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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19. 21:17 내 생각

'여행과 수강신청'





1. 남들이 많이 듣는다고 내게도 좋은 수업은 아니다.



말 그대로, 남들이 많이 듣는 수업이라고 소문이 난 수업들은 학점을 잘 주거나 수업이 편한 수업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수업이 반드시 나에게 맞는 수업이라는 보장이 없다. 수강신청 이야기로 하면, 학점을 잘 준다는 수업이라도 절대평가가 아닌 이상, 누군가는 반드시 C이하를 받는다. 그리고 수업이 편하다는 것은, 열심히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말. 다시 말하면,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들어도 머리 속에 남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 수업을 비싼 등록금 내고 들을 필요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학점만을 따기 위해 들어온 곳이 대학이 아니라면 말이다. 남들이 많이 듣는 수업은 결국 남들에게는 좋은 수업일 수 있겠지만, 자신에게는 최악의 수업이 될 수도 있다.

 

여행도 마찬가지. 남들이 가서 좋은 여행지나 국가라고 해도, 자신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본 오사카 정도가 딱 적당한 예인데 비자도 필요 없어지고 항공권도 싸게 많이 나오는 관계로 오사카에 많이 간다. 하지만 가보면 일본 사람보다 많이 만나는 게 한국 사람(특히 난바)이고, 예전부터 관광지였지만 이제 한국인들 대상으로 한 상술들이 많이 들어와 여행지라기 보다 쇼핑지구 혹은 식당지구 느낌이 많이 든다. 그리고 이미 너무 많은 정보들을 알고 있어서 가서 막상 보면 새로운 감동이나 일본 특유의 장점을 찾기 보다 '이미 어디서 본 듯한 사진'이나 '어디서 먹은 듯한 음식'만을 남기게 된다. 그리고 돌아올 때 사오는 것들도 '도쿄 바나나'나 폼클렌징 크림 등. 그래서 오사카 여행은, 기본만 해도 손해는 없지만 자신의 경험이나 추억에 쉽게 남지 않는다. 돈은 들였지만 좋은 여행이었다 라기 보다 '좋은 쇼핑'이었다 정도가 남는 여행. 그래서 남들이 많이 간다고 해서 쇼핑을 싫어하거나 한국 사람들이 너무 많이 가는 여행지는 피하는 게 좋다.



2. 강의 위주의 수업인지, 토론(발표) 위주의 수업인지를 확인하자.



수강신청을 하기 전에, 강의계획서 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강의계획서라는 게 있습니다. 여러분.) 그 강의계획서에는 이 수업이 어떤 교재를 갖고 수업을 할 것이며, 수업 방식과 평가 방식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적혀 있다. 그것을 읽으면 수업이 교수님이 일방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스타일의 수업인지, 아니면 학생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수업인지를 알 수 있다. 우선 자신이 어떤 스타일인지 혹은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를 먼저 파악을 해야 한다. 강의 방식이 좋은 학생은, 이해 능력과 암기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학생일 것이고 토론(발표) 위주의 수업이 좋은 학생은 팀워크에 뛰어나거나 수업을 통해 친구들을 사귀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일 것이다. 우선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를 먼저 파악을 하고, 강의계획서를 보고 수강 신청을 해야 최악의 선택은 피할 수 있다.



