나를 내가 바라보면 부처니 예수니 그런
쓰잘데기 없는 이름 들을 것 같아 소매로
쓰윽스윽 닦아버린다 흔적 남아 있을까
다시 한 번 입으로 후 불어 닦아 버린
창문에는 아까와는 다른 무늬 내 얼굴에
흐른다 앞집옆집 밝은 불빛 안 그 앞
한 명씩 서서 자신이 누구인지 혹여
알아차릴까 두려우 닦아 내는 모습들
가득하다 아비는 성부인지 어미는 성모인지
동정의 아들은 헌금으로 용돈 달라 하지만
그 돈이 내 죽고 난 뒤 너의 것이려나
나 죽기 전에 너의 것이려나 같은 것이려나
가이사가 되기 전에 인간 먼저 되어라
밤이 되어 돌아온 집들에는 밝은 불빛들
그 사이 부처 예수 먼 이국의 마호메트
누구든 무엇이든 그 안에 한 두 명 쯤
임정의 요원처럼 신분 숨기기에 급급하다
내일의 불철퇴를 오늘의 가시밭길 걸은 듯
이겨내기 위해 밤이다 다시 밤이다 감격하며
아침이 오기 까지 잠들 요랑 흔들어 본다
타국으로의 출장길은 반갑다
어디든 데려다 가다오
- 출국(出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