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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바란다_5 "오늘도 한 걸음을 열심히 걸었다."신림동에서 고시 공부를 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고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이면 자신이 하는 공부나 향후 합격 이후의 삶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나누게 됩니다.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진 못했지만, 신림동에서 만난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그것은 바로, 시험 공부를 시작한 순간부터 이미 자신은 그 시험에 합격한 사람인 양 행동하고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시험 합격 이후의 삶에 대해서 상상하고 기대하면서 공부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자기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좋은 태도이기도 합니다.하지만, 합격이라는 지상명제를 얻기 이전까지 고시생은 고시생에 불과합니다. 고시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곧 구성원이 될 것이라 믿.. 더보기
나에게 바란다_4 "당신의 용기를 응원합니다."청춘이라는 시기가 그 고유의 색을 잃어갈수록 그들을 위로하는 사람들의 수는 반대로 늘어납니다. 지금도 그 여풍이 남아 있는 '힐링'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힐링의 태풍이 지나간 뒤, 사람들은 자신의 고민과 걱정을 모두 해결하였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이 지나간 뒤 더욱 많은 사람들은 진정으로 자신의 고민이 무엇인지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위로는 받았지만 해결되는 것이 없는 시기를 지나게 되면, 결국 자신에게 다시 질문이 돌아오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이런 측면에서 '힐링'은 나름 사회적 의미를 가졌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스스로를 '청춘'이라 여기는 수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민 중 가장 큰 고민은 '꿈이 없다'일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내.. 더보기
나에게 바란다_3 '내가 성공해서 꼭 복수할거야.'흔히들 하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 혹은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자신의 성공한 모습으로써 복수를 하겠다는 이야기.하지만 전 이런 복수에 다소 측은함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복수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리기 때문입니다.살아가며 상처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상처의 크기가 작든 크든 관계없이 누구나 상처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상처들의 대부분은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친했던 친구의 배신과 믿었던 연인의 변절 혹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연유한 자기실망까지 말입니다.이런 다양한 상처들에 모두 '복수'로.. 더보기
나에게 바란다 _2 내가 나를 정말 좋아하는데 왜 굳이 남이 좋아하길 신경썼던 것일까.그리고 나를 정말 좋아해 주는 사람들은 굳이 그 마음 표현하지 않아도 내가 느낄 수 있었는데 왜 그걸 표현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일까.걸어가다, 달리고 싶을 때 달리다, 춤 추고 싶을 때 추다, 쉬고 싶을 때 쉬다, 배고플 때 뭐 먹으면서 가다가 나보다 더 굶주린 사람 있으면 같이 먹고, 외로운 사람 만나면 안아주고 하며 살면 되지 뭐.언제나 내 걸음 내 보폭으로 나아가길, ‪#‎나에게바란다‬ 더보기
나에게 바란다 _1 완벽한 행복함이란 없다.행복과 불행은 언제나 동시에 우리의 감정 속에 동시에 존재한다.하지만 누군가는 행복을 더 많이 느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불행을 더 많이 느낀다.행복과 불행이 정확히 50 : 50 의 비율로 있다 하더라도, 행복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90의 행복과 10의 불행을 느끼고 또 그 반대인 사람도 있다.무엇을 어떤 비율로 느끼는 지는 각 개인의 성향, 처해 있는 환경, 자신이 꿈꾸는 미래에 따라 다르다.우리의 삶에서 완벽한 행복이 없듯이 완벽한 불행도 없다. 다만 일부러 불행을 느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 것이 행복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그리고 무엇보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총량은 정해져 있지 않으니 두 가지 모두 마음껏 늘려가보는 삶을 살 길, 행복에 겸손하고 불행에 .. 더보기
