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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1.18 일상에 산다
  2. 2016.04.18 티 없는 순수함
2017. 1. 18. 11:24 내 생각

일상에 산다

 

사당의 한 술집에서 시비가 붙은 일이 있었고, 몇 일이 지났다. 시비 자체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할 것은 없다. 그저 어리고 안타까운 영혼들이 술이라는 악마의 피를 마시고, 괜한 사람에게 자신의 더러움을 퍼부은 것. 그 정도의 술회를 갖고 있다.

 

내 입장에서는 억울할 일도, 화날 일도 없다. 어이가 없을 뿐. 그러나 몇 가지 느낀 바 있다.

 

더러움은 묻지 않았다. 내가 티 없이 깨끗하였다면 더러움 묻었을 것이나 그렇게 깨끗하지 않아 술집에서의 시비정도, 묻어도 묻은 티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그런 양아치들과 같은 삶을 살았던 것 아니다. 살면서 몇 가지 잘못을 했고 그것을 반성하며 살고 있다. 누구, 잘못하지 않은 자 돌을 던져라. 순수하지 않기에 더욱 더러워지지 않고, 더더욱 상처받지 않는다.

 

그리고 일상.

 

더러운 일이 있었다 할지라도 복귀할 일상이 있다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건 더러운 일 뿐 만은 아니다. 슬픈 일이 있었다 할지라도 일상이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다. 화나는 일이 있었다 할지라도 일상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나아가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기쁜 일이 있었다 할지라도 일상이 있다는 건 필요한 일이다. 순간의 감정 변화가 삶 전체를 바꾸어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감정의 충동은 일시적이라도 삶의, 일상의 주인은 나여야 한다는 것. 나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참는 것이 아니다. 이기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 삶 전체에 티끌 하나, 그것이 그림 전체를 망치게 두지 않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가 아닌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새 그림을 그릴 수는 없고, 포기할 수도 없으나 뭐, 아직 그릴 공간이 남았고 그 그림 그리는 일상. 그것이 소중하다는 것.

 

언젠가 적었지만.

 

비가 내려도 바다는 여전히 짜다. 파도가 쳐도 바다는 여전히 짜다. 시련은 본질을 바꾸지 못한다. 시련이지도 않은 것들은 하물며. 헛헛, 웃으며 일상에 있다. 일상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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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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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18. 00:47 내 생각

"티 없는 순수함"

 

20대 초반,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고백했다. 단 한 번 만난 사람에게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고, 몇 해를 걸쳐 만난 사람에게도 그랬다.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기보다 그렇지 않으면 가슴 속 어딘가가 아팠다. 마음은 결코 물질이 아니라는 말이 거짓이라 확신했던 순간들이 이어졌다.

 

어찌 보면 고백을 남발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단 한 번의 고백에도 진심이 담기지 않은 적은 없다.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진심의 순간을 빨리 느낀 것 뿐이었다. 확신에 찼던 내 감정과 진심은 대부분 실패로 끝나버렸지만, '고백하지 말걸' 이라는 후회는 결코 들지 않았다.

 

30대가 되어, 사랑 고백에 대한 달콤한 이야기로 회상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10 여 년 전 감정들에 섞인 이물질을- 당시에는 보지 못한- 지금에서야 확실히 알아냈기 때문이다.

 

이물질.

 

그 이물질은, 내가 고백했던 대상들에 대한 무한한 이상화였다. 이 사람은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은 적이 없기를 바랬고 슬픈 영화를 보아도 그 슬픔이 마음에 남아있지 않기를 바랬다. 힘든 일을 마주함에 있어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굳건한 마음이 언제나 있길 바랬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이물질이었다. 그리고 앞선 잘못된 생각과 함께 가장 내 마음에 큰 이물질로 남았던 것은 "내가 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면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이었다.

 

내가 더럽힐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가 아무리 깨끗한 옷을 입고 있어도, 손을 깨끗이 씻어도 나와의 관계나 감정으로 인해 그 사람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고, 그 사람의 마음을 더럽힐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 생각은 흔한 말인 자괴감과는 달랐다. ‘상처받기 싫어라는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과 동시에 나의 단점을 이 사람이 알게 되면 안되는데.’ 하는 불안함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그래서 차일 때, 안도감이 들었다.

 

누군가 또 한 명에게 상처를 주지 않게 되었다는 생각과 나 역시 상처로부터 지켜졌다는 생각이었다. 틀린 생각이었고, 이물질이었다. 이 세상 누구도 티 없는 순수함을 갖고 있거나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도 순수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살아오면서 겪어야했던 어려움과 느껴야했던 상처들을 품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 당연한 사실들을 품어내고 보살피고 다듬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에게 상처 받은 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그 상처를 그대로 두면서도 더욱 넓은 마음으로 상처를 작은 것으로 여길 수 있었다. 실수를 저질렀던 이들은 실수를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반복하지 않으려는 고난한 노력을 해나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라는 큰 틀 속에 고이 담아두었던 것이다.

 

사람을 만나 그림자를 보았다. 그 그림자의 색깔은 검지 않고 어두웠다. 새까만 것이 아니라 회색과 하얀색도 섞여보였다. 다양한 색을 띠고 있는 얼굴과 옷, 신발에 이어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지만 그림자에도 밝음은 보였고, 그림자는 있다가도 사라지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은 또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티 없이 순수한 사람은 없다.

 

내 결론이다. 자신의 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이왕 때가 묻었으니 더욱 때를 묻히며 살자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상처를 가졌음에도 혹은 자신의 마음이나 성격, 태도 등에 부정적인 것이 있음에도 그것 또한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싫어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어두운 면을 보이고 싶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보이게 된 어두운 면을 미안해 하지만, 그런 모습이 있다는 것에 자신이 결코 하찮은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마냥 좋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은 있다. ‘티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티 없이 사람이 되려하기 보다 티 있어도 그 티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 상대방의 티를 품어내는 사람, 더욱 많은 티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누군가를 진정으로 좋아하거나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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