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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겨울이 되면 “겨울이 되면” 20161212 날씨가 추워졌다. 무더웠던 여름은 사진과 추억으로만 남았다. 추워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덜 춥다는 생각도 든다. 더 추워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여름의 장마와 가을의 낙엽이 남긴 나쁜 박테리아나 세균들이 추위에 죽기를 바라는 어흥~ 마음이 있다. 또 지금보다 더 추워야 보리밭에 보리뿌리가 들뜨지 않아 내년 보리 농사가 잘될텐데 하는 으휴~ 마음도 있다. 도시 사는 사람이 별걱정을 다한다. 이런 걱정들과 별개로 겨울이 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친형은 집 밖에 나가서 노는 걸 참 좋아했다. 유치원을 다니지 않을 시절부터 나가 놀기 버릇한 형은, 집에서 아침을 먹고 나가면 놀다가 누군가의 집에서 저녁밥까지 먹고 들어오는 일이 잦았다. 나는 날씨가 따뜻하면 형과 같이 가.. 더보기
명예 “명예” 20161130 두 명의 이름이 등장했었다. 하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중국의 옛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은 친구였다. 한 명의 친구가 다른 한 친구에게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마치며 말하길,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아달라.” 부탁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친구는, 자살했다. 왜 자살했을까.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친구의 비밀을 영원히 지켜주기 위해 목숨을 버렸다는 이야기. 대단한 우정이지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하나의 이야기는, 친구의 마지막 부탁, 즉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그 말에 자신의 명예가 더렵혀졌다고 생각해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명예? 친구에게 자신이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 자신은 명예를 더렵혀졌다 여겼던.. 더보기
친함은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친함은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가끔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나는 장면이 있다. 그건 고3이었을 때 수능을 마친 뒤의 일상에서 일어난 일이다. 패잔병들의 모임처럼, 수능이라는 전쟁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져 버렸으니 자존심이라도 지켜보려는 친구들은 날카로웠다. 사소한 일에도 큰 시비로 번질 수 있었으니 서로 졸업 때까지 조용히 지내자는 암묵적 합의도 있었던 듯 싶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반의 한 친구와 다른 반의 한 친구가 싸운다는 소식이 복도로부터 들렸다. 이 싸움이 있기 몇 달 전 우리 반의 두 친구가 싸운 적이 있었는데 이때의 불똥이 이상하게 나에게 튀었다. 그 둘의 싸움을 말리거나 중재할 사람이 나 밖에 없었는데(응?왜일까?) 내가 말리지 않았다며 꽤나 욕을 들었던 것이다. 다음에는 누군가 싸움.. 더보기
아끼는 법 "아끼는 법." ---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하나. 명품 화장품, 백(bag)이나 고급 승용차 등 비싼 가격을 주고 산 것은 아끼고 저렴한 것들은 잘 아끼지 않는다. --- 몇 해 전, 아버지께서 해외에 나갔다 오시며 남성용 스킨 하나를 내게 선물로 주셨다. 향이 진했고, 병이 예뻤다. 나는 그것을 면도 후 피부결을 정리할 목적으로 상쾌하게 막 썼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유럽에 갈 일이 생긴 나는 비행기 안에 앉아, 내 손바닥에 흥건히 흐르던 그 스킨을 떠올리며 울적해졌다. 그 남성용 스킨이 비행기 내 면세 카탈로그에 비싼 가격으로 예쁜 사진과 함께 떡! 하니 실려 있는 것이었다. 몇 십 만원이 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스킨의 가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목욕탕 안의 '쾌남' 정도로 밖에.. 더보기
