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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에 해당되는 글 26건

  1. 2015.04.02 현우의500자_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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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15.01.15 현우의500자_40
2015. 4. 2. 22:15 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121


생각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어디선가 들은 것이거나 읽은 것에서 벗어나 자기자신만의 생각을 구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이전의 나는, 생각이란 누구나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다 보면 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겼다. 또 논쟁이 붙거나 토론이 형성되었을 때, 내가 말했던 내용은 사실상 내 생각이 아니라 유명학자나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은 내용들을 내 입과 시간을 빌어 전하는 것 뿐이었다. 누군가의 생각을 읊는 것과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갖고 그것을 밝히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표절과 창작이 가지는 사회적 입장과 유사하다. 바쁘게 보내게 되는 일상 속에서든, 오롯이 자신만을 바라볼 수 있는 자유의 시공간 속에서든 자신만의 생각을 갖는 것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차에 멍하니 앉아 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달았다. 비록 투박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갖겠다는 노력으로, 한 명의 사람은 타인과 다른 존재가 된다. 특별하지 않을지 몰라도 독립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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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29. 22:24 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109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한 번 정리해보고 싶다. 무슨 노릇인지 현우의 500자 전반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마치 새벽 아지랑이가 낀 넓은 호수가에 죽어가는 나무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물을 옆에 두고 죽어가는 나무는 무엇을 필요로 했던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반응들을 글로 표현했다. 또 한 번 어떤 계기인지는 알 수 없으나 글이 밝아진다. 아지랑이 흩어지고 벌새 한 마리와 풍뎅이 한 마리가 사투를 벌이는 공간으로, 다시 말해 생의 공간으로 글의 색깔이 변했다. 열어 둔 결론에는 다양한 상상들이 비집고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왜 이렇게 글을 쓰는가. 나는 내 경험이 나 개인의 기억이나 추억 속에 있기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경험이 되었으면 한다. 공유되고 공감되어 독자도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더욱 생생히 볼 수 있도록. 그리고 이런 글을 쓰는 사람도 있으니, 나도 글을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도 가져보도록. 마지막으로 해두고 싶은 말은, 소재 고갈의 걱정은 접어두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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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1. 09:22 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82 


가족이란, 같은 치약을 쓰는 사람들이다. 무엇을 먹고 마셨든 같은 치약을 쓴다. 그래서 양치를 마치고 나온 가족의 입에서는 같은 향이 난다.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할 때도, 또 미움과 시기를 드러낼 때도 같은 향을 내는 입으로 말한다. 누군가가 치약을 다 썼다고 여겨 버리려고 하면, 어머니는 그 치약의 몸통을 무지막지하게 비틀어 버리고는 '앞으로 몇 번의 양치'라는 승전보를 가족에게 알린다. 그리고 어느샌가 누구의 취향인지도 모를 새 치약이 있으면 가족은 또 같은 향을 내는 입으로 가족임을 확인한다. 가족이란, 같이 밥을 먹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서로가 집 밖에서든 집 안에서든 무엇인가를 자신 안에 받아 들이게 되었을 때, 온전히 그것을 가족의 것으로 인정해주는 사이이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딸에게 어머니는 '양치는 하고 자라' 라고 말씀하신다. 헤어짐에 슬퍼 울며, 딸은 양치를 한다. 양치를 하며, 한 끼 식사와 같은 헤어짐을 받아들인다. 행복과 불행 모두 가족은 같은 향으로 감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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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24. 22:34 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54


피렌체 대성당 옆 지오토 종탑에 올라가려는 사람들의 줄은 길었다. 붉은 피렌체를 보려는 걸까. 나는 붉은 피렌체는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보기로 하고, 피렌체 대성당의 주변을 돌아보았다. 천국의 모습이 양각되어 있다는 산 죠반니 성당을 에스프레소 한 잔 들고 빼꼼히 바라보기도 하고, 타일로 만들어진 길바닥을 발로 팡팡 소리 내어보기도 했다. 한 바퀴를 돌고 난 뒤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순간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내 마음에 양각으로 남은 하얀 얼굴, 단발의 머리 그리고 가벼운 옷차림의 여인을 보았다. 지오토 종탑에서 들리는 침묵의 종소리가 들리자 내 몸 안팎의 웅성거림은 잦아들었고 나는 자연스레 그녀를 따라갔다. 어떤 사람일까. 질문을 떠올리며 따라가고 있을 때 동행하던 동생이 나를 잡는다. 동생에게 눈길을 주고 돌아보는 찰나, 그녀는 내 눈에서 사라졌다. 황급히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피렌체에 다시 갈 때 꽃 한 송이, 또 만날지도 모를 마리아를 위해 품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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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23. 09:45 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51


1960년. 우리가 헤어진 때는. 그로부터 50년이 더 흘렀지만 아직 우리는 만나지 못하고 있다. 하나이며 둘이 되어 버린 우리는 아직 서로에 대한 서먹함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둘 사이를 막고 있었던 것은 없었다. 그래서 더욱 멀게 느껴진다. 누구는 자유를 이야기했고, 누구는 우리의 안전을 이야기했다.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지금은 헤어져야 한다며, 헤어짐을 그리고 그리움을 남겼다. 우리 사이를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지 알지 못했다. 우리가 여전히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하나일 것이라 생각했다. 설국의 바람이 건너갈 적, 그 바람이 부러운 이유는 조약으로 가로막지 못한 하늘에겐 등록이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종전의 회한과 패전의 죄책감으로 우리는 헤어짐을 받아들여야 했다. 잘못은 명백했으나 헤어짐은 베스트팔렌의 그것보다 더욱 간명했다. 쓰가루 카이쿄. 혼슈와 홋카이도를 건너는 공해 위의 파도는 쓰가루 연인의 애가보다 높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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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9. 18:10 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48 


