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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2005년 산 포도주” “2005년 산 포도주” 10시가 넘은 시각, 글을 쓰는 것이 힘들다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글자를 보내주는 친구들에게 푸념하고 있을 때, 마침 같이 사는 친구가 집으로 돌아왔다. 부스스한 머리, 추위가 잔뜩 묻어 있는 어두운 색의 롱코트 그리고 손에 든 한 병의 포도주. 송년회를 하였다며 먹다 남은 포도주를 들고 왔다 한다. 포도주의 라벨에는 이 포도주가 2005년 산(産)이라는 표식이 있었다. 2005년이면,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이다. 그리고 이 포도주의 고향은 프랑스다. 집에 있는 몇 개의 안주거리를 꺼냈다. 먹다 남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전과 몇 조각의 치킨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냉장고의 냉기를 덜어냈다. 포도주 잔을 두 개 꺼내고 접시를 꺼내 가벼운 포도주 술상이 차려졌다. 포도주는 병의 3분.. 더보기
현우의500자_76 #현우의500자 _76 넌 오동동 똥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오동동 아케이드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특히 월급날이면 닭을 통째로 튀겨 내는 기름 냄새와 탁주에서 올라오는 거품들이 푝푝거리며 터지는 소리가 작업복을 입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의 얼굴을 상기시켰다. 몇 만 명은 족히 될 만한 젊은이들의 검은 머리는 파도보다 검게, 파도보다 무섭게 밀려들어왔다. 무엇을 위해 아침을 나서고, 다시 무엇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지 따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다부진 어깨와 조그마한 손 위에 가족의 미래가 중력처럼 올려져 있었다. 너는 그런 오동동 똥다리 밑에서 태어났고, 내가 너를 주워왔다. 지금도 너를 기다리는 엄마가 있다. 얼굴은 다소 흉측하게 생겼을지 모르지만, 미래를 담보로 현재의 답보를 참아내는 젊은 사람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