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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한시

오늘한시_29 ‪#‎오늘한시‬ _29가진 돌 중 가장 소중한 돌을 있는 힘껏 던진다 어디에 떨어지는지 가만히 들여보고 있다 토락 떨어진 소리가 들렸다 이제 나는 그것을 찾으러 간다 내가 던졌으니 주우러 갈 일도 내 일이다 멀리 떨어져 있진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찰나 길 앞에 큰 낭떠러지 낭떠러지 너머 높은 산 산 너머 높이 솟은 폭포가 보인다 내가 던진 돌이 멀리 어렴풋이 빛나고 있지만 나는 그곳을 쉬이 갈 수 없다 낭떠러지를 넘기 위해 몸을 다듬고 산을 오르기 위해 여러 장비를 갖춘다 마지막이라 생각한 폭포 앞에 물을 맞으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그리고서 돌연 길을 멈춘다 찾아야 할 돌은 여전히 나의 눈에 밟힌다 내가 던진 그 돌 찾으려는 와중 나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눈 한 번 질끔 감고 폭포수를 지나가니 내가.. 더보기
오늘한시_28 #‎오늘한시‬ _28밀려두었던 빨래를 한다 무시하던 먼지를 청소기로 빨아들인다 읽고 싶었던 책을 졸릴 때까지 읽는다 만나고 싶던 연인을 만나 사랑한다 지인의 결혼을 축하하며 나도 언젠가, 다짐한다 잊고 있던 아이들의 미소를 다시 만난다 부모님의 건강을 묻고 손을 잡는다다음 주를 준비한다 전쟁 같은 삶이라 하지만 휴전은 있다 휴전을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다이번 주를 정리한다 신기루 같은 삶이라 하지만 보람은 있다 보람에 바람을 담아 다음을 기대한다때론 내가 가졌던 주말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처지 되새겨보며 누구나의 주말이 행복한 주말이 될 수 있길 주말이 아닌 언제나 생각해 본다- 주말, 또 생각해보면 한 주의 시작 더보기
오늘한시_27 ‪#‎오늘한시‬ _27누군가의 딸아들로 태어나 걷고 뛰고 앉고 눕다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나는 고민 하다가 지금 내가 되다 사람이라는 두 글자 많은 이야기 담기고 상상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이야기 하나하나 듣다보면 70억 개의 감정 또 이야기그러니 그대여 결코 섣불리 여기지 마라 그의 인생 그녀의 인생 담을 수 없는 품을 수 없는 이야기 사람 안에 있으니 보이는 것 만지는 것 듣는 것 그 어느 하나로부터도 섣불리 여기지 마라똑같은 사람이니 그저 같은 사람이니 변해도 변하지 않아도 그대여 섣불리 이야기를 끝내지 마라- 섣불리 여기지 마라, 남의 이야기. 다르게 부르길 삶. 더보기
오늘한시_26 ‪#‎오늘한시‬ _26기다려 이 한 마디에 물고기는 말이 없다 지키지 않았다간 물고기는 흘러가지 못한다 내일 흐름에 다시 물고기는 돌아와야 한다 길의 끝에 무엇인가 혹은 누군가 있다 기다리는 누군가 무언가 다 다르지만 같이 지금 여기 있다 흐를 수 있을 때 빨리 흐르자고 다른 물고기 보채지만 다른 물고기의 심정 다르지 않다 살아 돌아가자는 절박한 마음 가까이 보면 보이는 차이 멀리 보아 여기면 다 같은 물고기 생을 위해 흔들리는 것은 물고기 안 뜨거운 심장 그리고 그것에 탄 하얀 뇌 그것을 삼킨 인간 익숙해져 버린 탓에 한 마리도 보지 못하고 기다리는 무언가 떠올리고만 있는 뇌 품은 인간 아스팔트 검은 강 위에 다른 모습 이름의 물고기넘쳐나고 왜 이리 넘쳐나는지 물어도 나 역시 물고기 한 마 리- 자동차.. 더보기
