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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한시

오늘한시_19 ‪#‎오늘한시‬ _19밤은 검지 않다 오히려 색을 찾으려면 붉움의 채움이라 해야 한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물어보려 가까이 가면 닫혀 있는 창문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누구인지 몰라도 어떤 차인지 알아보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내 것과 남 것의 키스는 또 다른 누군가를 부를 뿐이다 욕망과 사랑은 이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며 누군가가 아, 보험회사가 알려준다물결치던 한강 위를 날던 새떼 어디로 간 것인지 보이지 않아 잠시 나마 부럽던 그 날개 꺾어 훔쳐 버리고 싶다 푸드덕푸드덕 앞을 가진 않을게요 뒤에 따라 갈게요 놓치지 말아줘요 버리지 말아줘요 푸드덕푸드덕보이지 않는 새 좇아 앞의 것 충혈된 눈 내 눈인 듯 하다 붉게 물든 것은 눈 뿐만 아닌 듯어디까지 스며든 붉은 불빛 꺼져야만 내, 집이다그리고 P... 더보기
오늘한시_18 ‪#‎오늘한시‬ _18오늘 버림 당했다 그대는 나를 찾아 하루 종일 헤메었다 나와 함께 있던 곳을 찾아다니며 나를 본 적 없는지 많은 사람에게 물었다 대답을 한 사람은 없었다 나는 그대의 그 허망한 눈빛이 보기 싫다 그대가 나와 함께 있던 그 때 그 만족하던 눈빛만을 기억하고 싶다 헤어지고 싶어 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버림 당했다나 역시 오늘 버림 당했다 때론 괘씸하기도 하다 소중하다 말할 때는 언제고 나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잊어버리기도 하고 또 아껴달라는 말 직접 내뱉진 못해도 뉘앙스 풍겼을텐데 그 말 듣지 못한 그대가 원망스럽기도 하다나는 버림 당한 것들과 함께 있다 많은 것들이 모여 앉아 있다 열쇠, 지갑, 카드, 주민등록증 때로는 양말까지 어느 하나 그대를 원망하지 않는.. 더보기
오늘한시_17 ‪#‎오늘한시‬ _17어제의 속도는 오늘의 속도와 다르다 늦어지는 것은 어제보다 오늘의 내가 나이듦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기 때문이고 오늘과 내일 도달할 그곳이 지금만큼 잘 분간되기 때문이다 몇 발자국을 걸었든 속도는 개의치 말아라 얼마를 뛰었든 관여치 말아라 멈추고 싶을 때 멈추지 못하면 네가 도달하고 싶은 그곳 지나쳐 버리면 잊혀진 무언가 떠올리게 된다 그곳은 누구나 어디든 하나씩 갖고 있는 깜, 아상 그리고 행뵥 다른 이가 틀렸다 말해도 나 가고자 하는 곳 그곳이라면 그때 멈출 수 있게 속도는 그리 개의치 말아라- 거북이가 말한다, 속도는 개의치 말아라. 제한속도. 더보기
오늘한시_16 #‎오늘한시‬ _16시의 바람이 스친다 스치긴 하지만 담을 수 없다 손에 든 것이 종이와 펜이 아니라 담배 한 줄이 내는 죽음의 향인 탓은 아니다바람이 스치면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읽어 내려가는 시 한 편에 담긴 것은 수만 가지의 감정, 그만큼의 삶이다시의 바람이 스치면 눈은 꿈뻑이지도 않은채 흐르는 눈물로 순간을 기억한다 무엇이 보이느냐 묻는 질문에 지금, 이라 대답한다지금의 삶이 느끼는 몇 줄의 시가 단 몇 초를 지배해도 그 지배 당한 점령지 나는 광복을 부르짖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영원한 식민지가 있다면 그것은 감정이자 문학이자 또 그 하나인 시이고 싶다.바람이 스쳐 불어 흔들리는 것 받아들여 헤메이는 글자 위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많이 분 오늘, 그것이 시의 바람이라 할지라도 더보기
오늘한시_15 #‎오늘한시‬ _15 오른손을 펴 보아라 무엇이 들었느냐아무것도 없습니다왼손을 펴 보아라 무엇이 들었느냐아무것도 없습니다입을 열어 보아라 무엇이 들었느냐아무것도 없습니다진정 그것들 안에 아무것도 없느냐그렇습니다헌데 넌 왜 그것들로 다른 이의 마음에 못을 박고 돌을 던져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내는 것이냐설사 무엇을 들었다 할지라도 설사 너의 입을 쳐다보는 이 많다 할지라도 그것들을 결코 다른 이에게 해를 가하는 것으로 놀려선 안 될 것이다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니 그러한 것 중 가장 무서운 것이 타인에 대한 악의 그것이다.- 악의는 품지도 마라 더보기
