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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29. 18:01 내 생각

"샤프를 쓰지 못한 이유"


지금도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초등학생은 샤프를 쓸 수 없었다. 선생님께서 샤프를 쓰지 말라 하시기도 했고, 부모님께서도 연필을 쓰라 하셨다.


왜 샤프를 쓰지 못하게 했을까.


연필은 매번 깎아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었고, 또 연필심이 쉽게 부러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샤프를 사용하지 말라는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듯하다.


특별한 이유라기 보다, 샤프를 사서 쓸 수 없는 친구들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지금도 그렇지만 연필은 저렴했고, 샤프는 초등학생이 사기에는 고가였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혹은 지역만 하더라도, 지금의 기준으로 금수저와 흙수저가 편한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편한 친구가 될 수 있었지만 또 그와 동시에 부모의 재산이나 직업이 학생에 영향을 끼친 측면도 물론 있다. 옷차림만 보아도 알 수 있었고, 간혹 있는 생일 잔치에 초대받아 가면 그 친구의 환경을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부모의 재산이나 배경이 아이들을 주눅들게 하거나 자신의 현재를 비관하게 두지는 않았다. 아이들과 부모 각자가 서로를 배려하려 노력했다.


최근의 뉴스나 기사들을 보면 자신이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몇 평의 집에 사는지 등으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구분 짓기'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부모의 직업으로 불려지는 것보다 정도가 더 심하게, 'OOO동'으로 불려지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또 간혹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고급 아파트 단지 사이로 지나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바리게이트를 치고 철조망을 친다는 기사를 읽을 때면, 고개가 자연스레 저어진다.


사회적 차별이란 별 것 아닌 듯 싶으면서도 한 사람에게, 특히 그 사람이 어린 아이라면 크게 영향을 끼치는 듯 하다. 옛날이 그립다는 생각이 아니라, 차이를 차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예전의 태도가 지금은 많이 사라진 듯 하기 때문이다.


사회와 학교 그리고 부모가 배려하는 속에서, 연필을 사용하게 된 아이들은 샤프를 사용하지 못하는 불만이야 물론 있었겠지만 다른 친구와 자신을 부모의 직업이나 경제력에 의해 차별하지는 않았다.


헬조선이니, 금수저니 흙수저니 다양한 계급의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지금에서, 나는 연필 한 자루에 담긴 그 배려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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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맥스(Max)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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