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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

현우의500자_41 #현우의500자 _41 늦가을이다. 인도에는 은행나무의 낙엽이 열매를 숨기며 길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이런 날은 달리는 재미가 있다. 토요일 오후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나는 옷을 재빨리 갈아입는다. 그리고 헬멧과 열쇠를 챙겨 집을 나선다. 시동을 건 오토바이는 그다지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배기량이 작은 탓도 있지만 관리를 해주는 형 덕에 오토바이는 언제나 새 것 같다. 바닷가의 부모님 가게를 가는 길은 터널을 통해 가는 길과 터널 위로 나 있는 옛 도로로 가는 길이 있다. 토요일 오후의 옛 도로는 차가 없어 고등학생인 내 청춘에게 허락된 자유의 길이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내리막을 달린다. 은행잎이 도로에서 나뒹군다. 동공에 노란 색이 번진다. 헬멧의 앞 커버를 들어 올려 가을이 주는 풍성한 향기.. 더보기
현우의500자_40 #현우의500자 _40 위로의 말 중에서 내가 가장 나쁜 말로 꼽는 말은 '남들도 다 그래.'이다. 누구나 힘든 시기를 겪는다. 그 사람이 어떤 시련을 겪고 있는지는 그 사람을 제외한 사람들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밖에 없다. 그 간접성이 때로는 직접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은, 자신 역시도 겪어 보았던 시련이라는 확신이 들 때이다. 전쟁의 참화라던지, 분단이라던지 혹은 핵 폭발 등 극단적인 경험은 어찌 보면 일부의 사람들만이 공유하는 시련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시간에 의해 특수한 경험으로부터 배제 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비슷한 시련을 겪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비슷한 시련은 없다. 각기 다른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가볍게 이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