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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천안함 6주기 “6주기” 천안함 폭침 6주기. 3월 26일은 6년 전 천안함이 두동강나고 바다로 침몰한 날이다. 나는 오늘 여기서, 천안함의 침몰 원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천안함은 내 유년을 지키고자 했던 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스며있다. 2011년, 제10회 육군사관학교 안보토론대회에 참가했었다. 학부 시절의 마지막 대외활동으로서 선택했던 것이지만, 나는 우연히 아버지의 추억과 맞딱드리게 된다. 안보토론대회의 일정 중 해군2함대 평택기지에 전시되어 있는 천안함을 방문하는 일정이 그 계기였다. 천안함은 ‘정치’였다. 천안함과 관련된 논쟁에서 한 쪽의 이야기를 믿고 있는 사람들은, 그 믿음에 맞는 데이터를 찾았다. 근거가 된 데이터들은 상대방의 신념이 ‘비합리’나 ‘종북’이라고 매도하는데 활용되.. 더보기
현우의500자_88 ‪#‎현우의500자‬ _88 공익근무요원이었다. 해군에 입대하고 나서야 내 시력이 군대를 갈 수 없을 만큼의 시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종합병원에서 병사용 진단서를 떼어 보아도 결과는 같았다. 공익요원 판정을 받고 4주 간의 훈련 이후 내가 배치된 곳은 아동양육시설이었다. 부모가 버린 아이들이나 학대 받던 아이들이 모인 곳에서 다양한 일을 했다. 차량 운행 및 관리, 학습 지도 그리고 식사 준비가 내 업무 중 하나였다. 그날은 마늘 쫑대 볶음이 반찬으로 나가는 날이었다. 마늘 쫑대를 물에 데쳐 그것을 한 번 씻어 내고, 다시 볶아야 하는 음식이다. 마늘 쫑대를 물에 데치고 그것을 옮기려는데 손잡이 부분이 갑자기 헐거워졌다. 뜨거운 물이 내 왼쪽 허벅지 쪽으로 쏟아진다. 데친 마늘 쫑대를 버리지 않으려.. 더보기
현우의500자_78 #현우의500자 _78 골프를 치는 여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담장보다 높은 라운드는, 내가 타고 있던 버스와는 다른 세계인 듯 했다. 표정 하나 하나를 살펴보기는 힘든 거리였음에도 그들의 얼굴에 슬픔 따위 없었다. 그 바로 옆의 또다른 입구에는 새로이 입대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보였다. 짧게 자른 머리 그리고 그 뒤와 옆을 따르는 가족들의 모습도. 나는 생각했다. 저들 중 몇몇은 내가 타고 있는 버스를 누워 타게 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친구의 영혼 없는 몸을 싣고 가는 버스에 타 있었다. 뇌출혈이라 했다. 픽, 하고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선 또 다시 쓰러진 친구를 해군은 3시간 동안 부대에 머물게 뒀다고 한다. 마산으로 나와 큰 병원으로 옮겨진 친구의 머리를 열어본 의사는 피범벅, 이라 했다며 친구의 어머.. 더보기
현우의500자_50 #현우의500자 _50 돌고래들이 섬 뒤에 나란히 서 있다. 서로의 몸을 끈으로 묶은 듯 가로로 줄지어 있다. 섬은 고향 바다에 떠있는 돝섬이다. 맷돼지의 전설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옆에서 보면 꼭 거북이 같다. 목을 주욱 뺀 거북이가, 넓은 바다를 향해 누워 있다. 대양을 갈망하는 거북이 옆으로 돌고래들이 마산항을 향해 엉덩이를 삐죽이 내밀고 있다. 빨아도 나오지 않는 거북이의 젖을 대하듯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아래위로 출렁이는 돌고래들의 모습은 내가 좋아하는 여름 날 태풍 전야의 풍경이다. 진해에 있는 해군 함대는 태풍이 오기 전 날, 항상 함선들을 고향 바다 앞으로 보냈다. 돝섬에 가리어 합포만은 높은 파도가 일지 않았다. 육중한 회색 몸뚱이 위에 적힌 검은 숫자들이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 전함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