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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2015년 3월 11일 2015년 3월 11일 - 2014.03.11. 오늘은 일본에서 쓰나미가 일어난 지 4년이 되는 날이다. 그와 더불어 나에게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 날이기도 하다. 형의 큰 아들, 즉 나의 조카의 생일이다. 불교적 전통을 가진 우리 가족은 음력 생일을 쇠지만, 나는 큰 조카의 생일을 양력으로 기억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이 일으킨 천재지변으로 죽은 날, 우리집은 새로운 가족을 맞이했다. 그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날이다. 4년 전에 일본 열도에서 죽은 수많은 사람들은 아무런 죄를 지은 것이 없다. 죽은 이들 중에 범죄자나 살인자가 있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그런 죽음을 당해야만 하는 죄를 지은 것은 아니다. 죄를 짓지 않았지만 죽음을 받아들여.. 더보기
현우의500자_49 #현우의500자 _49 지하철 객차에 앉아 있다. 한 량은 바쁠 틈도 붐빌 틈도 없다. 책은 덮고 일상 속 소설을 보고 싶다. 그래서 열심히 몰래 주변을 응시하고 있다. 내 자리는 문 쪽에서 세 번째 자리다. 내 옆으로 2명이 더 앉을 수 있다. 첫 자리에는 미술도구인지 마술도구인지를 잔뜩 들고 있는 여자가 졸고 있다. 그리고 빈 자리. 그리고 나. 한 역을 지나 고등학생 두 명이 탔다. 그 중 여학생은 내 옆 빈 자리에 앉는다. 하지만 남학생은 자리를 찾지 못해 다른 방향으로 간다. 내 왼쪽 좌석의 승객이 자리를 뜬다. 나는 자리를 스슥 옮긴다. 여학생과 남학생이 같이 앉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여학생의 고맙습니다. 고맙긴. 몇 역을 지나 미술을 하는지 마술을 하는지 모를 여자가 가방끈을 바닥에 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