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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관심" “관심” 20161223 고속버스 안, 창가에 앉으신 어머니와 복도에 앉은 작은 아들. 오론도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울을 향해 가고 있는 모자를 쓰지 않은 모자. 시내를 빠져나가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창 밖에 산과 들이 보인다. 한국은 참 산도 많다 싶다는 생각이 또 다시 스쳤다. 그때, 어머니께서 내가 모르는 나무의 이름을 나지막이 외치시며 창 밖의 언덕에 손가락을 가리키신다. 내가 그것이 무엇인지도 알아차리기도 전에 언덕은 버스 뒤로 사라져갔다. 그 나무가 무슨 나무였는지 묻자, 그건 어떤 나무이며 이 계절에 꽃을 피운다고 설명해주신다. 그리고 또 이어 무슨 꽃인지를 가리키시는데 이번에는 제법 먼 산에 핀 꽃들이다. 산이 멀어 나도 그 꽃이 어떤 꽃인지 드디어 알아보곤 어머니의 설명을 듣는.. 더보기
"잘가" "잘가" 어제 들어온 친구와 간신히 하루를 보냈을 뿐이다. 어느 바다에서 왔는지, 차에 실려 오는 동안 어지럽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어머니가 그립지는 않은지. 몇 가지의 질문을 던졌고 나는 그것을 기록이라도 하듯 내 짧은 기억력 속에 담아두려했다. 하지만 이내 곧 잊어버리고 다시 몇 가지 질문을 반복했다. 내 반복된 질문이 귀찮아질만도 했는데 새로운 친구는, 질문 하나하나에 성실히 대답해준다. 내가 질문을 잊은 것 같으면 내게 다시 질문을 하라며 다그치기 까지 한다. 그 친구는 살고 싶었던 것이다. 넓은 몸이 횟감이 되기 전까지 자신이 살아있음을 내 질문을 통해서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주인 아저씨가 뜰채를 들고 와 내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는 새로운 친구를 잡으려 하면, 이리저리 피하면서 "나는 남해에서.. 더보기
길어도 괜찮아 “길어도 괜찮아.” 페이스북을 시작한 것은, 2009년 일본에 있을 때였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는 페이스북이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꽤 많은 친구들이 가입을 했고, 서로의 일상과 가벼운 인사를 담벼락에 남기는 도구로서 좋은 도구라 여겨졌다. 당시의 페이스북은 지금의 페이스북과는 상당히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화면은 훨씬 조잡했고 채팅 기능은 있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이렇게 광고가 많지 않았다. 벌써 7년 째 페이스북을 하고 있다. 뭔가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한 서비스를 사용한다는게 놀랍기도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나에게 있어 약 1년 반 전부터 페이스북 사용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특별한 변화는 아닐지 모르지만, 페이스북에 어머니께서 가입을 하신 것이 그 계기가 되었다. 어머니.. 더보기
나에게 바란다 _2 내가 나를 정말 좋아하는데 왜 굳이 남이 좋아하길 신경썼던 것일까.그리고 나를 정말 좋아해 주는 사람들은 굳이 그 마음 표현하지 않아도 내가 느낄 수 있었는데 왜 그걸 표현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일까.걸어가다, 달리고 싶을 때 달리다, 춤 추고 싶을 때 추다, 쉬고 싶을 때 쉬다, 배고플 때 뭐 먹으면서 가다가 나보다 더 굶주린 사람 있으면 같이 먹고, 외로운 사람 만나면 안아주고 하며 살면 되지 뭐.언제나 내 걸음 내 보폭으로 나아가길, ‪#‎나에게바란다‬ 더보기
오늘한시_39 ‪#‎오늘한시‬ _39 - 꽃신(花靴) 꽃신 벗어 손에 든다 버선이라도 신었으면 좋으련만 밟히는 것 죄다 발에 박힌다 그러메 신 신을 줄 모른다 손에 든 꽃신 이내 가슴에 품는다 가슴에 품은 꽃신 앳된 향 풍기며 신을 든 여인에게 마음 떠오르게 한다 이 꽃신 어떻소 마음에 드오 네 마음에 듭니다 꽃신 하나 가진 것 나라 가진 듯 하여 여인 왕이 된 듯 언제보다 밝고 높다 누구 만나러 간다는 말 듣고 다녀오세요 한 마디 보내고 뒤돌아 웃던 그 모습 잊지 못하고 신지 않던 꽃신 신고 찾아 나선 그 길 돌아오는 길 비가 내려 젖을까 저어되어 꽃신 벗어 걸어오는 한 여인 꽃신은 변치 않아요 저도 변치 않아요 그대 미워 않을게요 비에 하늘에 원망 담아 꽃신 가슴에 품고 올려다 본 하늘 아래 우산 뚫고 두 강 흐른다 더보기
