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판기

교토에서 만난 "교토에서 만난." 2016.08.29. 처음에는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하는 줄 알았다. 일본 교토의 어느 시민회관에서 후쿠야마 테츠로(福山哲郞) 민진당 참의원의 강연이 끝난 뒤, 점심을 먹고 캔 커피를 하나 사러 나온 길이었다. 나와의 거리가 2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을까. 한 여자가 무릎을 바닥에 댄 뒤 양손 역시 바닥에 대며 수그리고 머리를 숙인 채 한 참을 있었다. 처음에는 교토라는 지역에는 역사적으로 오래된 절도 많고 또 전통을 지키는 곳이라 생각해서, 삼보일배를 하는 승려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금 자세히 보니, 거지였다. 그것도 여자 거지. 그날도 날씨는 더웠고, 여자 거지의 옷도 그만큼 가벼워져 있었다. 긴 바지를 입고 조리 신발을 신고 있었지만, 상의는 가슴이 거의 드러나 보이는 검은 민.. 더보기
현우의500자_68 #현우의500자 _68 4층의 교실에는 자판기가 돌아가는 소리만 들린다. 규칙적인 웅웅거림이 사라지면, 다시 고요의 시간이 다가왔다. 12시가 가까워질 즈음 경비 아저씨께서 앞문을 여신다. 스드륵. 아직 집에 안갔나? 예. 쫌만 더 하고 갈라꼬예. 얼른 집에 가라. 집에 갈 때 밑에 불도 다 끄고 가라이. 예. 알겠심니더 12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각, 교실의 불을 모두 끄고 한 층 한 층 내려가며 복도의 불을 다 끄면 어둠이 공포보다 진하게 밀려온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어둠 속에서 가끔 열린 창문틈 사이로 바람 소리가 들렸다. 본관의 문을 나와 운동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학교 음악실이었다가 지금은 전교에서 20등 안에 들어있는 친구들이 모여 있는 기숙사가 된 건물의 불빛이 비친다. 친구들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