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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과 수강신청 '여행과 수강신청' 1. 남들이 많이 듣는다고 내게도 좋은 수업은 아니다. 말 그대로, 남들이 많이 듣는 수업이라고 소문이 난 수업들은 학점을 잘 주거나 수업이 편한 수업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수업이 반드시 나에게 맞는 수업이라는 보장이 없다. 수강신청 이야기로 하면, 학점을 잘 준다는 수업이라도 절대평가가 아닌 이상, 누군가는 반드시 C이하를 받는다. 그리고 수업이 편하다는 것은, 열심히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말. 다시 말하면,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들어도 머리 속에 남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 수업을 비싼 등록금 내고 들을 필요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학점만을 따기 위해 들어온 곳이 대학이 아니라면 말이다. 남들이 많이 듣는 수업은 결국 남들에게는 좋은 수업일 수 있겠지만, 자신에게는 .. 더보기
우리 모두, 수수하지만 굉장해 독서는 취미랄 것도 없으니, 굳이 최근에 내가 가진 취미를 말한다면 “일본 드라마 시청” 정도다. 드라마 시청이 취미라니 참 별 것 아닌 취미다 싶기도 하지만, ‘영화 감상’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취미에 속하는 것이 드라마 시청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왜 영화는 감상이고, 드라마는 시청이라 부르는 것일까. 이왕 취미라고 적을 거, 멋드러지게 일본 드라마 감상. 이게 내 취미 되시겠다. 최근이라 해도 작년(2016년)의 일인데, 취미의 일환으로 보았던 두 편의 일본 드라마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 편은 2016년 2분기 드라마 “중쇄를 찍자 (원제 : 重版出来)”이고 또 다른 드라마는 2016년 4분기의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 (원제 : 地味にスゴイ、校閲ガール河野悦子)”이다. 일본은.. 더보기
“알바 시각표” “알바 시각표” ‘이러다가 분명, 또 내가 일한 만큼 돈을 받지 못 할거야. 어떻게 하지? 내가 얼마만큼 일을 했는지, 시각표를 적어놔야겠다.’ 2004년 겨울, 아직 11월임에도 더 이상 추울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추위가 이어졌다. 내가 일했던 주유소는 바다를 메워 만든 매립지에 세워져 있어 바다와 상당히 가까웠다. 바다는 다른 건물들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바다의 비린 냄새와 함께 차가운 겨울 바람은 주유소 곳곳을 파고 들었다. 나는 몇 번이고 주유소 소장님께 아르바이트를 위한 대피장소, 그러니까 주유소에 들어가면 흔히 보이는 조그마한 부스를 하나 사서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했고 추운 겨울이었음에도 플라스틱 간이의자에 앉아 벌벌 떨며 손님을 기다려야만 했다. 10월에.. 더보기
교토에서 만난 "교토에서 만난." 2016.08.29. 처음에는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하는 줄 알았다. 일본 교토의 어느 시민회관에서 후쿠야마 테츠로(福山哲郞) 민진당 참의원의 강연이 끝난 뒤, 점심을 먹고 캔 커피를 하나 사러 나온 길이었다. 나와의 거리가 2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을까. 한 여자가 무릎을 바닥에 댄 뒤 양손 역시 바닥에 대며 수그리고 머리를 숙인 채 한 참을 있었다. 처음에는 교토라는 지역에는 역사적으로 오래된 절도 많고 또 전통을 지키는 곳이라 생각해서, 삼보일배를 하는 승려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금 자세히 보니, 거지였다. 그것도 여자 거지. 그날도 날씨는 더웠고, 여자 거지의 옷도 그만큼 가벼워져 있었다. 긴 바지를 입고 조리 신발을 신고 있었지만, 상의는 가슴이 거의 드러나 보이는 검은 민.. 더보기
따라하기 “따라하기”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학교 근처에 라면집이 있었다. 그 가게 이름이 토라(虎). 호랑이라는 이름의 라면집에는 호랑이 얼굴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져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저녁을 먹기 위해 꼭 이 라면집을 들렀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학생은 곱빼기를 무료로 드립니다.’라는 아름다운 문구에 홀린 탓이다. 라면 가게는 작았다. ‘일본 라면 가게’라고 생각하면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좁고 기다란 가게였다. 가게 안에는 부부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아저씨-사실 할아버지와 할머니셨지만 추억은 미화되는 법이니-가 계셨다. 라면과 볶음밥 세트를 주문하며, ‘오오모리데(곱배기로)’라 말하며 누가 봐도 학생인 듯 보이도록 가방을 벗어보였다. 라면을 기다리는 동안 하는 일이란, 주인아저씨가 라면.. 더보기