오늘한시_38 ‪#‎오늘한시‬ _38 애절애(哀絶愛) 한 사내 나무를 뽑는다 삼각삽 푸욱 흙에 쑤셔 넣어 발로 그 대가리 쳐밟고서 깊이까지 들어갈 수 있게 그의 무게 싣는다 손잡이 배에 걸치곤 아래 눌러 들어 올린 흙 위 나무 뿌리 허옇게 드러난다 알싸한 흙향 사내의 코 끝에 물방울 맺게 하고 기껏 키운 나무다 척박한 땅 일구어 키워낸 나무다 열매를 맺기 전 더 뿌리가 깊게 박히기 전 캐 버리는 사내 손 부들바들 삽 끝 흙 위 생채기 난 나무 뿌리에서 붉은 수액 흐른다 품을 수 없는 것 키워봐야 뭐할거냐 세울 수 없는 것 일으켜봐야 뭐할거냐 높다리 자란 모습 볼 수 없을 바에야 자라다 자라다 같은 모습 될 바에야 뿌리 채 뽑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잘라버린다 그 것 잘라버린다 그 아이사랑형제자매 모두 토막내 잘라버린 .. 더보기
현우의500자_116 ‪#‎현우의500자‬ _116 소풍날이다. 머리맡에 잠들기 전 싸놓은 가방에는 과자가 가득했고, 음료수는 시원하도록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온 뒤 부엌으로 향했다. 가게 뒷편에 집이 있었고 겉보기에는 현대식 빌딩이었음에도 부엌은 묘하게 재래식 부엌의 느낌을 풍겼다. 어두운 부엌 조명 아래서 어머니의 뒷모습이 보였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일어났나. 어머니께서는 김밥을 싸고 계신다. 눈을 부비며 김밥을 사이에 두고 어머니와 마주 앉는다. 대발에 김과 조미된 밥을 놓고 고명이 들어가자 어느새 김밥이 되어 나온다.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슥슥 썰어 나의 입에 하나를 쏙 넣어주신다. 어머니께서는 김밥의 꼭다리를 드시며, 큰 일 할 사람은 이런 거 먹으면 안된다 하신다. 김밥은.. 더보기
오늘한시_6 ‪#‎오늘한시‬ _6 마음에 써 내려가는 시 첫 줄을 적는다 시가 될까 마는 가사가 될까 마는 그것도 아니면 소설이 될까 마는 이야기가 담기는 그 어디라도 종이를 준비해야 외로운 남녀 입 모아 사랑 외치는 들리는 이 많지 않은데 누구 한 명 들을까 하여 귓엣말 외쳐본다 이미 쓰여진 시 그대는 읽어주기만 해 달라 그 입으로 내 시와 사랑을 읽어달라 고 - 소개팅 더보기
"짝사랑 전문가" "짝사랑 전문가" 2014.10.04. '전문가'라는 호칭을 받는 데에 있어 얼마 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모르나, 나는 분명 '짝사랑' 분야에 있어서 이미 전문가의 수준을 넘었다. 태초에 짝사랑이라는 단어가 없었던 것처럼 짝사랑이라는 분야를 새롭게 개척해나가고 있는 본인을 볼 때면 때론 대견스럽기 까지 하다. 첫 짝사랑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당시 매우 좋아하던 여학생이 있었다. 이 첫 감정을 감히 '짝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그 여학생만을 생각해왔다는 걸 보면, '사랑'의 필수 조건인 '헌신'이 비추어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3년 동안 거의 매주 그 여학생의 집에 전화를 걸었고, 그때마다 그녀의 할머니가 받는 통에 어느 시점에 가선 할머니와 많은 .. 더보기
시선 시선 2014.8.14. 글을 시작하기 전에.. 작년 이맘때였을 것이다. 2년 간 하던 공부에서 실패를 한 후 방안에 쳐박혀서 책만 죽어라 읽던 시절이 있었다. 밖으로 나와야 하는 경우는 더이상 읽을 책이 없는 경우와 먹을 것이 떨어진 경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살아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친구의 부질 없는 전화를 받았을 경우였다. 친구는 하루 한 번씩 전화를 해서 아무말 없이 내가 무엇인가를 말하기를 기다렸다. 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을 때가 대부분이었지만, 전화를 건 친구의 성의를 봐서 '살아있다' 라고 짧게 대답을 한 후,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럼 다시 전화가 왔다. 전화가 와서는 집 앞에 와있으니 당장 나오라는 것이다. 창문을 열어 아래를 내려다보면 친구가 고시원 입구에서 어슬렁거리는 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