여행도 마찬가지. 크게 여행을 패키지와 자유 여행으로 나눌 수 있고, 자유여행에도 혼자 가느냐 친구를 포함하여 둘 이상 가느냐 로 나눌 수 있다. 패키지는 어차피 혼자 간다는 개념이 애매하기 때문에 자유 여행에만 혼자/친구랑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여행 자체에도 '휴양'이 목적이냐 '탐험'이 목적이냐 로 나눌 수 있는데 휴양과 탐험은 여행지를 선택할 때 매우 중요하다. 휴양을 하고 싶은 사람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나 일본의 온천지역을 선호할 것이고, 탐험 스타일의 사람은 남/북미나 유럽 등지를 선호하리라 생각한다. 탐험이라고 적긴 했지만 오지여행을 가는 것은 아니고, 평소 접하지 못한 문화나 문물을 접하려는 의도가 있는 여행을 탐험이라 통칭했다.(실제로 오지로 여행가는 건 당연히 탐험) 탐험이냐 휴양이냐 역시도 자신이 어떤 스타일이냐 따라 다른 여행지를 갈 수 있다. 그리고 패키지와 자유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직접 계획 짜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자유여행,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패키지가 좋다. 스타일에도 맞지 않은데 굳이 자유 여행을 해서 일정 변경이나 숙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껴안기 보다 패키지라도 좋은 곳이 있으면 패키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친구와 함께'가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여성분들 중에 일부는 외국 여행을 할 경우 혼자 가면 무섭다고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가시는 분들이 있다. 물론 친한 친구와 함께 가겠지만, 여행에 가서 여행지의 상황이나 현지인보다 친구가 무서워 질 경우도 있다. 어떤 곳이든 둘 다 처음 가보는 곳이면 긴장하게 되고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고, 만약 다투기 까지 하게 되면 여행은 여행대로 망치고 우정은 우정대로 금 간다. 여행을 혼자 갈 것인지 친구와 갈 것인지에 대해서 판단이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은, 여행을 같이 언젠가 가보고 싶은 친구가 있으면 먼저 함께 국내여행을 가볼 것을 추천한다. 국내에서는 말도 다 통하고 돈 문제도 없으니 크게 충돌할 것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겠지만, 단 둘이 의논해서 해결할 문제들은 지역과 나라를 떠나서 언제든 일어나기 마련이고, 거기서 자신의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길게 적었지만, 수강신청도 마찬가지고 여행도 마찬가지고 자기 스타일을 알아야 한다. 자기 스타일도 모른 채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거나, 막연한 불안함 때문에 친구와 무조건 함께 를 외친다면 자신도 힘들고 같이 간 누군가도 반드시 힘들어 지게 마련이다.

 



3.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이 좋은 수업.

 

1번과 맥락이 통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포인트가 다른 내용이 있다. 대부분 선배들이 추천하는 수업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성적 잘 주고 듣기 편한 수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수강신청 경쟁률은 치열하고, 막상 수업을 들어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헛돈 그리고 헛시간 날리는 것이라는 것은 앞서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는가 하면,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찾아서 들어야 한다. 교재와 수업 방식은 강의계획서에 적혀 있는 대로 하는 교수님들이 대부분이니, 꼼꼼히 살펴보거나 혹은 수강신청 전에 궁금한 게 있으면 강의계획서에 적혀 있는 교수님 메일이나 연락처로 질의를 보내도 된다. 어떤 수업에 관심이 생기고, 그 내용에도 관심이 있다면 그 수업을 신청하면 될 것인데, 가장 크게 걱정되는 것은 역시 학점이겠다. 하지만 학부수업의 수준에서 자기 학과 학생이든 타과 학생이든 수업을 들었을 때, 전혀 이해가 되지 않게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 또 어떤 수업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인 만큼 다른 학생들보다 열의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가 교수든 박사과정이든 혹은 시간강사이든 관계 없이 수업시간에 열의를 보이는 학생에게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그것이 반드시 학점이 아닐지 모르나, 열의를 갖고 열심히 공부를 하면 학점은 분명 좋게 나올 것이다.

 

여행도 마찬가지. 남들이 가는 여행지 말고, 자신이 정말 가고 싶었던 여행지를 찾았다면 그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불안감보다 궁금증과 호기심 혹은 어떤 주제를 갖고 여행을 떠나라. 이미 인터넷에 여행지에 대한 많은 정보가 있으니, 자신이 가고 싶은 여행지를 찾았다면 그곳에서 자신이 정한 주제에 맞는 여행코스를 새롭게 짜보거나 소소한 일탈 등을 추가한다면 분명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남들이 다 가는 여행지는 분명 검증이 되었다는 안도감은 들 수 있겠으나 새롭게 개척하는 재미는 반감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미 책에 나와 있는 어떤 식당이나 유스호스텔, 관광지 말고 현지에 직접 가서 현지인에게 길이나 식당을 묻거나 추천을 받으면 현지인만 알고 있는 좋은 곳을 추천 받을지 모르니 그런 재미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어느 나라든, 여행자들이 자신의 나라 혹은 도시에 관심을 갖고 어떤 질문을 해오면 그 고마움을 반드시 느낀다. 그래서 그 열정이 전달되어 더욱 좋은 여행지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놓치지 말길. 수강신청도 마찬가지고 여행도 마찬가지고, 자신이 주도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면 성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4. 수업이 끝난 뒤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를.

