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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현우의500자_79 #현우의500자 _79 할머니를 모시러 갔다 오는 길이었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는 길,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내가 익숙하다고 해서 그가 나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나지막이 형, 안녕이라 외쳤다. 차의 창문은 닫힌 채였고 속도 또한 늦지 않았기에 그에게 내 목소리가 닿았을 리 없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형이다. 그는 항상 우리에게 침을 뱉었다. 왜 침을 뱉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 누군가 먼저 바보라고 놀리고 나서야 형이 침을 뱉기 위해 입을 오물거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바보라고 놀리지 않고 형에게 다가가면 오물거리던 입을 멈추었다. 그리고 환하게 웃어 준다. 친구들에게도 바보라 놀리지 않으면 침을 맞지 않는다고 알려주었지만, 친구들은 꾸준히 .. 더보기
현우의500자_53 ‪#‎현우의500자‬ _53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부랴부랴 이불 밖으로 나와,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려는데 어머니께서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 보신다. 난 집 밖의 인도와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 본다. 아침 태양 빛을 받아 붉게 물든 거리와 하루의 상쾌함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의 상기된 표정들이 보였다. 늦었다는 생각에 가게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어머니께서 부르신다. 어디가노? 나는 나를 깨우지 않은 어머니가 원망스러웠다. 나는 퉁명하게, 학교를 가야 한다 말한다. 어머니와 가게 손님의 파안대소. 왜 웃으시지? 그제서야 시계를 보니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거리의 붉은 빛들은 아침의 열정이 아니라 저녁놀의 희롱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쑥스러운 경험이었기에 다시 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