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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5.03.29 현우의500자_105
  2. 2014.09.19 만남 자체만으로.
  3. 2014.08.21 샹하이, 중국.
2015. 3. 29. 22:21 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105


실례합니다. 길을 물어봐도 될까요? 내 옆을 지나던 젊은 무리에게 다가가 영어로 말을 건다. 다들 당황한 듯 보였지만 한 명의 남학생이 선뜻 내게로 다가온다. 어디를 가고 싶다고 하셨죠? 제가 콜센터에 전화를 해볼게요. 내게 들은 호텔의 이름을 콜센터에 묻지만 해결이 되지 않자 직접 내게 영어로 해보라며 전화기를 건넨다. 버스 번호는 다행히 확인했지만 어디서 타는지 알 수 없다. 내게 전화를 건네었던 남학생이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겠단다. 정류장으로 가는 사이 무리는 하나둘씩 떠났다. 정류장에서 같이 버스를 기다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있다며, 상해 토박이라 한다. 아까 무리 중 한 여자를 좋아하지만 어떻게 고백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그. 이름은 프랭클린이다. 버스가 올 기미가 없자 택시를 태워주겠다며, 상해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란다. 호텔 앞 로비에서 내려 악수를 청하자 포옹을 하자기에, 가벼운 포옹을 나눈다. 우정에 국적은 무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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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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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19. 01:22 카테고리 없음

만남 자체만으로. 2014.9.19.


서울에 살면서 종종 마주치는 사람들은 '여행자'. 여행자의 손에는 어김없이 그들의 나라 언어로 적힌 지도나 관광 책자가 들려있기 마련이니 알아차리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한글로 된 간판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고, 당신의 나라에는 팔지 않는 여러 음식을 먹으며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면 '여행'이라는 시간은 일상보다 몇 배의 가치가 더 있는 듯 하다.

 

그러다 가끔, 지하철이나 큰 대로변에서 지도와 건물, 건물과 친구의 얼굴, 친구의 얼굴과 자신이 마주한 어려움을 번갈아보며 헤메이는 여행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부부같아 보이는 사람도 있고, 친구들인 듯한 사람도 있고 혼자 온 사람들도 있다. 무언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을 알아보는 신호는 그리 약하지 않아 언제나 항상 내 레이더에 포착된다. 급한 일이 있거나 일행이 있을 경우를 제외하곤 내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간다.

 

올해 1월 초였다.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일을 할 당시 일을 마치고 연희동의 집을 알아보러 3시간 여를 발품을 팔며 돌아다녔다. 집을 알아보는 것은 결코 추운 겨울에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몸소 깨닫는 계기가 되었던 시기다. 집 없는 것도 서러운데 추우니 더욱 서러웠다. 당시 살았던 신림동 고시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홍대입구역으로 향했다. 2번 출구로 들어가 왼쪽을 돌면 개찰구가 있다. 개찰구를 돌기 직전에 2번 출구를 나오면 만나는 세상에 대한 안내가 담긴 지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일본인 노부부가 서계셨다.

 

호텔 주소인 듯, 하얀 종이에 카타가나가 가득적힌 글자들이 보였고 지도와 자신들이 가져온 주소를 연신 비교해 보았지만 장소를 알 수 없는 듯 보였다. 스쳐지나가며 들어보니, 도쿄 표준어가 아니었다. 도쿄 표준어가 아닌 바에야 나는 어느 지역 출신인지 모른다. 하지만 일본인인 것은 확실했고 그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것도 '거의' 확실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제가 일본어를 할 줄 압니다. 지금 가시려는 곳이 어디신지 알려주시면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니면 제가 '코반(길을 알려주는 파출소와 같은 곳)'과 같은 곳에 데려다드리겠습니다.' 알아들으신 듯 했다. 별 말씀 없이 고맙다고만 하신다. 주소를 보니 내가 모르는 장소다. 홍대 근처에는 게스트하우스도 많고 소규모 호텔도 많다. 호텔이라고 적혀 있기는 하지만 작은 빌딩 하나인 경우도 있고, 유스호스텔은 일반 가정집을 리모델링한 것이 많으니 내가 알 수 없는 곳들이 많았다. '파출소로 데려다 드릴게요. 그럼 그곳에서 경찰관들이 아마 길을 알려주실 겁니다.' 다시 고맙다고 하신다.

