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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이런 이야기 이런 이야기가 떠오른 적 있다. 한 아이가 어머니가 자기 전에 몰래 먹는 하얀 통에 든 것을 몰래 빼오는데 성공했다. 어머니가 그것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리기 까지는 하루라는 시간이 생겼고, 아이는 그것을 어머니가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기 1시간 전에 몽땅 입에 털어넣을 것이라 다짐했다. 평소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불만도 없고, 자신이 자신을 둘러보아도 굳이 힘든 것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더욱 힘든 그런 아이였다. 하지만 어느날 문득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지나치게 사춘기스러운 고민을 맞딱뜨리게 되었고, 그 해답으로 찾은 것이 '의미 없다'라는 극단에 머무르게 되었다. 아이는 하루라는 시간을 평소와는 다르게 쓰기로 한다. 다르게 쓴다고 해서 학교를 빠지거나 일탈을 즐기지는 않는다. 자신이 만약 무.. 더보기
현우의500자_46 #현우의500자 _46 이것은 소설이다. 그리고 짧다. 선잠을 잔 탓인지 어슴푸레 새벽이 온다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로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주위는 모두 잠들어 있다. 옆집의 신혼부부는 어제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설거지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그들 특유의 비릿한 냄새도 벽에 스며들지 않았다.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 불빛에 눈이 부시다. 얇게 뜬 눈 사이 검은 눈동자가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찬물로 세수를 하니 얼굴에 열이 훅 돈다. 발그레 해진 얼굴을 거울로 다시 본다. 다소 커진 눈이지만 아직 눈꺼풀의 영토는 넓다. 출근을 위해 옷을 주삼주삼 집어 입는다. 속옷부터 양복 바지 그리고 와이 셔츠, 허리띠까지. 가슴에서 허리로 내려오는 경사가 둥그렇게 보인다. 장농을 열어 넥타이를 골라 깃을 세우고 .. 더보기
현우의500자_42 #현우의500자 _42 생명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배워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유일하게 가진 것이 자신의 생명인 사람들에게 너의 생명 따위 소중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배우지 않아도 알 것이라 하였던 동서양의 철학자들은 부관참시를 해야할 듯 하다. 과거에는 누군가가 어떠한 목적을 갖고 단식을 하거나 분신 자살을 하였을 때, 그 목적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직접 찾아가 단식을 말리거나 분향이라도 하는 덕성이 있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지 같은지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명은 살려야 한다는 인식과 죽음에의 경외심을 명시적으로 드러내었다. 간디가 할 수 있었던 가장 효과적인 저항은 단식이었다는 것은 그만큼 간디가 옛날 사람이라는 것과 지금의 세상은 간디가 넘쳐난다.. 더보기
몇 가지 단상들 몇 가지 단상들 2014.06.03 # 1 자신이 노력하고 있다고 해서, 노력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할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쉽게 예를 들면 자기가 다이어트 한다고 해서 다이어트 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말. 각자 삶의 방식이 다르고 사정도 다르다. # 2 비싼 가죽끈으로 스스로 목을 매 죽는 사람이 있고, 값싼 나이롱 끈으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사람도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많이 배우고 양질의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적게 배우고 좋지 못한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진정으로 남을 위해 지식을 쓰는 사람도 있다. 고학력자의 망언들을 읽으면서 생각함. # 3 시간과 인연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 4 담배는 예비 자살자들의 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