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병원

아픈 이유 "아픈 이유" 어릴적부터 생일이 있는 4월이 되면 이유 없이 아픈 날이 있었다. 고열과 기침 그리고 어지럼을 동반한 아픔이었고, 그런 날이면 밤새 어머니는 내 옆에 앉으신 채 내 이마에 찬 수건을 올려주셨다. 아침이 되어 병원을 가면 의사선생님은 감기 몸살이라며 몇 일 분의 약을 처방해주셨고, 나는 그것을 생애 마지막 약인양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몇 일이 지나면 씻은 듯 나았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오늘(2016년 4월 10일) 시점, 이제 3일 동안 지속된 4월의 아픔에서 슬며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먹은 약에 수면제 성분이 있는지 지금 사실 좀 헤롱헤롱하기도 하고 멍하기도 하다. 하지만 무언가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이렇게 앉았다. 4월의 아픔에는, 이유가 있을까. 몇 .. 더보기
똥오줌을 싸지 않는 아이 2015.02.14. 소설 병원의 장례식장에서 아이 한 명이 응급실로 실려왔다. 마침 오늘 당직인 나는, 수많은 응급환자들 사이에서 씨름하고 있었다. 오늘 따라 시내에서는 교통사고가 3건이나 났고, 다행히도 삶을 내 눈 앞에서 마감한 사람은 없었지만 그렇게 허무하게 삶을 끝내도록 하지 않겠다는 내 의지가 더 강했던 것은, 나름의 뿌듯함으로 느끼고 있던 중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아이가 실려오다니? 무슨 일이야?" 간호사에게 물으니, 한 아이가 아랫배를 움켜쥐고 사색이 되어 울며불며 있는 걸 발견한 아이의 친척이 상황이 위급하다고 생각해 응급실로 보냈다고 나에게 설명한다. 아이가 떼를 쓰는가 보다 하고,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이가 누워 있는 침대로 갔다. 커튼을 젖히니, 울고는 있지만 간호사가 설명했던.. 더보기
현우의500자_99 #‎현우의500자‬ _99 친구들이 집에 모였다. 우리집이 궁금하다 하기도 했고 내가 직접 만들어주는 한국 요리도 먹어보고 싶다고 하기에 초대했다. 적게 잡아도 20명이 넘는 친구들이 교수님 한 분까지 모시고 우리집을 방문했다. 떡볶이, 탕수육, 김치 계란말이 등을 만들었고 함께 맥주를 마셨다. 따뜻한 시간을 보낸 후, 입가심으로 먹을 과일 통조림을 따기 위해 다시 주방에 갔다. 따개가 없어 칼로 통조림 위를 톡톡쳐가며 땄다. 술기운 탓에 쉽지 않았다. 그러다 손이 삐끗, 했다. 뚜껑의 날카로운 부분에 왼손 엄지 손가락이 베였다. 꽤 깊이 베였는지 피가 포물선을 그리며 뿜어 나왔다. 화장실로 달려갔고 수건과 휴지를 사용해 지혈했다. 하지만 피가 멈출 기미가 없자 집 주위의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일본인 .. 더보기
현우의500자_93 ‪#‎현우의500자‬ _93 태어나자 마자 몇 달을 울었다고 했다. 밤낮 없이 울어, 나를 낳으시곤 몸을 풀어야 했던 어머니께선 밤을 샐 정도로 나를 업고 옛 집 마당을 걸으셨다 했다. 그러던 어느 오후, 매일 울던 나의 얼굴을 옆집 할머니께서 보시더니 내 얼굴이 왜 이렇게 노랗냐며 병원을 가보라 하셨단다. 그제서야 병원을 찾은 부모님은 내가 황달을 넘어 흑달이 되었다는 의사의 진단을 들으셨단다. 발목까지 황달기가 내려와 조금만 더 늦었으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나는 바로 입원했단다. 두 달 간 병원에 입원해 간의 회복을 위한 치료를 받았단다. 아버지께서는 조선소 노동자셨는데 일을 마치시고 돌아오시는 길, 매일 들러 눈을 가리고 있으면서도 발을 꼼지락 거리고 있는 나를 보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