 

연남동 파출소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고되었다. 일을 마치고 난 뒤 세 시간을 추운 곳을 돌아다녔기도 했고 집 없는 서러움에서 흠씬 빠져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살던 나라와 다른 나라, 낯선 곳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당황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10분 정도를 걸어 연남동 파출소에 도착했고, 노부부가 가지고 있었던 주소를 경찰관 여러분들께 읽어드리자 ', 거기 알아요. 데려다 줘서 고마워요.'라고 하신다. 노부부는 사투리를 쓰시며 고맙다고만 하신다. 아마 호텔에 잘 들어가셨을 것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행자의 당황은 나에게도 찾아왔고, 나는 오늘 그것을 적기 위해 글을 쓴다.

 

얼마전 상해에 갔다. 여행을 간 것은 아니지만 오후 시간과 저녁 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기에 여행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자의 시간이란, 새로운 것에 기쁨을 느끼고, 익숙한 것에 새로움을 느끼고 다른 것에 신기함을 느끼는 시간을 의미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혼자 걷기'인데 때로는 심심할 때가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진정한 '자유'를 느끼며 걷는다. 상해에 왔으니 와이탄에 가보아야 했다. 상해의 야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일 뿐만 아니라 옛 프랑스와 독일의 조계지였던 곳이라 옛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 고풍스러움이 이루 말할데가 없는 곳이었다. 상해박물관에서 나와 이리저리 길을 물으며 와이탄에 가보기로 했다. 와이탄에 도착하기 전에 만난 아주머니와의 대화는 따로 기술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나와 영어를 하지 못하는 아주머니는 약 20분 간의 대화를 나누었다. 이 또한 좋은 경험이지만 이 글에서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은 내가 와이탄에서 호텔로 돌아가고자 했을 때 만난 사람이다.

 

밤이 늦었고, 나는 호텔로 돌아가야겠다 생각했다. 황푸강을 건너야 하는 곳에 호텔이 있었으므로 나는 걸어갈 수 없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지만 버스를 타는 곳이 어디인지 지하철을 타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묻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중국어를 하지 못하니 영어로 물을 수 밖에 없다. 마침 길을 지나는 젊은 사람에게 영어로 길을 물었다. 손사레를 치며 그리고 웃으며 나를 피한다. 그럴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청년 남자 한 명과 여자 3명이 이야기를 하며 지나간다. 나는 남자 청년에게 다가가 영어를 할 줄 아는지를 물었다. 다행히 영어를 잘했다. 내가 지금 가야 하는 곳을 알려주니 자신도 그곳으로 가는 대중교통을 모른다 한다. 그리고선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그리고서 나에게 전화를 바꾸어 주며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말하라 한다. 알고보니 교통을 알려주는 전화랄까, 서울의 '120'과 같은 기능을 하는 전화다. 영어도 가능하니 매우 편했다.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호텔로 향할 수 있는 버스 노선을 알려준다. 내가 전화를 받을 동안 청년 4명은 기다리고 있다. 내가 미안하다고 말하자 남자가 괜찮다고 말해준다. 고마웠다.

 

버스를 어디서 타야되는지도 알았고, 몇 번을 타야하는지도 알았지만 정류장 이름만으로 내가 그곳을 찾아갈 순 없었다. 그러나 청년이 내게 같이 정류장으로 가자고 한다. 자기도 그곳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며 같이 가잔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중 여자 한 명은 자기 집으로 돌아갔고 남자 1명과 여자 2명이 나와 함께 걸었다. 버스 정류장에 가는 길에 여자 두 명이 길가에 세워져 있던 차에 탄다. 그때 남자가 뒷문을 열어주었다. 다시 걸으며 금방 차는 누구의 차냐고 물으니, 여자 2명 중 한 명의 아버지의 차라고 말해준다. 나는 다시 궁금해졌다. 왜 차 뒷문을 열어주었냐 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청년이 하는 이야기. '그 두 명 중 한 명을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자 했단다. 좋은 'face' 를 남기고자 했다는데, 알고보니 중국인들이 흔히 말하는 '멘쯔(面子)‘를 의미하는 말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좋은 이미지를 남겨야 한다고 했다. 둘 중 누구냐고 물었더니 차를 태우러 온 아버지의 딸이었고, 내가 봐도 귀염성을 가진 얼굴의 여자였다. 흐흐흐. 나는 웃었다. 그러자 청년이 웃는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 10분 여를 기다리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청년의 이름은 프랭클린이다. 그리고 이 청년은 건축학을 전공했고 상해에서 태어나 상해에서 살았다. 지금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고, 그 회사의 대표는 나와 같은 나이이다. 자신은 88년생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는 90년생이라 한다. 그리고 내가 듣기론 상해 여자가 남자 보다 기가 세다고 하는데, 사실이냐 물으니 그건 사실이 아니란다.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잘해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그것은 기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의 문제라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음에도 버스가 오지 않자 이 청년이 내게 택시를 태워주겠단다. 상해에서 택시는 그리 비싸지는 않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택시를 태워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택시를 타는 것이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았기에 나도 택시를 타고 올 수 있었지만 이 청년의 마음을 받기로 했다. 택시를 잡으려니 이제 택시가 또 오지 않는다. 몇 분여를 기다려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 황푸강 바닥을 건너 호텔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호텔 입구에서 둘 다 택시에서 내렸다.