 

수강신청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되면 수업에 맞춰 학기가 시작된다. 학기가 시작되면 첫 주는 수업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지고, 보통 두 번째 주부터 진짜 수업을 시작하는 학교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한 달 반 정도가 지나면 중간고사를 치고, 다시 한 달 반 정도가 지나면 기말을 친다. 길게는 4개월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3개월 정도의 체감 기간을 갖는다. 그 이유는 3월이 되면 신입생들은 학생회나 학교의 일정에 짜여진 행사로 정신이 없고, 정신 좀 들까 싶으면 중간고사, 중간고사가 끝나서 좀 놀까 싶으면 레포트 하나, 레포트 하나 다 쓰고 좀 쉴까 하면 기말고사를 치기 때문에 뭐가 어떻게 지났는지를 알 수가 없다. 신입생뿐만 아니라 2,3학년도 마찬가지이다. 신입생 들어왔다고 좋다고 같이 놀다가 같은 결론으로... 최근에는 취업 준비와 학점 관리 때문에 노는 학생들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 학기가 짧게 느껴지는 것은 여전하리라. 이런 짧은 느낌을 줄이기 위해서는, 매주 수업이 끝나고 나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업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트를 정리하든 교과서를 다시 읽든 아니면 녹음을 해둔 파일이 있다면 녹음을 통해 다시 수업을 되새김질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매주 수업이 끝나고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겠지만, 대부분의 대학 시험이라는 것이 이해와 암기 능력을 묻는 시험이 기본이므로 시험기간이 되면 다들 암기에 열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술과 연애(실패)에 찌들어 있던 자신을 시험기간 직전에 발견하고, 3월 중순에 배운 것을 기억해내려 하지만 노트에는 누군가 기억은 안나지만 자신의 글씨체로 써놓은 내용만이 가득하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매주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을 정리해 놓으면 시험 대비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식 축적에도 큰 도움이 된다.

 

여행도 마찬가지. 여행을 양적으로 다니는 사람이 있고, 질적으로 다니는 사람이 있다. 굳이 나눌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많이 다녀보고 어디가 좋은지 알아보자는 사람이 양적으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고, 한 군데를 가더라도 그곳이 어떤 곳인지 잘 살펴보고 관찰하고 또 그것을 통해 얻은 경험이나 지식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정리해 놓는 사람을 질적인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라 구분하고 싶다. 양적과 질적 중 무엇이 좋다 나쁘다의 기준이 아니라, 양적인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 역시도 분명 질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여행을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여행을 정리한다. 그 방식이 사진이 되었든 글이 되었든 아니면 그림이 되었든 다양하지만, 아주 긴 여행에서는 규칙적으로 기록을 정리하고 남기고, 짧은 여행에서는 집으로 돌아온 뒤 사진이나 메모 등을 바탕으로 정리를 하곤 한다. 그런 것들이 모이고 쌓여 여행기나 여행 에세이가 되는 것이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들은, 그 여행 당시의 기억을 소중히 생각하고 또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정리를 한다. 그래서 누군가 어느 여행지에 대한 질문을 하면 마치 어제 갔다 온 것처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여행 중/후의 정리가 가지는 힘이다. 마치 대학수업을 들은 후 자신의 방식대로 정리한 내용들이 자신이 지식이 되듯.