오늘한시_25 ‪#‎오늘한시‬ _25얄궂다 얄구재 우찌 그렇소 와 그리 하요 만리 남은 사람들 우짠다고 그리하요 내 가만히 보이 참 얄궂소 당신탓 아니라는 것도 알고는 있소마 그래도 참 얄궂소 우찌 말리라도 보지 그랬소 숨어라 쿠지 그랬소 거서는 들리도 안하요 오데서 오데서 울고 있는 사람덜 옴마나 우리 아 아일랑가 우리 딸래미 아일랑가 저거나라 말로 울부짖는 그 목소리 안들리요 운명카는 그 말 내보꼬 들으라 카지마소 꼬부랑 할매한테 그리 카지 마소 고마 내 데리 가지 그랬소 만리는 나뚜고 한 걸음마 더가믄 당신한티 가는 내 데리 가지 그랬소 내 부자 되게 해달라 안칼라예 내 오래 살게 해달라 안칼라예 고마 사람들 모디 살만큼 살고 가게 해주소 제발 좀 그리 해주소 이보소 할매 말 좀 들어보소 그라고 거서는 더 데리 .. 더보기
오늘한시_24 ‪#‎오늘한시‬ _24전파를 타고 온갖 봄비 노래가 흘러내렸다 피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을 만큼 흠뻑 젖어 버리고는 나 역시 비가 된 듯 하여 흘러갈 곳 스며들 곳 찾아보았다 스며들어 바다에 가 도다리에게 얼른 몸을 숨기라 일러주고 품었던 봄비 노래 들려주려니 어디가 귀인지 몰라 한참을 헤메다가 꼬리만 간지럽히고 다시 뭍으로 올라왔다 봄비는 붐비는데 젖은 나는 붐빌 기미가 없다 느긋이 거뭇한 하늘을 올려다 보고 이 비가 그치면 울음을 그칠 겨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계절이 변하면 사람도 변하는가 반복되는 계절 반기는 마음이야 각자의 사정이겠다만 그래도 그대로 있는 것 무엇이련가 주억거리며 고개를 다시 아래로 떨군다 계절은 변하고 봄비는 내렸다 익숙한 비가 내리지만 그 비에 이름 붙이길 봄맞이비라.. 더보기
오늘한시_23 #‎오늘한시‬ _23오늘의 시 한 잔 어제의 술 한 줄 무엇에 어느 것을 담든 그 안에 담기는 것 그것에 취하는 정신의 오르가즘 깨기 힘든 건 잠도 술도 아닌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그것에 빠져 버린 나의 잔 들이켜 돌이켜 보아 여겨보면 시는 한 줄의 술 두 줄의 눈물 세 줄의 피 무엇을 담든 마셔 잊고 싶은 것 잊혀지지 않으니 오늘도 한 줄 내일도 한 잔- 술과 시의 향을 맡아본다 더보기
오늘한시_22 ‪#‎오늘한시‬ _22다시 떠오른 햇살 습기 몽알몽알 겨드랑이 차게 했다서서 한 대 피울 동안 내 공간 연기만이 자유롭다멀리 보이는 다리에서 소녀의 향 바람타고 넘어오며 쓰읍 후 삼켜버린다유리벽 바람타고 여름 넘실거리는 듯만나자 마자 헤어진 신생아 영안실처럼 봄은 그리 곁을 떠났나몇 푼 안되는 돈 벌러 나온 이곳 가만히 서서 땅하늘 바라보면 언제라도 내 살 길 있으련만구할 것은 책상 하나와 의자 하나 없기로 서럽거니 있어서 힘들거니조양(朝陽)이 저무는 날 석양이 뜨는 다음 날 밝게 뜨는 해 기다리며내리쬐는 햇살에 알싸한 향 넘실거릴 그때 그대 그대로저어본들 소용 없는 계절이여 손 저어하며 기다린다 내일을- 女름 더보기
오늘한시_21 ‪#‎오늘한시‬ _21잔이 작소 이 한 잔에 털어놓을 것들이 많은데 이 잔은 너무 작소큰 잔을 달라하니 맥주잔을 주는 아주머니이 잔은 너무 크오 이 한 잔은 담을 것이 많아 추억까지 털어놓게 생겼소어찌하란 말이오 알아서 털어놓을 것 담을 것 알아서 하시오그 말 듣고 보니 내가 거를 수 밖에 없는 것무엇이 무엇이든 한 잔에 해결할 수 없는 것모든 술을 마셔 버리겠다 다짐하고 올라와버린 서울아직 수많은 술이 남아있지만 모든 근심 걱정 털어낼수록 쌓이는 이 곳그저 마시는대로 취해버릴 작정이오그렇지만 이 잔은 너무 작소 우정을 담기에도 작디 작소- 소주 한 잔, 그리고 몇 병 더보기
오늘한시_20 ‪#‎오늘한시‬ _20 목욕을 가자꾸나 같이 놀던 친구들은 모두 먼저 갔니 그럼 엄마랑 같이 목욕을 가자꾸나 아버지는 먼저 가 계신단다 아버지 얼굴 잊지 않고 있으면 다시 만날 때 반갑게 인사 하려무나 목욕가서 말썽부리지 말거라 뜨겁다고 울지 말고 나가고 싶다고 떼쓰지 말거라 엄마도 같이 있을테니 손 잡고 있자꾸나 손 잡고 놓지 말고 목욕이 끝날 때까지 얼굴 부비고 몸 부비고 하자꾸나 우리가 이렇게 태어난 건 우리 탓은 아닐테니 깨끗이 목욕하고 만날 그 분에게 아버지는 어디 계시는지 우리는 왜 이렇게 태어나야만 했는지 물어보자꾸나 그전에 엄마랑 같이 깨끗이 목욕을 하자꾸나- 문어 가족 숙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