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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현우의500자_81 #현우의500자 _81 이른 새벽이다. 어제의 작업에 고단했던 나는, 10시 경 침낭에 들어가 얼굴 만을 내어 놓은 채 잠이 들었다. 잠을 자야겠다, 는 생각도 없이 잠이 들어버리고는 아침이 어슴푸레 밝아오면 눈꺼풀 위로 새로운 빛이 들었다. 동남아라고는 해도 1월 라오스의 새벽은 스치는 바람이 시기하듯 춥다. 얼굴에 간 밤의 추위가 서리 내려, 바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눈썹을 한 번 으쓱하곤 침낭의 지퍼를 내린다. 피로는 가셨지만 여전히 어제 도서관을 짓기 위해 들었던 벽돌의 무게가 근육 곳곳에 남아 있다. 으, 짧게 신음소리를 내고 1층으로 내려 간다. 라오스인 아저씨와 부인 그리고 학교를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난 첫째 아들이 바짝 모은 모닥불가에 앉아 있다. 모닥불 위에는 검게 그을린 .. 더보기
현우의500자_72 #현우의500자 _72 나는 너와 밥을 먹을 수 없다. 밥 한 끼 먹는 것, 아무 것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너와 먹는 한 끼 식사의 즐거움보다 그 한 끼의 가격이 더 신경이 쓰인다. 그러지 말라고, 편하게 보자는 너의 그 말에 더욱 너와의 거리는 멀어져 간다. 식사 후, 커피라도 한 잔 하려면 그 커피 한 잔 값이 나의 3일 간 저녁값이 된다는 건 말할 수 없다.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마음이야 산타클로스가 들어오지도 못할 만큼 장작이 가득 찬 굴뚝 같지만, 그래도 나는 너의 이름 언저리에 손가락이 머물다 다시 휴대전화를 끄고 만다. 나는 너와 사랑을 할 수 없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일종의 죄다. 영화 방자전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방자에게 유혹을 받는 춘향이 "우리끼리 이러면 안되잖아." 라고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