 

5. 방학은 정리이자 재정비

 

한 학기를 다 보내고 나면, 학기 초의 수강신청은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다시 수강신청이 돌아온다는 것은 분명하다. 신입생의 경우, 대학교라는 곳이 이런 곳이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을 테지만 분명 반복된 실수를 할 것이다. 오히려 더 학점 잘 주는 수업은 없는지, 이왕 시험공부 한다고 힘들 것 학기 중이나 좀 편하게 다니자 싶어 레포트도 없고, 과제도 없는 수업을 찾아 다니는 하이에나처럼 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대학생활은 딱히 지식의 측면에 있어서는 기억이 남지 않는다. 물론 수업에 충실하지 않은 대신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 대외활동에 참여한다면 또 다른 측면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수업을 통한 지식측면에서는 충실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방학은 말 그대로 방학이고, 대학의 방학은 도약의 계기가 된다. 학기 중에는 수업을 소화하느라 깊게 읽지 못했던 전공서적이나 추천도서를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생기기도 하고, 직접 답사를 가볼 여유가 없었던 곳에 답사도 갈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어느 분야와 어떤 방식에 관심이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고,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을 높여나갈 수도 있다. 이런 방학기간 동안 다음 학기를 준비하고, 한층 성숙된 학기를 보낼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여행도 그렇다. 일정한 주거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여행이 끝나면 그곳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분명한 것은, 여행을 떠나 있는 기간 만큼 여행과 여행 사이의 기간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행에서 무엇을 느꼈는지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서로가 느낀 색다른 느낌을 공유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음 여행지에 대한 준비와 정보습득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되기도 한다. 여행은 여행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데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가고 싶다 라고 마음 먹는 순간부터가 여행이다. 실제 여행은 아닐지라도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행에 대한 기대와 그 기대에 부응하는 착실한 준비는 다음 여행에서의 큰 보답으로 다가온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는, 어떤 여행지가 자신에게 맞는지 혹은 자신이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확인하거나 필요한 여행자금을 모을 시간이 되기도 한다. 또 여행 메이트를 찾기도 한다. 여행과 여행 사이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다음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천차만별이다. 마치 방학에서의 성장이 다음 학기에서의 성장으로 이어지듯이 말이다.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는 못해도, 한 번 다녀온 여행지는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 여행과 수강신청이라는 두 가지의 전혀 다른 행위가 연결이 될 수 있을 듯 하여 글로 옮겨보았다. 수강신청이라고는 해도 대학생활 전반을 다루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 또 이미 수강신청이 끝나버린 대학도 있어 시기에 적절성에는 문제가 있어 보이긴 한다. 그리고 여행도, 개인마다 다양한 방식이 있고 또 그만큼 수단이 어울리는지 혹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 역시 다양해 쉽게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의 한 학기를 짧은 지식 여행이라고 본다면, 수강신청 역시 여행의 준비라고도 할 수 있고 여행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행은, 직접 여행을 하는 것만큼 간접 여행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읽어보고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참조해주시길, 감히 바라본다.

 

추신. 수강신청은 대학을 들어가서 하는 것인 만큼 이 글을 쓰면서, 대학을 가지 않았거나 혹은 가지 못한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리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수강신청은 대학생들이 자신이 어떤 수업을 들을 것인지를 정하는 과정입니다. 대학생활의 내용에 대해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이 있으시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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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3. 11:02 내 생각

‘시멘트 핫도그’ 20161203

 


