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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리석은 질문 어리석은 질문 운전면허를 갓 따고 운전에 재미를 붙여나가고 있던 20살이었다.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아버지로부터 운전을 하나씩 배웠기에, 말 그대도 실용적인 운전을 할 수 있었다. 운전 면허 시험장 코스는, 떨어져가며 한 코스씩 한 코스씩 익혀 나갔다. 몇 번의 낙방 결과 운전면허를 손에 쥐게 되었으니 그 재미와 기쁨은 크디 컸다. 택시를 탈 일이 있었다. 운전에 재미를 붙이고 있을 시기였던 만큼 매일 운전을 하시는 택시기사님은 얼마나 재밌을까 생각하다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택시 기사님께, 20살의 천진난만함을 담아 물었다. 기사님께서는 이렇게 재미난 운전을 매일 하시니 참 좋으시겠어요. 기사님께서 나를 슬쩍 보시고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뭐든 처음에는 재밌는데, 그게 먹고 살 일이 되면 재밌지 않아요.. 더보기
59초 "59초" 할머니 생신이었다.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할머니께서는 깨어있으실 것이 분명해 전화를 드렸다. 여보-세요.(할머니께서는 '보'를 길게 발음하신다.) 할매, 해눕니다. 아이고. 해누가? 예. 오데고? 서울입니다. '아이고. 서울에서 전화했나?' 예. 할머이, 생신 축하드립니더. 그래. 서울 먼데서 전화를 다 했나. 할머니께서는 아직 옛날 시외전화 시절의 기억이 있으신가 보다. 매년 생신이 되면 전화를 하는데, 서울에서 전화를 걸었으니 빨리 전화를 끊어야 한다는 투의 말씀이시다. 아침 식사는 하셨는지, 편찮은 데는 없으신지 물어도 보고 해도 끊고 난 전화에는 59초라는 짧은 통화 시간이 무심하게 반짝이고 있다. 작은 손자, 해드릴 건 전화 한 통 밖에 없어 죄송한 마음 뿐이다. 명절 마다 내려가서 찾.. 더보기
만남 자체만으로. 만남 자체만으로. 2014.9.19. 서울에 살면서 종종 마주치는 사람들은 '여행자'다. 여행자의 손에는 어김없이 그들의 나라 언어로 적힌 지도나 관광 책자가 들려있기 마련이니 알아차리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한글로 된 간판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고, 당신의 나라에는 팔지 않는 여러 음식을 먹으며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면 '여행'이라는 시간은 일상보다 몇 배의 가치가 더 있는 듯 하다. 그러다 가끔, 지하철이나 큰 대로변에서 지도와 건물, 건물과 친구의 얼굴, 친구의 얼굴과 자신이 마주한 어려움을 번갈아보며 헤메이는 여행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부부같아 보이는 사람도 있고, 친구들인 듯한 사람도 있고 혼자 온 사람들도 있다. 무언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을 알아보는 신호는 그리 약하지 않아 언제나 항상 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