37점 “37점” 이제부터 여러분이 읽게 될 이야기는, 누구나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나 중에서 자신이 어디까지 나아질 수 있는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나 그 방법을 찾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일본어를 내 나이 또래가 흔히 접하던 계기로 접한 것은 아니었다. 내 또래가 ‘흔히 접하던 계기’란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통해 일본어에 흥미를 갖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일본어를 배우게 된 것을 말한다. 이런 사람을 ‘오타쿠’라고 불렀는데, 최근에는 ‘덕후’라 부르는 듯 하다. 나는 ‘러브레터’라는 영화를 보고, 일본어에 흥미를 갖게 된 후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만’이라는 뜻의 ‘케도’라는 발음이 재밌었다. 그렇게 배운 일본어를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꾸준히 배웠다... 더보기
현우의500자_117 ‪#‎현우의500자‬ _117 저녁 즈음 다시 돌아온 도서관, 과제 준비를 하기 위해 책들을 펼쳐놓은 채다. 교환학생 신분이 익숙해지기 시작한 4월의 어느날이었다. 검은 건 칠판이요, 하얀 건 교수가 적어놓은 글씨라는 것 정도는 이해했다. 나이 든 교수의 판서는 일본인 친구들도 이해하기 어렵다 한다. 생면부지 친구들의 노트를 복사하는 것도 모자라 매 수업 시간마다 녹음을 한 뒤 복습하는 하루가 계속됐다. 과제도 피할 수는 없었다. 도서관에서 과제 준비를 이러저러쿵하고 있는데 갑자기 도서관에 불이 꺼진다. 당황하는 학생들. 하지만 학교 노트북의 불빛이 그대로인 것을 보니 정전은 아닌 듯 했다. 이어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오늘은 지구의 날입니다. 지구를 위해 10분 간 소등하도록 하겠습니다. 10분 동안 .. 더보기
2015년 3월 11일 2015년 3월 11일 - 2014.03.11. 오늘은 일본에서 쓰나미가 일어난 지 4년이 되는 날이다. 그와 더불어 나에게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 날이기도 하다. 형의 큰 아들, 즉 나의 조카의 생일이다. 불교적 전통을 가진 우리 가족은 음력 생일을 쇠지만, 나는 큰 조카의 생일을 양력으로 기억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이 일으킨 천재지변으로 죽은 날, 우리집은 새로운 가족을 맞이했다. 그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날이다. 4년 전에 일본 열도에서 죽은 수많은 사람들은 아무런 죄를 지은 것이 없다. 죽은 이들 중에 범죄자나 살인자가 있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그런 죽음을 당해야만 하는 죄를 지은 것은 아니다. 죄를 짓지 않았지만 죽음을 받아들여.. 더보기
불친절한 글 # 0 2015. 1.28. 아래에 적힌 글은 매우 불친절한 글이다. 왜냐하면 글을 적는 내가 갖고 있는 단편적인 지식들이 두서 없이 나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감히 예견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 적고 나니, 글의 길이도 무척이나 불친절하다.) # 1 프랑스에서 '샤를리 앱도'라는 풍자 잡지에서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를 풍자한 그림을 그렸고, 이 잡지사에, 프랑스인이면서 이슬람 문화에서 살아 오던 청년들이 난입해 기자, 직원 및 이들을 막기 위한 경찰을 죽였다. 이후 프랑스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프랑스 내의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 문제 역시 같이 불거지고 있다. # 2 그리스에서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가 총선에서 승리했다. 국회 과반수를 넘기지는 못했.. 더보기
일본 그리고 일본인 2008년이었다. 다시 대학에 들어와서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경험을 쌓아가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어떤 한 수업에서 한 편의 독립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 영화의 제목은 '우리 학교'였다. 재일조선학교에 대한 일상을 담은 그 영화는 내가 알지 못했던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의 존재를 나에게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를 제작했던 제작자와 감독이 직접 학교에 와서 영화를 같이 본 후 그 영화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받고 또 대답을 해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여운은 길게 남았다. 이후 보건복지부의 재정적 후원을 받아 '조사연수단'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의 '조선학교'에 직접 방문할 기회가 생긴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일본에 방문하기 전 사전 학습의 계기로 삼고자 '한일합동교육연구회'라는 한국과 일본의 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