오늘한시_14 ‪#‎오늘한시‬ _14 흰 머리 아저씨들 가득 나에게 누구의 아들이냐며 인사를 하는 아저씨들 가득 누구의 아들이라며 인사를 하는 아줌마들 가득 어머니보다 나이들어 보이는 아줌마들 가득 놀라웁다 이 사람들 나의 아버지의 친구 나의 어머니보다 어린 친구 그런 친구들 같은 머리색을 하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뉘앙스를 풍기며 나를 보는 그 눈빛들 가득 언제나 청년처녀같은 그 모습의 어머니아버지는 내 상상 속의 모습인가 그랬던 것인가 돌아보니 내 나이 가득 다른 누군가와 비교해보아도 적지 않은 나 가득 나이 가득 아버지 친구 아들의 결혼식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어머니 어머니아버지의 모습 그런 시절이 지나 내가 다시 그런 모습이 되었을 떄 내 아이들의 모습을 기억할 내 아이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가득 가득 그리고 갸륵.. 더보기
오늘한시_13 ‪#‎오늘한시‬ _13 그의 방에는 아무 것도 없다 널부러진 옷가지 자다 깬 듯 잠이 들 듯 이불 그리고 배게는 하나 둘을 놓을 공간 충분한대 오직 하나 그 하나의 베게에 자욱이 새겨 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그 자욱에 글씨가 스며 있다 흐르는 것은 막지 못하고 헤어짐을 멈추지 못했네 그 자욱 위 뒷통수 들이 밀어 다시 지우려 해도 잠들어 떠오르는 얼굴 눈물 짓게 한 그 얼굴 뿐 지울 것은 또 다른 눈물 뿐이오 씻어 지워지지 않는 그것은 눈물로 기운 이름 모를 십자수 흐른 것이 돌아오길 바라는건가 헤어진 사람이 돌아오길 바라는 것인가 차라리 양말인 듯 하여 억지로 헤어진 그곳그사람 기워 내 옆에 붙여라도 뒀으면 하나의 베개 위 다시 쓰일 문장을 떠올리며 흐른 것은 멈추지 못하고 헤어진 것 기우지 못하고 .. 더보기
오늘한시_12 #‎오늘한시‬ _12 나는 지금 하늘을 날고 있다. 구름을 입 안에 가득 품고서 혀 위에 고인 물방울들로 목을 축인다. 배가 고파지면 지나가는 새 한 마리 꿀꺽. 자유란, 이런 기분이구나. 날고 싶어 뛰어올랐지만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세상이란 이런 기분이구나. 내가 먹은 것이 나를 먹으려던 것이고 내 몸을 촉촉히 적시던 물방울을 직접 만나 그것들도 꿀꺽. 구름을 빠져 나와 바람 맞으니 시원하다 아래에 푸른 들판 보이고 친구들이 보인다. 나, 여기 있어. 넌 거기 있구나. 들리니. 하늘을 날아보았어. 이곳은 우리가 살던 세상과는 달라. 내가 하늘인 듯, 하늘이 나인 듯 해. 마른 하늘을 너무 난 탓일까. 몸이 마르고 입이 마른다. 한 마리의 새를 잡아 먹으려니 뒤따라 오는 몇 마리 새가 나를 치고 지난.. 더보기
오늘한시_11 ‪#‎오늘한시‬ _11 지나간 줄 모르고 시간 흘렀고 아무일 아닌 듯 하루를 보냈고만 의미 두고 싶은 하루가 있고 흐르는 것 시간과 강 뿐 아니라 추억인 듯 해 흘러갈수록 넓어지는 곳 그곳은 함께 열고 닫고 마음대로 할 줄 알았던 문 마음대로 닫지 못하고 아니 마음 그것이 그렇지 못하고 열려 제껴진 채 그곳 거부함이 없다 거부할 의지가 없다 그렇기에 함께 절구에 무엇 들었는지 묻고 싶어 높여 소리 외쳐보아 답은 없고 굶주린 길냥 으앙대며 노린다 함께 보는 달 같다고는 하지만 무어이 담겨 있는지 모르는 채 다만 함께 하늘 아래 달 아래 별 아래 얼씨, 구나 절씨, 구나 오늘만 빌 것 아니라 내일도 빌어볼까 소원 함께 - 함께 나눠먹는 얼씨구나절씨구나, 정월대보름 더보기
오늘한시_10 ‪#‎오늘한시‬ _10 기자는 너를 취재하기 위해 새벽녘의 어스름을 만났고 아침 나절 너의 향기를 전했다. 운전수는 간밤의 성애를 닦아내기 위해 쟁여두었던 걸레를 꺼내 유리창에 낀 너의 눈물을 치웠다. 역무원은 철로 위를 걸으며 어제와 다른 모습을 찾으며 눈을 좇았고 입에서 흘러나온 너의 한숨을 보았다. 어머니는 장롱 구석 밀어넣은 목도리를 꺼내 유치원 가는 아이의 목에 둘러주며 너의 뒷모습을 원망했다. 돌아오는 길 나는, 햇빛에는 이기지 못한 너의 패배를 넌지시 안쓰럽게 보다가 이제는 그만 샘 내지 말라며 변하는 것은 계절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은 변하니 그저 그렇게 살아가자 내년에 만나자 전송했다. - 샘 내지 마라, 꽃샘추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