2009 1,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위앙짠)의 근교, 어느 한 초등학교에서 2주간의 봉사활동을 할 때였다. 유스클립(Youth CLIP)이라는 대학생국제교류단체에 소속되어 있을 당시였고, 보건복지부의 후원으로 진행하게 된 봉사활동이었다. 2주간 내가 맡았던 업무는 다름 아닌 도서관 짓기였다. 그곳의 초등학교는 교사(校舍)와 화장실 건물만이 있는 곳이었기에 도서관을 세울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당시 현지에서 활동중이던 시민단체로부터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라오스에 가기 이전까지 내가 손에 벽돌을 잡아본 적은, 2006년 아동양육시설에서 공익근무를 할당시 식당을 증축할 때 뿐이었으므로 완전 초짜였다. 현지의 인부-라고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지역 주민들이었다와 협력하며 도서관의 바닥이 될 곳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했다. 학교의 정문으로 들어오면 바로 오른쪽에 널찍한 공간이 형성된 뒤, 본격적으로 벽돌을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평소 한국에서 길을 걷다가 집이나 건물을 새로 짓는 공사장을 지나가며 보았던 대로, 현지 인부들이 쌓아놓은 벽돌 첫 줄 위에 잘 게운 시멘트를 얇게 발랐다. 그리고 그 위에 새로운 벽돌 줄을 만들기 위해 벽돌을 올려놓는 일이 반복되었다. 집중해서 몇 장 째 올리고 있었는데, 현지인 인부이자 2주간 봉사활동 끝에 친구가 된 뎅(빨갛다는 의미의 이름)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손사래를 쳤다. 뎅이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라는 건 확실했다. 이어 뎅은, 자신이 들고 있던 망치로 내가 쌓아 올린 벽돌을 가볍게 툭 하고 쳤다. 이게, 무슨 짓인가 하며 놀라기도 전에 벽돌은 힘없이 툭 하고 쓰러졌다. 나는 당황했다. 분명 벽돌은 세워져 있는 듯 보였다. 몇 장의 벽돌이 아주 보기 좋게 줄지어 서 있었고, 그것은 내가 익히 보던 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뎅은, 그렇게 해서는 벽돌이 제대로 붙어있지 못한다며 직접 시범을 보였다. 잘 게운 시멘트를 한 움큼, 손에 들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판자에 덜어내더니 그것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꽤 두꺼운 핫도그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세워져 있던 벽돌 위에 툭 하고 올려놓았다. 그럼 벽돌 위로 핫도그 모양의 시멘트 덩어리의 반 정도가 드러나 보였다. 나머지 반은 아래 벽돌과 접착되어 있었다. 드러난 반 정도의 시멘트 핫도그 위에 새 벽돌을 올리자 새 벽돌의 무게에 의해 시멘트 핫도그는 납작 눌려졌고, 벽돌과 벽돌 사이에 시멘트들이 삐죽하며 묻어 나왔다. 그것을 시멘트 칼로 긁어내자, 그때야 비로소 내가 흔히 보던 모습의 벽이 드러났다. 이어 뎅은 다시 망치를 들어, 처음에 내가 세웠던 벽돌을 넘어뜨리던 강도와 비슷해 보이는 강도로 그 벽돌을 툭 하고 쳤다. 벽돌은 움직이지 않았다. 벽돌과 벽돌 사이에 시멘트가 잘 접착되어 있었기에 벽돌은 큰 흔들림이 없었다.

 

방법을 알게 된 나는, 2주간의 시간 동안 벽돌 쌓기에 나름의 조예를 갖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실제 공사장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우스운 일일지 모르겠지만, 여타 봉사자들보다는 빠르고 바르게 벽돌을 쌓아 올렸다는 것은 확실했다. 덕분에 내 손과 얼굴은 거칠어져 갔지만 말이다.

 

라오스에 가기 전까지 벽을 보면, 보기만 좋은 그 평평한 모습만 생각했다. 벽돌은 아주 얇게 바른 시멘트로도 충분히 붙어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이었다. 벽돌을 서로 붙이기 위해서는 보이는 양보다 보이지 않는 꽤 많은 양의 시멘트가 필요했다. 그것들이 끈끈히 붙어 무너지지 않는 벽이 되었고, 건물이 되었고 라오스에서는 도서관이 되었다.


 


우리 사회도 그렇다. 어떻게 이 사회가 유지되고 있을까 생각을 해보면, 겉으로 보면 별다른 것 없이 멀끔해 보이지만 사람들 사이 사이에도, 제도 사이 사이에도 두꺼운 핫도그 같은 것들이 잔뜩 들어 있다. 그것이 개인 간에는 사랑일 수도 있고 가족 안에서는 책임감과 존경일 수도 있고, 사회 전체로 보면 법과 제도든지, 민주주의 그 자체일 수도 있다. 겉에서 볼 때는 어떻게 지탱되고 유지되는지 궁금해 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시련이나 고난이 닥치면 결국 이런 끈적임과 접착력이 그것을 지켜준다. 사랑, 가족애, 책임과 의무, 민주주의라고 했지만 그것들 결국 하나로 묶으면 연대(連帶)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을 아껴 여기고, 누구 하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함께 손을 잡고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이 무너지려 할 때 힘을 모아 버틸 수 있도록 하는 힘을 주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에 있어서는 시멘트 핫도그가 아닐까.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겉모습에 신경을 써온 듯 했다. 겉으로 멀끔하면 되니, 부실공사를 한 탓에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붕괴했고, 씨랜드에서는 유치원생과 선생님을 포함한 23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세월호가 가라앉으며 사망자 295명과 실종자 9명이 발생한 것이다. 겉보기에 배는 바다에 침몰하지 않을 듯 보였다. 바다에 빠지더라도 나라가 승객들을 구해낼 것이라는, 국가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 이어 사회적 연대는 원활히 진행되지도 않았다. 불필요한 색깔 논쟁과 유가족을 비난하는 글들이 있었고, 우리는 그들에 대해서 법적인 책임만이라도 제대로 묻길 바랐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다시 말해 벽 안에 끈끈히 묻어 있는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그것은 건물 하나를 짓기 위해 필요한 시멘트 핫도그 보다 더욱 중요하다. 글을 적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공교롭게도 우리는 사회적 연대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누가 누구를 지킬 것인가. 누가 국가를 지킬 것인가. 지킬 것은 자기 자신 뿐인 세상에 살고자 하는가, 아니면 서로가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가. 산업화가 주었던 사회적 연대 배고픔과 민주화가 주었던 사회적 연대 민주주의를 넘어 무엇을 사회적 연대의 목적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필요해 보인다.

