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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벗고 싶어질 때가 있을 걸 ‘벗고 싶어질 때가 있을 걸.’ 2016.12.02. 대부분의 친구들은, 졸업을 할 초등학교 인근의 중학교를 갔다. 하지만 나는 형이 다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학급에서 단 10명 만이 진학을 했던 마산중학교에 지원했고 어렵지 않게 입학이 결정되었다. 굳이 형이 다니고 있다는 이유가 아니었어도, 유일하게 집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였다는 것도 큰 결정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중학교 진학이 결정되고 난 뒤, 내가 처음 한 일은 머리카락을 짧은 스포츠로 깎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두발자유화는 꿈 같은 소리였다. 겨울이 채 오기도 전에 나는 스포츠 머리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되려 어색한 머리가 되었다. 그 덕분에 초등학교 졸업앨범에는 정말 이상한 모습으로 찍힌 사진이 떡 하니 남았다. .. 더보기
실패해도 괜찮다. 운전면허를 갓 딴 뒤였다. 운전학원을 다니지 않고 아버지로부터 운전을 배웠기에 몇 번의 불합격을 겪은 뒤 딴 운전면허라 갓 20살의 나는 한껏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운전 실력은 사실 별볼일 없었다. 별볼일 없다는 수준을 넘어 아버지의 트럭 곳곳을 다치게 할 정도였다. 아버지께서는 사람만 치지 않으면 되니 차 걱정은 하지 말고 편하게 운전하라 하셨다. 아버지를 조수석에 태우고 어딘가 갈 일이 있는 날이었다. 아버지께서 운전을 하시면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었지만 아버지께서는 첫째로 아들이 운전을 하는 것을 뿌듯해하셨고, 둘째로 운전은 계속 해봐야 한다 하시며 열쇠를 나에게 건네주셨다. 이날도.. 나는 후방주차를 하다 오른쪽 깜빡이를 박살내어버렸다. 아버지께 죄송했고 차에게 미안했다. 볼일을 마치고 다시 .. 더보기
아끼는 법 "아끼는 법." ---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하나. 명품 화장품, 백(bag)이나 고급 승용차 등 비싼 가격을 주고 산 것은 아끼고 저렴한 것들은 잘 아끼지 않는다. --- 몇 해 전, 아버지께서 해외에 나갔다 오시며 남성용 스킨 하나를 내게 선물로 주셨다. 향이 진했고, 병이 예뻤다. 나는 그것을 면도 후 피부결을 정리할 목적으로 상쾌하게 막 썼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유럽에 갈 일이 생긴 나는 비행기 안에 앉아, 내 손바닥에 흥건히 흐르던 그 스킨을 떠올리며 울적해졌다. 그 남성용 스킨이 비행기 내 면세 카탈로그에 비싼 가격으로 예쁜 사진과 함께 떡! 하니 실려 있는 것이었다. 몇 십 만원이 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스킨의 가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목욕탕 안의 '쾌남' 정도로 밖에.. 더보기
현우의500자_104 #‎현우의500자‬ _104 트럭이 나뒹굴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것은 좋은 경험이 아니다. 아버지와 함께 배를 납품하러 가는 길이었다. 바닷길로 이어지는 지루한 길이 이어졌고 언덕 하나만이 남았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안도했다. 언덕을 올라가던 도중, 아버지께서 이상한 징후를 느끼신 것을 알아차렸다. 브레이크가 들지 않았던 것이다. 백 미러를 통해 보이는 것은, 한 가족이 차에서 내려 한가로이 놀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버지의 판단에 따라 한 가족의 목숨과 아버지, 나의 목숨이 달려 있었다. 왼쪽은 바다로 이어지는 낭떠러지였고 오른쪽은 높게 솟아 있는 논두렁이었다. 맑은 날을 즐기고 있던 가족의 차는 논두렁 쪽에 주차되어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순발력을 발휘해 가족의 차를 지나 논두렁 제방에 배가 실린 트럭의 .. 더보기
오늘한시_14 ‪#‎오늘한시‬ _14 흰 머리 아저씨들 가득 나에게 누구의 아들이냐며 인사를 하는 아저씨들 가득 누구의 아들이라며 인사를 하는 아줌마들 가득 어머니보다 나이들어 보이는 아줌마들 가득 놀라웁다 이 사람들 나의 아버지의 친구 나의 어머니보다 어린 친구 그런 친구들 같은 머리색을 하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뉘앙스를 풍기며 나를 보는 그 눈빛들 가득 언제나 청년처녀같은 그 모습의 어머니아버지는 내 상상 속의 모습인가 그랬던 것인가 돌아보니 내 나이 가득 다른 누군가와 비교해보아도 적지 않은 나 가득 나이 가득 아버지 친구 아들의 결혼식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어머니 어머니아버지의 모습 그런 시절이 지나 내가 다시 그런 모습이 되었을 떄 내 아이들의 모습을 기억할 내 아이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가득 가득 그리고 갸륵..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