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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친함은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친함은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가끔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나는 장면이 있다. 그건 고3이었을 때 수능을 마친 뒤의 일상에서 일어난 일이다. 패잔병들의 모임처럼, 수능이라는 전쟁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져 버렸으니 자존심이라도 지켜보려는 친구들은 날카로웠다. 사소한 일에도 큰 시비로 번질 수 있었으니 서로 졸업 때까지 조용히 지내자는 암묵적 합의도 있었던 듯 싶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반의 한 친구와 다른 반의 한 친구가 싸운다는 소식이 복도로부터 들렸다. 이 싸움이 있기 몇 달 전 우리 반의 두 친구가 싸운 적이 있었는데 이때의 불똥이 이상하게 나에게 튀었다. 그 둘의 싸움을 말리거나 중재할 사람이 나 밖에 없었는데(응?왜일까?) 내가 말리지 않았다며 꽤나 욕을 들었던 것이다. 다음에는 누군가 싸움.. 더보기
거칠 혹은 까칠 "거칠 혹은 까칠" 20대 이후가 되어 나를 만난 사람들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나는 어릴 적에 꽤나 재밌는 사람이었다. (재밌는 사람이라 표현할 수도 있고, 남을 잘 웃기는 사람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다.) 초등학교 때는 흔히 말하는 '오락부장'으로서의 복무를 충실히 했지 말입니다. 그리고 중학교 때에는 항상 웃는 얼굴로 다닌다고 별명이 '씨산이' 였을 정도였다. (씨산이는 사투리로, 바보 같이 실실 웃고 다니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던 어린이가 20살이 넘고 머리에 뭔가가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남을 웃기는 일에 주저함이 많아지게 되었다. 투철한 철학이 있어서라기보다 내가 웃기는 것을 즐겨 하는 것과는 별개로 상대방이 웃을 상황인지 아닌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편하게.. 더보기
현우의500자_121 ‪#‎현우의500자‬ _121 생각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어디선가 들은 것이거나 읽은 것에서 벗어나 자기자신만의 생각을 구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이전의 나는, 생각이란 누구나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다 보면 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겼다. 또 논쟁이 붙거나 토론이 형성되었을 때, 내가 말했던 내용은 사실상 내 생각이 아니라 유명학자나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은 내용들을 내 입과 시간을 빌어 전하는 것 뿐이었다. 누군가의 생각을 읊는 것과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갖고 그것을 밝히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표절과 창작이 가지는 사회적 입장과 유사하다. 바쁘게 보내게 되는 일상 속에서든, 오롯이 자신만을 바라볼 수 있는 자유의 시공간 속에서든 자신만의 생각을 갖는 것이란.. 더보기
두 가지 단상. 두 가지 단상. 2014.06.01 (아래 글은 어제 새벽에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폰으로 적은 뒤 '게시'를 눌렀건만 사라져 버린 글을 다시 정리하여 적는 글입니다ㅠㅠ 아닌 새벽에 멘붕..ㅎㅎ) # 1 어제의 공연은 몇 가지 생각을 저에게 남겼습니다. 그 중 한 가지를 글로 옮기고자 합니다. 공연의 시작 시간은 저녁 6시였습니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된 만큼 해는 길어질 만큼 길어졌습니다. 다시 말해 오후 6시라 하여도 하늘은 밝았습니다. 일찍이 제 자리에 앉아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고 또 이미 자리에 착석해 있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그들이 어떤 얼굴을 갖고 있고 어떤 옷을 입었고 무엇을 읽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더보기
벌레 한 마리 벌레 한 마리 2013.7.2 (설마, 벌레 한 마리라는 제목을 적었다고 해서 내 상황을 비유적으로 적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물론, 없겠지만 이렇게 내가 지레 겁먹어 변명을 하는 것도 웃긴 상황이긴 하다) 언제부턴가 내 방에 벌레 한 마리가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파리나 모기보다는 그 크기가 작으나, 자신이 벌레임을 충분히 알리고도 남을 정도의 모습이다. 넓지도 않은 방임에도 벌레는 이리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벌레는 무엇을 먹고 어떤 삶의 목적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카프카는 '변신'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가족의 한 구성원이 벌레가 되어가는 과정을 적었지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벌레보다는 그 위용이 더 대단했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카.. 더보기
어떻게 적어야 하지? 어떻게 적어야 하지?. 2013.6.25. 하루에 한 번씩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로 마음을 먹고, 가끔 빼먹긴 하지만 꾸준히 글을 적는다. 매일 글 주제를 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부여잡고 한참을 앉아 있다보면 주제 하나는 나오는 법이다. 글을 적다보니, 여러가지 요구사항이 들어온다. 글이 너무 길다느니, 글이 너무 딱딱하다느니, 극단적이라느니.. 이런 반응들이 대부분이다. 글의 길이가 길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읽는 사람을 염두해두고 글을 적기는 하지만 그 사람이 긴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은 내탓이 아니다. 글 자체를 못읽는 것을 난독증이라고 하던데, 그중에서도 요즘 사람들은 긴 글 자체를 혐호하는 난독증에 꽤 걸린 것 같다. 나는 일종의 치료사가 되고 싶다. 글이 딱딱하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