 

일을 마치고 난 뒤 뎅과 술을 마시면, 우리는 서로를 격려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우리가 느꼈던 연대감은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난 뒤의 감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애국심 따위가 아니라 우리 친구의 이야기이며,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며, 우리보다 먼저 더 나은 우리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이들이 남긴 이야기들이다. 더 튼튼한 벽을 세울 것이다. 세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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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30. 01:13 내 생각

명예”   20161130

 

두 명의 이름이 등장했었다. 하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중국의 옛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은 친구였다. 한 명의 친구가 다른 한 친구에게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마치며 말하길,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아달라.” 부탁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친구는, 자살했다. 왜 자살했을까.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친구의 비밀을 영원히 지켜주기 위해 목숨을 버렸다는 이야기. 대단한 우정이지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하나의 이야기는, 친구의 마지막 부탁, 즉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그 말에 자신의 명예가 더렵혀졌다고 생각해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명예? 친구에게 자신이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 자신은 명예를 더렵혀졌다 여겼던 것이다. 요즘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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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광복 이후 우리 역사에 몇 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그 대통령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통령은 단 한 명이다. 그분이 누구인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서거 당시 나는 일본의 사이타마현의 한 맨션 안의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교환학생 중이었고, 어머니로부터의 인터넷 전화에 잠이 깼고 그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누워있던 내 몸은 일으켜세워졌다. 누군가 일으켜 세운 듯 했다. 티비를 틀었고, 일본 뉴스에서도 그 사람의 서거 소식이 특종으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그 후 몇 일 간, 애먼 줄담배만 태웠다. 왜 그런 선택을 하였을까. 친인척 비리가 있다는 검찰의 발표. 그리고 검찰 소환.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얼굴을 드러낸 것은 바로 그 검찰 소환일 뿐이었다. 민주화운동을 거쳐 국회의원 그리고 대통령까지. 독재 시대를 끝내려는 노력과 다음 시대를 새롭게 만들려는 노력을 국회의원으로 대통령으로 해왔던 인물. 아마 그는 자신의 명예가 더렵혀졌다고 통감(痛感)했을 것이다. 자신의 집이 바라보이는 언덕 위 바위에 서서 죽음으로써 더럽혀진 명예를 회복하고 살아남아 있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명예가 무엇인지,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명예가 무엇인지를 보이고자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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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6년 지금. ‘명예로운 퇴진이라는 말이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된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혼란을 막고 안정적인 방법을 찾는다는 그 사람의 사전에는 분명 두 글자가 없다. 나폴레옹의 사전에는 포기라는 단어가 없다는 것으로 유명하듯 그 사람에게는 제목으로 적은 이 두 글자, “명예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 명예란 무엇일까. 지키고자 한다면 무조건 지켜야만 하는 것일까. 누구의 명예와 누구의 명예가 대립한다면 무엇을 지켜야할까. 국가의 명예와 개인의 명예가 충돌한다면 무엇을 지켜야 할까. 그 사람에게는 지킬 것이 없으니 충돌할 것도 없는 것일까. 하지만 누군가의 명예는 분명 훼손당하고 있다. 다름 아닌 국민이다. 국민의 명예, 국가의 명예 그리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명예는 난자(亂刺)당하고 조리돌림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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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프랑스.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요.”라고 말했다는 루이 16세의 부인, 마리 앙투와네트. 하지만 사료에서는 그녀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 한다. 오스트리아 출생.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유일한 여제이자 전쟁을 통해 자신의 왕위를 지켜낸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 외로웠을 것이다. 그녀는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했었던 적이었던 프랑스와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시집을 가야했던 마리 앙투와네트는 자신의 남편과 함께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은 성공을 거둔다. 시민들의 명예를 위해, 시민들의 빵을 위해, 시민들의 권리를 위해 두 사람은 명예를 빼앗겼고 그것은 역사로 남았다. 시민혁명의 성공의 역사로, 시민들의 명예가 지켜졌던 첫 시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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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우리, 어떤 명예가 남아있을까. 남아 있다면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그것을 갖지 못한 단 한 사람에게 어떤 책임을 지도록 할 수 있을까. 세대가 변하고 시대가 흘러도 누군가는 지켜야 한다. 그동안 살아있는 우리는, 고통스럽더라도 지켜내야 한다. 한 명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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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12. 19:06 내 생각