 

내가 물었다. 같이 내려도 되는거냐. 그러자 괜찮다고 한다. 자기는 다시 돌아가는 버스가 있단다. 내가 다시 물었다. 내게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맙기는 하지만 택시까지 태워줄 것까지 없지 않았냐. 그러자 상해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단다. 상해에도 나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이 있고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즉 멘쯔를 남기고 싶단다. 고마웠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호텔에 들어가기 전, 내가 악수를 청했다. 그러나 이 청년, 프랭클린이 악수하고 싶지 않단다. 그 대신 안기를 청했다. 호텔 입구에서 나와 플랭클린은 10초 정도를 안고 있었다. 서로 팔을 풀고 나서 내가 왜 악수말고 안아보길 원했냐고 물었다. 우정을 나누고 싶었다고 한다.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고 한다. 고마웠다. 헤어지기 직전, 내가 프랭클린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그녀를 꼭 잡아.” 프랭클린이 웃는다. 환한 손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내가 오늘 이 글을 통해서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은 프랭클린이다. 아마 지난 상해에서의 2주간의 시간동안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좋은 이미지를 남긴 사람이다. 이미지 뿐만 아니라 좋은 추억과 생각 그리고 중국에 대한 매력마저도 느낄 수 있게 한 사람이다.

 

서울에 있으니 여행자를 많이 만나게 된다. 여행자는 손님이다. 손님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따뜻한 마음이다. 나는 따뜻한 마음을 주었다고 다시 그 따뜻한 마음을 다른 누군가로부터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선의는 선의로 돌아오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 상해에서의 프랭클린과의 만남과 그와 나눴던 대화 그리고 여행자에 대한 마음 씀은 내가 이제껏 도와주었던 사람들이 느꼈을 감정을 내가 느낄 수 있도록 하였기에 기쁜 마음을 받아들였다.

 

언젠가 다시 만날 일이 있을 것이다. 그가 가진 기억과 내가 가진 기억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지만, 한 가지 서로 함께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기억은 우리가 만났다는 사실 이 한 가지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만남그 자체가 좋은 기억으로 남는 사람이 되기를 바래본다.




posted by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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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21. 02:58 카테고리 없음

샹하이, 샹하이 2014.8.21. 


중국에 온 지 4일쨰가 되는 늦은 밤이다. 18일 오전에 출발한 비행기는 오후가 채 되기도 전에 나를 중국에 실어다 주었다. 비행기는 2011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하여 그 육중한 날개에 올랐던 기억에서 멈추어 있었으니 3년 만이다. 


매일 중국에서의 내용들을 글로 남기고자 하였으나, 이렇게 늦어지게 된 것은 나 스스로에게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지금 내가 적고 있는 것은 기록이 아니라 기억이다. 사람이 가진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마련이라, 기록이라는 형태를 빌어 기억을 보충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늦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피로'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순간에도 피로는, 중국을 흐르는 두 강의 강물을 그 어떤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황해처럼, 나에게 밀려들고 있다. 


어떻게 써야할까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여행이 아닌 탓에 여행기라 이름 붙일 수도 없고 정식 비즈니스 트립도 아니기에 으레 적기 마련인 보고서 형식이 될 수도 없다. 고민을 하여도 내 글이 쉬이 목적에 맞게 바뀔 것같지는 않으니, 내가 느낀 감정이나 생각 등을 간략히 적어 내려가는 것으로 이 하얗고 넓은 여백에 흔적이라도 남기고 한다. 



역시 오늘도 무리일까


현지 시간으로 1시 반, 한국 시간으로는 2시 반이 지나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연희동 내 방 책장에 쌓이는 먼지처럼 나를 괴롭힌다. 그래도 이렇게 자리에 앉은 만큼 강하게 남아 있는 세 가지 생각은 우선 적어놓아야겠다. 


