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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새벽에 토해낸 토사문 2015.09.01. 새로운 달력을 펼치는 심정이야 기대와 후회가 동시에 밀려드는 어떤 것인 줄 알면서도, 또 한 장 넘겨보게 된다. 감정이 없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하고도 숭고한 행위란 시간을 기다리는 것 뿐 아니겠는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이야기 속에는 그 시간 속의 부단한 사건들을 징검다리 정도로만 치부시켜 버리는 데에 반감이 들어,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따위 지금 해결해 버리고 말겠어 라며 몽니 부려 보지만 어찌 됐든 기다리는 것은 시간 뿐인 듯 하다. 감정이 없는 사람이 하는 일이란, 결국 감정이 없는 일이다. 음식물 쓰레기에서 흘러 나오는 침출수라도, 그것이 자신의 감정에서 흘러나온 것이라면 반갑지 않을까 하면서도 이왕 나오는 것이라면 누구나 마시고 싶어 하는 1등급 청정수였으면 하는 .. 더보기
현우의500자_86 #‎현우의500자‬ _86 싼타 마리아 살루테 성당 앞 계단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인스부르크에서 출발하여 베네치아까지 침대칸을 타고 와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했다. 습도 탓인지 바지 안쪽이 쓸리듯 아프다. 침대칸에는 나와 4명의 홍콩인 그리고 피곤했던지 아무 말도 없이 잠이 든 여자가 있었다. 아침에 깨어난 여자는, 내가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아무말 없이 수줍은 미소만을 보일 뿐이다. 그 미소에는 당혹감이 서렸다. 좁고 복잡한 베네치아는 미로 그 이상이다. 피아짜, 즉 광장에만 있는 우물의 덮개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신기루 속의 오아시스인 듯 마음을 트이는 상쾌함이 있다. 강 같은 바다 건너, 다시 산타 마리아 살루테 성당 앞 계단.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친다. 생면부지 백인이다. 혹시 뮌헨 다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