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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59초

"59초"


할머니 생신이었다.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할머니께서는 깨어있으실 것이 분명해 전화를 드렸다. 여보-세요.(할머니께서는 '보'를 길게 발음하신다.) 할매, 해눕니다. 아이고. 해누가? 예. 오데고? 서울입니다.


'아이고. 서울에서 전화했나?'


예. 할머이, 생신 축하드립니더. 그래. 서울 먼데서 전화를 다 했나.


할머니께서는 아직 옛날 시외전화 시절의 기억이 있으신가 보다. 매년 생신이 되면 전화를 하는데, 서울에서 전화를 걸었으니 빨리 전화를 끊어야 한다는 투의 말씀이시다. 아침 식사는 하셨는지, 편찮은 데는 없으신지 물어도 보고 해도 끊고 난 전화에는 59초라는 짧은 통화 시간이 무심하게 반짝이고 있다.


작은 손자, 해드릴 건 전화 한 통 밖에 없어 죄송한 마음 뿐이다. 명절 마다 내려가서 찾아뵈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며 손을 꼭 잡으신다. 할머니 댁에서 나오는 길, 우짜든가 공부 열심히 해라- 말씀하신다. 나는 알겠슴니더- 오데 아프시지 마이소- 하며 조그만 할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간다.


마음이 전해지는 거리는 서울-마산도 가깝다. 가깝다 못해 죄송함에 심장 한 켠이 찬 바람 맞은 듯 하다. 작은 손자, 얼른 자리 잡아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고마움 갚을 사람이 많다.


잠시 차가워졌다가도 다시 열을 올려 마음 다잡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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