오늘한시_39 ‪#‎오늘한시‬ _39 - 꽃신(花靴) 꽃신 벗어 손에 든다 버선이라도 신었으면 좋으련만 밟히는 것 죄다 발에 박힌다 그러메 신 신을 줄 모른다 손에 든 꽃신 이내 가슴에 품는다 가슴에 품은 꽃신 앳된 향 풍기며 신을 든 여인에게 마음 떠오르게 한다 이 꽃신 어떻소 마음에 드오 네 마음에 듭니다 꽃신 하나 가진 것 나라 가진 듯 하여 여인 왕이 된 듯 언제보다 밝고 높다 누구 만나러 간다는 말 듣고 다녀오세요 한 마디 보내고 뒤돌아 웃던 그 모습 잊지 못하고 신지 않던 꽃신 신고 찾아 나선 그 길 돌아오는 길 비가 내려 젖을까 저어되어 꽃신 벗어 걸어오는 한 여인 꽃신은 변치 않아요 저도 변치 않아요 그대 미워 않을게요 비에 하늘에 원망 담아 꽃신 가슴에 품고 올려다 본 하늘 아래 우산 뚫고 두 강 흐른다 더보기
오늘한시_38 ‪#‎오늘한시‬ _38 애절애(哀絶愛) 한 사내 나무를 뽑는다 삼각삽 푸욱 흙에 쑤셔 넣어 발로 그 대가리 쳐밟고서 깊이까지 들어갈 수 있게 그의 무게 싣는다 손잡이 배에 걸치곤 아래 눌러 들어 올린 흙 위 나무 뿌리 허옇게 드러난다 알싸한 흙향 사내의 코 끝에 물방울 맺게 하고 기껏 키운 나무다 척박한 땅 일구어 키워낸 나무다 열매를 맺기 전 더 뿌리가 깊게 박히기 전 캐 버리는 사내 손 부들바들 삽 끝 흙 위 생채기 난 나무 뿌리에서 붉은 수액 흐른다 품을 수 없는 것 키워봐야 뭐할거냐 세울 수 없는 것 일으켜봐야 뭐할거냐 높다리 자란 모습 볼 수 없을 바에야 자라다 자라다 같은 모습 될 바에야 뿌리 채 뽑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잘라버린다 그 것 잘라버린다 그 아이사랑형제자매 모두 토막내 잘라버린 .. 더보기
현우의500자_122 ‪#‎현우의500자‬ _122 비를 좋아하지 않았다. 처음 서울에 오게 된 것은, 아버지의 출장을 따라 나선 것이 계기였다. 고향인 경남 마산에서 서울까지는 지금도 4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거리다. 이도 차가 막히지 않았을 경우다. 조수석에 타 서울이라는 낯선 곳에 가는 설렘도 갖기 전 비가 억수 같이 내렸다. 비가 온 탓인지, 왜인지 모르게 고속도로는 막힐대로 막혔다. 시간을 계산하는 것도 포기할 무렵, 잠이 든 채 나는 서울에 왔다. 고속도로 위에서 화물차를 운전하는 아저씨께서 창문 너머로 건네주신 과자는 이미 남아있지 않았다. 서울에 대한 설렘을 깨끗이 씻어 내렸던 비가, 참 싫었다. 지금은, 비가 좋다. 특히 지금 글을 적고 있는 오늘 같이 봄비가 많이 내리면 올해 모내기는 잘되겠구나, 하는 농부.. 더보기
현우의500자_121 ‪#‎현우의500자‬ _121 생각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어디선가 들은 것이거나 읽은 것에서 벗어나 자기자신만의 생각을 구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이전의 나는, 생각이란 누구나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다 보면 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겼다. 또 논쟁이 붙거나 토론이 형성되었을 때, 내가 말했던 내용은 사실상 내 생각이 아니라 유명학자나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은 내용들을 내 입과 시간을 빌어 전하는 것 뿐이었다. 누군가의 생각을 읊는 것과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갖고 그것을 밝히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표절과 창작이 가지는 사회적 입장과 유사하다. 바쁘게 보내게 되는 일상 속에서든, 오롯이 자신만을 바라볼 수 있는 자유의 시공간 속에서든 자신만의 생각을 갖는 것이란.. 더보기
현우의500자_120 ‪#‎현우의500자‬ _120 모교에 있는 영화관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앉을 수 있었다. 몇 역을 지난 뒤 내 건너편에 한 여대생이 앉았다. 그를 여대생이라 특정지을 수 있는 이유는 대학과 학과가 적힌 바람막이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국대 영화과 학생이었다. 최근 영화과와 영상과의 학과 통폐합을 막고자 많은 학생들이 단식을 비롯해 농성을 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던 참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을까 고민하다 수첩에 꺼내 이렇게 적었다. ‪#‎SAVEKUFILM‬ 끝까지 힘내세요! 영화과-영상과 통폐합에 반대합니다! 건대 정외 08 졸업 권현우. 성수역에서 그 여학생이 내리려는 줄 알고 성급히 뛰어가 쪽지를 찢어 건네주었다. 처음엔 놀라던 여학생이 쪽지 내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