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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겨울이 되면 “겨울이 되면” 20161212 날씨가 추워졌다. 무더웠던 여름은 사진과 추억으로만 남았다. 추워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덜 춥다는 생각도 든다. 더 추워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여름의 장마와 가을의 낙엽이 남긴 나쁜 박테리아나 세균들이 추위에 죽기를 바라는 어흥~ 마음이 있다. 또 지금보다 더 추워야 보리밭에 보리뿌리가 들뜨지 않아 내년 보리 농사가 잘될텐데 하는 으휴~ 마음도 있다. 도시 사는 사람이 별걱정을 다한다. 이런 걱정들과 별개로 겨울이 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친형은 집 밖에 나가서 노는 걸 참 좋아했다. 유치원을 다니지 않을 시절부터 나가 놀기 버릇한 형은, 집에서 아침을 먹고 나가면 놀다가 누군가의 집에서 저녁밥까지 먹고 들어오는 일이 잦았다. 나는 날씨가 따뜻하면 형과 같이 가.. 더보기
현우의500자_71 #현우의500자 _71 어디로 가실 건가요? 크로아티아요. 등기 서류를 붙이러 늦은 오후 우체국을 다녀왔다. 우체국 안은 그날 보내야 하는 서류나 소포를 잔뜩 안고 있는 앳된 여자들이 몇몇 있었고 거의 매일 만나지만 내 눈을 보는 일은 드문 직원분들이 창구 안에 앉아 계셨다. 내 차례가 되어 서류를 하나씩 올려놓고 있는데, 내 옆 창구에서 한 남자가 흰 소포를 전자 저울 위에 올려놓았다. 슬쩍 곁눈질을 하여 배송 주소를 읽었다. 소포는 내가 읽을 수 있는 방향과 반대로 올려져 있어 영어로 적힌 주소를 쉽게 읽어내려 가기가 쉽지 않았다. 어디로 보내실 건가요? 크로아티아요. 하루 동안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느라 몸과 마음 모두 기진맥진해 있는 내가 한 순간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누구도 나를 찾을 수 없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