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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능력시험

친함은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친함은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가끔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나는 장면이 있다. 그건 고3이었을 때 수능을 마친 뒤의 일상에서 일어난 일이다. 패잔병들의 모임처럼, 수능이라는 전쟁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져 버렸으니 자존심이라도 지켜보려는 친구들은 날카로웠다. 사소한 일에도 큰 시비로 번질 수 있었으니 서로 졸업 때까지 조용히 지내자는 암묵적 합의도 있었던 듯 싶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반의 한 친구와 다른 반의 한 친구가 싸운다는 소식이 복도로부터 들렸다. 이 싸움이 있기 몇 달 전 우리 반의 두 친구가 싸운 적이 있었는데 이때의 불똥이 이상하게 나에게 튀었다. 그 둘의 싸움을 말리거나 중재할 사람이 나 밖에 없었는데(응?왜일까?) 내가 말리지 않았다며 꽤나 욕을 들었던 것이다. 다음에는 누군가 싸움.. 더보기
현우의500자_75 #현우의500자 _75 당장 브레이크를 잡지 않으면 사람을 죽일지도 모른다. 순간 앞의 문장이 떠올랐다. 앞바퀴를 오른쪽으로 힘껏 틀며 브레이크를 꽉 잡았다. 여고생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 비명 소리 사이로 내 옷에서 나는 알싸한 탄 냄새와 머리를 크게 울리는 크크크 소리가 화염처럼 나를 감쌌다. 몇 미터나 미끌린 것일까. 순간 정신을 잃었던지, 눈을 질끈 감아버린 탓에 동공에 압력이 가해졌던 것인지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앞을 볼 수 있었다. 내 눈 앞에는 여고생들이 나를 일으켜 세워주지도 않은 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내 앞으로 갑자기 튀어나왔던 학생으로 보이는 소녀가 나에게 미안하다며 슬픈 얼굴을 짓고 있다. 팔과 다리에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걸을 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