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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시멘트 핫도그 ‘시멘트 핫도그’ 20161203 2009년 1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위앙짠)의 근교, 어느 한 초등학교에서 2주간의 봉사활동을 할 때였다. 유스클립(Youth CLIP)이라는 대학생국제교류단체에 소속되어 있을 당시였고, 보건복지부의 후원으로 진행하게 된 봉사활동이었다. 2주간 내가 맡았던 업무는 다름 아닌 도서관 짓기였다. 그곳의 초등학교는 교사(校舍)와 화장실 건물만이 있는 곳이었기에 도서관을 세울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당시 현지에서 활동중이던 시민단체로부터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라오스에 가기 이전까지 내가 손에 벽돌을 잡아본 적은, 2006년 아동양육시설에서 공익근무를 할당시 식당을 증축할 때 뿐이었으므로 완전 초짜였다. 현지의 인부-라고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지역 주민들이었다–와 협.. 더보기
현우의500자_117 ‪#‎현우의500자‬ _117 저녁 즈음 다시 돌아온 도서관, 과제 준비를 하기 위해 책들을 펼쳐놓은 채다. 교환학생 신분이 익숙해지기 시작한 4월의 어느날이었다. 검은 건 칠판이요, 하얀 건 교수가 적어놓은 글씨라는 것 정도는 이해했다. 나이 든 교수의 판서는 일본인 친구들도 이해하기 어렵다 한다. 생면부지 친구들의 노트를 복사하는 것도 모자라 매 수업 시간마다 녹음을 한 뒤 복습하는 하루가 계속됐다. 과제도 피할 수는 없었다. 도서관에서 과제 준비를 이러저러쿵하고 있는데 갑자기 도서관에 불이 꺼진다. 당황하는 학생들. 하지만 학교 노트북의 불빛이 그대로인 것을 보니 정전은 아닌 듯 했다. 이어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오늘은 지구의 날입니다. 지구를 위해 10분 간 소등하도록 하겠습니다. 10분 동안 .. 더보기
현우의500자_81 #현우의500자 _81 이른 새벽이다. 어제의 작업에 고단했던 나는, 10시 경 침낭에 들어가 얼굴 만을 내어 놓은 채 잠이 들었다. 잠을 자야겠다, 는 생각도 없이 잠이 들어버리고는 아침이 어슴푸레 밝아오면 눈꺼풀 위로 새로운 빛이 들었다. 동남아라고는 해도 1월 라오스의 새벽은 스치는 바람이 시기하듯 춥다. 얼굴에 간 밤의 추위가 서리 내려, 바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눈썹을 한 번 으쓱하곤 침낭의 지퍼를 내린다. 피로는 가셨지만 여전히 어제 도서관을 짓기 위해 들었던 벽돌의 무게가 근육 곳곳에 남아 있다. 으, 짧게 신음소리를 내고 1층으로 내려 간다. 라오스인 아저씨와 부인 그리고 학교를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난 첫째 아들이 바짝 모은 모닥불가에 앉아 있다. 모닥불 위에는 검게 그을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