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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 넋 놓고 있으니..

심판이 넋 놓고 있으니.. 2013.6.23. 


스포츠가 근대화가 되고 난 이후, 거의 모든 경기에는 심판이라는 존재가 중요성을 더하게 되었다. 심판은 경기의 시작과 끝을 알리며, 또 승부를 가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선수들 중 일방이 경기 규칙에서 잘못된 행위를 하였을 경우, 제재를 가하거나 벌점을 주거나 다음 경기에서 불이익을 얻도록 하고 있다. 선수들은 그 심판의 권위에 복종하며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 충분한 인지를 하게 된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의 여러 문제들은 결국 심판들이 넋 놓고 있는 것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심판들이 제대로 역할을 다한다면 정치인들이든 행정 관료들든 검찰 소속의 검사나 법무부 장관이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를 할 수 있을터인데도 불구하고, 심판이 그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 정치에서의 심판은 누구인가? 바로 국민이다.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더욱 나은 사회가 되고 더욱 많은 국민들이 자신의 꿈과 행복을 이 한반도라는 공간 내에서 이룰 수 있도록 하는데 의지가 있는 국민이다. 이런 국민들이 심판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니, 권력자들이나 정치인들이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고 있는 것이다. 


좋은 선수를 기용하지 못한 감독들의 탓도 있을테지만, 그런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미 경기장 위에 올라와 있는 선수들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심판의 역할이다. 공적 경기장인 국회, 대통령, 법원 등에서 우리가 알아차리고 해야하는 일은 그들에게 제대로 된 룰을 주지시키고 만약 그 룰을 어기거나 심판의 명령에 불복종할 경우에는 다시는 경기를 설 수 없을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하지 못하다. 도덕적이든 도의적이든 잘못된 선수를 경기장에 올려보내는 것 뿐만 아니라, 경기장 위에서도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치지 않고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경기를 펼치려고 하는 나쁜 선수들에게 심판은 경고를 제대로 날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나쁜 관성에 젖은 선수는, 자신이 잘못을 한다고 하더라도 심판의 제재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다시 그런 잘못을 해도 되는 것으로 착각마저 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하나의 경기 운영 규칙이다. 국민(인민)들의 뜻을 모아서 국가를 운영하는데 그 원동력으로 삼고,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경기 규칙이다. 이 경기에서 선수들은 대통령부터 시작하여, 국회의원, 검찰, 법원 그리고 경찰을 포함하는 행정관료들까지 포함된다. 이런 선수들을 통제하고 관리하고 감시하는 사람들은 바로 국민이다. 민주주의라는 경기장에 오른 선수들은, 그 경기장 안에서는 국들의 통제를 받아야 마땅하나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그 민주주의라는 경기장 자체를 훼손하는 사람들마저 있다. 이런 경우에 우리 국민이자 심판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우리느 충분히 알고 있다. 그들에게 경고를 내려야 한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하는 엄중한 경고를 내려야만 하는 것이다. 당장의 승패를 떠나서 경기의 룰을 제대로 지키도록 하는 것이,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이나 선수, 그리고 심판에게까지도 '정의'의 기준이 제대로 서는 순간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보면, 심판들의 역할은 충분히 그 역할을 다했었다. 이승만 정부 시절, 부정선거에 항의한 부마항쟁과 전두환의 집권 야욕을 꺾고 이 땅 위에 민주주의를 제대로 세우고자 했던 광주민주항쟁, 그리고 직선제 개헌을 이뤄냈던 87년 6월 항쟁의 역사는 우리가 심판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1895년 동학농민운동이 그랬고, 이어 진주에서의 항쟁 역시 그랬다. 치정자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내어 바치면서까지 다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정치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고 정책을 마구 바꾸어도,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경기장인 민주주의를 훼손해도, 법원과 검찰이 권력층에 맞는 판결을 내리고 구속을 결정해도 우리는 아무말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원래 그랬다는 것 마냥 행동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를 축소시키고 은폐시키기에 급급하고 그것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심판들의 역할은 도대체 무엇인가. 


심판들이 제대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그 역할을 다해야만 한다. 엄중한 경고를 내릴 수 있는 권리는 우리가 민주주의 국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임과 동시에 앞으로 우리의 미래세대가 그 경기장을 포기하고 떠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노력인 것이다.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경기장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해 둔다면 우리 후손들은 무너진 경기에서, 규칙도 없고, 경고도 없는, 총과 칼 그리고 돈이 권력이 되는 사회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이런 사태는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우리 심판들이여. 다시 한번 우리에게 주어진 호루라기를 입에 물자. 그리고 힘껏 불자. 잘못을 저지른 선수에게 그 호루라기의 소리가 지난 역사의 소리이며 지금의 회한이며, 미래에 대한 우려가 섞여 있다는 것을 들려줘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심판들이여, 일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