눈 앞이 까맣게 보였다가 다시 하얗게 변했다. 숨을 제대로 쉬어보려 해도 등과 가슴을 누군가 꽉 누르고 있는 듯 하다. 친구들이 모여든다. 괜찮냐는 말 한 마디가 내 귀를 스쳐 지나간다. 쿨럭임도 없이 멍하니 몸을 바닥에 늘인 채 누워있다. 엄마한테 옷 더럽혀졌다고 혼 나겠구나.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옷 걱정을 하고 있다. 빨래는 세탁기가 한다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전보처럼 들려온다. 코 끝에서 눈물 맛이 났다. 시큰하면서도 달콤한 맛이다. 눈물이 방울방울 흐른다. 눈물이 흐르니 죽은 것은 아닌가 보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친구들의 얼굴과 하얀 하늘과 코끼리 코다. 코끼리 코 4개가 보인다. 내가 이렇게 누워 있기 직전에 나는 저 위에 서 있었다. 손을 놓고 타보겠다며, 뒤로 타보겠다며 손을 놓았고 지금은 벌러덩 눈물을 흘리며 누워 있다. 다시는 타지 말아야지 하며 또 다시 나는 코끼리 등을 탈 것이다. 그렇게 고통은 도전의 실마리를 어렸던 나에게 던져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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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5. 02:17 현우의500자

그으 짠 거 너무 많이 넣지 말어. 어허, 너무 많이 넣지 말래도. 먹을 때 생각도 해야할 것 아닌가. 먹다가 그만 먹을 수도 없는 걸 그렇게 짜게 만들어서 어쩔 셈인가, 자네의 그 마음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자네의 그 노력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많이 넣으면 자네 몸이 상하네. 내가 이러쿵 저러쿵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넣지 말게. 넣다가 보면 끝도 없이 넣게 되어 버려. 다시 시작할 수 없는 요리이니 이제 그만 넣게. 넣더라도 자네 것만 넣게. 자네 것도 아닌 것을 긁어 모아 넣으면 더이상 손 쓸 수도 없어. 자네는 젊지 않은가. 젊은 친구가 왜 그러나. 이제 그만 넣으래도. 그만 넣어. 시간이 흐르면 자네의 그것이 자네의 밑거름이 될지도 모르는데 지금 다 쏟아 붓고 자네가 그것을 먹고 죽어 버리면 남은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씁쓸하고도 짠, 짜고도 씁쓸한 그것, 이제 그만 넣게. 자네의 눈물 맛은 너무나 짜고 너무도 씁쓸하네. 넣더라도 자네 것만 넣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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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5. 02:16 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42 


생명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배워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유일하게 가진 것이 자신의 생명인 사람들에게 너의 생명 따위 소중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배우지 않아도 알 것이라 하였던 동서양의 철학자들은 부관참시를 해야할 듯 하다. 과거에는 누군가가 어떠한 목적을 갖고 단식을 하거나 분신 자살을 하였을 때, 그 목적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직접 찾아가 단식을 말리거나 분향이라도 하는 덕성이 있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지 같은지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명은 살려야 한다는 인식과 죽음에의 경외심을 명시적으로 드러내었다. 간디가 할 수 있었던 가장 효과적인 저항은 단식이었다는 것은 그만큼 간디가 옛날 사람이라는 것과 지금의 세상은 간디가 넘쳐난다는 세상이라는 것을 동시에 증명한다. 사람을 기계 부품이라 표현했던 찰리 채플린보다, 사람을 갈아 만든 음료를 쪽쪽 빨고 있었던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한 장면이 지금의 시대를 더욱 잘 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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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5. 02:15 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41


늦가을이다. 인도에는 은행나무의 낙엽이 열매를 숨기며 길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이런 날은 달리는 재미가 있다. 토요일 오후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나는 옷을 재빨리 갈아입는다. 그리고 헬멧과 열쇠를 챙겨 집을 나선다. 시동을 건 오토바이는 그다지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배기량이 작은 탓도 있지만 관리를 해주는 형 덕에 오토바이는 언제나 새 것 같다. 바닷가의 부모님 가게를 가는 길은 터널을 통해 가는 길과 터널 위로 나 있는 옛 도로로 가는 길이 있다. 토요일 오후의 옛 도로는 차가 없어 고등학생인 내 청춘에게 허락된 자유의 길이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내리막을 달린다. 은행잎이 도로에서 나뒹군다. 동공에 노란 색이 번진다. 헬멧의 앞 커버를 들어 올려 가을이 주는 풍성한 향기를 코와 피부로 마음껏 들이킨다. 짧은 시간이지만 일주일 중 가장 길게 남는 시간이다. 추억은 때론 한 장의 사진이라기 보다 한 편의 단편 영화처럼 기억에 남기도 한다. 감독은 나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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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5. 02:14 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40


위로의 말 중에서 내가 가장 나쁜 말로 꼽는 말은 '남들도 다 그래.'이다. 누구나 힘든 시기를 겪는다. 그 사람이 어떤 시련을 겪고 있는지는 그 사람을 제외한 사람들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밖에 없다. 그 간접성이 때로는 직접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은, 자신 역시도 겪어 보았던 시련이라는 확신이 들 때이다. 전쟁의 참화라던지, 분단이라던지 혹은 핵 폭발 등 극단적인 경험은 어찌 보면 일부의 사람들만이 공유하는 시련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시간에 의해 특수한 경험으로부터 배제 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비슷한 시련을 겪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비슷한 시련은 없다. 각기 다른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가볍게 이야기한다. "남들도 다 그래. 나도 그랬어." 위로의 말이겠지만, 나는 이 위로를 듣다보면, 내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령 예를 들면, 내 이름 석 자나 내 글 몇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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