첫 번째, 여기 사람이 있다. 

중국에, 그리고 샹하이에 사람이 있다. 사람이 있다는 정도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사람이 있다. 세계 인구의 4분 1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중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하루에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손가락 발가락을 다 동원해서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가족이 있고, 자신의 꿈이 있고 삶이 있다. 사람으로 시작하지만 각자가 다른 모습을 갖고 있는 가족과 그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가 있다. 어미의 품에 꼭 안긴 아기도 있고, 젊은 신혼부부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다. 나이가 들어 자신이 곧 돌아가게 될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인도 있고 자신보다 높은 건물들 사이에서도 그 건물의 높이를 가늠할 수 있기에 더욱 큰 꿈을 품을 수 있는 청년도 있다. 환한 웃음을 품고 있는 사람도 있고, 수심에 가득찬 모습으로 독해 보이는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고뇌를 희석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운동화를 털어주는 사람도 있고 번듯한 차에 앉아 막힌 도로 위에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나도 있다. 


둘째, 매력. 

익숙하지 않은 언어이기도 하거니와 그 말의 속도가 빠르기로 유명한 중국어를 듣고, 기름에 푹 담겨 있는 야채와 고기가 잔뜩 들어간 중국 음식을 먹고, 세상의 모든 물건을 다 모아 놓은 듯 해보이는 시장에 가서 중국의 공산품을 사서 보니 여기 매력 있다. 굳이 다른 표현을 쓰자면, 중국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뉴스로 접하거나 책으로 접한 중국과는 다른 느낌이다. 마치 고전을 읽는 느낌이다. 100페이지가 넘어가기 전까지 결코 자신이 재밌는 책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는 고전과 같다. 중국은 나라 밖에서 보기에는 덩치가 크고 욕심 많은 나라처럼 보였지만 중국에 와서 보니 여기, 꽤 재밌어 보인다. 그리고 찾아보면 더 재밌는 일들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중국의 한 도시이지만, 중국에는 수많은 도시가 있고 민족이 있고 문화가 있다. 그것들이 궁금해진다. 같은 중국이라 할지라도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곳이 있다고 하니, 그곳은 또 어떨까. 그곳에서는 또 어떤 사람들이 살고 그들만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고 있을까. 아마도 이 '중국'이라는 고전은 한 권은 아닌 듯 하다. 중국이라는 책'들'을 하나씩 더 읽어내려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셋째, 공장 아닌 시장, 시장 아닌 공장

중국의 과거 명성은, 세계의 공장이었다. 값싼 인건비와 대규모 설비투자가 가능한 지리적 조건 등에 힘 입어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그 지위를 굳혀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공장임과 동시에 시장이다. 시장과 공장을 구분하려는 시도는 서구 국가들의 위기를 타개해보려는 일종의 중국 소비 진작 전략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중국이 가진 구매력이 어디 까지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구매력과 생산력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 그것이 발생시키는 시너지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경제학에서는 생산과 소비를 나누어 설명한다. 생산자의 역할을 기업이 하고 소비자의 역할을 가계가 맡아 담당한다. 하지만 이것이 미시를 넘어 거시, 아니 거시와 미시 경제학의 기준을 나누지 않고 단지 국가 내 생산과 구매의 접접을 구하고자 하는 시도를 한다면 그 대상은 반드시 중국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생산력의 하락과 구매력의 상승이 맞물리는 시점 이후 발생하는 특이점과 문제점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중국, 여기가 답이다. 

빈부격차가 심해 여전히 누군가는 생산자로, 아니 오히려 하층계급 노동자로 남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능력 덕인지 부모의 능력 덕인지 태어나 단 한 번도 '생산적'인 일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동시에 살고 있는 중국. 하지만 노동자가 노동의 가치를 통해 자신의 구매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나라. 여기가 중국이 아닐까. 




공식적인 일정을 시작한 지 3일이 지난 시점이지만, 하루하루 일정 소화와 사람들과의 만남 등으로 하루가 일주일 아니 한달과 같이 느껴지는 매일이다. 그러는 사이에서도 중국은 나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매력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내가 어떤 것을 여기서 얻어 갈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내가 어떤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지 또한 얼핏얼핏 슬쩍슬쩍 보여주기도 한다. 


앞으로의 일정이 다시 궁금해진다. 그리고 사람이 궁금해진다. 









posted by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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