100쪽 "100쪽"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은, 고전이라는 이름 말고 또 다르게 불리기도 한다. '누구나 제목은 들어보았지만,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드문 책'. 맞는 말인 듯 하면서도 또 누군가 지속적으로 사서 읽으니까 출판되는 것일테니 반쯤 맞는 말이라고 해두어도 될 것 같다. 나 역시도 제목을 들어본 고전을 사서 읽어볼 기회가 있었다. 세 번 이상 어떤 책의 제목을 듣게 되면 그 책은 꼭 읽는 편인데,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은 세 번은 훌쩍 넘게 들었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고전들을 죽 읽다보니, 한 가지 법칙이 자연스레 생겼다. 그것은 바로 '100쪽 까지만 읽자' 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100쪽 까지만 읽고 읽기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고전은 시간적으로 오래된 책들이기도 하고, 또 다양.. 더보기
친구에게. 늦은 밤 친구와 통화하면서 멋진 말을 많이 했는데.. 다 기억은 안나고ㅎㅎ 몇 가지 다시 정리함. (괄호 속은 전화할 때는 생각이 안 났고, 지금 글 적으면서 생각한 것들ㅎㅎ)1. '잘 되고 싶다.' 기에 잘 되고 싶다는 것은, 지금은 잘 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으니, 그런 생각을 피하라고 말함. '잘'이 들어갈 위치에 '나'를 넣으라 말함. 다른 누군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나'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2.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함. 얼마전 '현우의500자'에도 밝힌 바 있지만,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 생각을 하는 것은 따로 시간을 내어서 해야 하는 정도가 되었음. 하루 중 1분이라도, 10분이라도 길게는 하루 종일 '자신만의 생각'을 해야 함.. 더보기
현우의500자_92 ‪#‎현우의500자‬ _92 손이 하나 없는 친구가 있었다. 왼손 하나 뿐이었다. 혈관기형으로 오른손에 피가 많이 쏠려 잘라 냈다며, 친절히도 샤프심과 볼펜으로 예를 들며 자신의 기형을 설명해주던 친구였다. 중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이 친구는 오른손에는 항상 붕대를 감고 있었다. 수술 흉터가 남아 있다고는 했지만, 붕대를 꼭 감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 붕대는 항상 깨끗했다. 언젠가 한 번 물었다. 너는 왜 붕대를 감고 있냐고. 굳이 필요없는 붕대를 왜 하고 있느냐고. 친구가 대답했다. 사람들이 내 없는 손을 보고 언짢아 할까봐. 같은 중학생이었음에도 친구의 배려는 깊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된 배려심에서 한 일이었다. 한의사가 되고 싶다고 .. 더보기
현우의500자_87 ‪#‎현우의500자‬ _87 KBS홀이요. 택시를 타면서 기사님께 행선지를 크게 말한다. 기사님이 나를 돌아 보시고는 너 혼자냐 하고 물으신다. 네. 기사님이 KBS는 왜 가냐고 물으신다. 공연하길래 친구랑 같이 보려구요. 친구 기다렸는데 안와서 택시 탔어요. 기사님께서 가만히 듣고 계시더니 택시에서 내리라고 하신다. 그리고 다시 앞문을 열어 타라고 하신다. 나는 왜 그러시는지 알지 못한 채 시키는 대로 한다. 기사님께서 이야기하신다. 내가 KBS까지 데려다 줄게. 근데 바로는 못가고 다른 손님들도 좀 태워드리면서 갈게. 네. 나는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들떠 있다. 얼마가 지났을까. 나는 곤히 잠에 빠졌다. 기사님께서 나를 깨우신다. KBS 다왔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보니 웅장한 건물 앞이다... 더보기
현우의500자_80 #현우의500자 _80 할매, 오데 가노? 행님하고 내 데꼬 오데 가노? 시장가나? 시장 가서 뭐하는데? 시장가면 맛있는 거 사주끼가? 시장이 오덴데? 할매, 내 팔 아프다. 내 다리 아프다. 조금만 쉬었다 가자. 빨리 가야 되나? 와 그리 빨리 가는데? 빨리 시장가서 맛있는 거 무끼가? 알았다. 할매, 내 손 잡고 가자. 행님아, 내 손 잡고 가자. 시장 아직 안왔나? 요가 시장이가? 할매, 내 저거 사도. 할매, 내 이거 사도. 와 앉노? 할매, 와 갑자기 앉노? 일어나라. 뭐하노? 할매. 뭐 꺼내노? 할매. 우리 밭에 있던 기네. 우리 밭에 있던 것도 같이 시장 왔나? 상추도 왔나? 고추도 왔나? 같이 있으니까 반갑네. 억수로 반갑네. 할매, 뭐하노? 뭐하는기고? 안됩니더. 야들은 내 친굽니더. 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