"아끼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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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하나. 명품 화장품, (bag)이나 고급 승용차 등 비싼 가격을 주고 산 것은 아끼고 저렴한 것들은 잘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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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아버지께서 해외에 나갔다 오시며 남성용 스킨 하나를 내게 선물로 주셨다. 향이 진했고, 병이 예뻤다. 나는 그것을 면도 후 피부결을 정리할 목적으로 상쾌하게 막 썼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유럽에 갈 일이 생긴 나는 비행기 안에 앉아, 내 손바닥에 흥건히 흐르던 그 스킨을 떠올리며 울적해졌다.

 

그 남성용 스킨이 비행기 내 면세 카탈로그에 비싼 가격으로 예쁜 사진과 함께 떡! 하니 실려 있는 것이었다. 몇 십 만원이 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스킨의 가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목욕탕 안의 '쾌남'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에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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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비싼 것은 아낀다. 그렇기에 그것은 오래 가고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쉽게 훼손되지 않는다. 비싼 것이란, 그것을 사기 위해 들였던 자신의 노력이 돈으로 환산된 것일테고 그런 만큼 아끼게 되는 것이리라. 반면 싼 것은, 망가지면 또 다른 거 사면 되지- 하는 심정으로 함부로 쓰거나 잃어버려도 슬퍼하지 않는다. 그것을 얻기 위해 들인 노력은 미미하기도 하다. 심지어 망가지거나 잃어버리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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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비싼 것일 때도 있고, 아주 값싼 것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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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친구인 사람은 없다. 같은 동네에 살아서, 같은 학교를 다녀서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고 어려운 시기를 같이 겪어냈기에 나이와 성별을 떠나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친구들 중에 비싼 친구도 있고, 싼 친구도 있다. 비싼 친구란 다시 말하면, 오래된 친구다. 친구라는 단어 자체가 오래되고 가까이 사귄이라는 뜻이라면 동어반복이 되겠지만 요즘, 그렇지 않다. 오랜 친구는 서로 아낀다. 지금의 우정을 이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시간을 들였다. 헤어지거나 잃어버린다는 생각만으로도 우울해진다. 하지만 값싼 친구는 그렇지 않다. 막 대하거나 영영 보지 않게 되더라도 우울하긴 커녕 오히려 통쾌한 친구도 있다. 값싼 우정이란 들인 시간과 노력 따위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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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중 좋은 친구가 되는 사람과 별 것 아닌 친구가 되는 사람도 있다. 생각해보면 좋은 친구란 별다른 친구가 아니다. 특별한 추억이 있어서 좋은 친구가 아니라, 그 친구와 좋은 시간과 추억을 갖고 싶기에 좋은 친구다. 별 것 아닌 친구란, 막 대하는 누군가이다. 친구라고 이름 붙이기도 싫을 정도의 사람. 그런 사람에게는 좋은 기억이나 추억 따위 생각도 나지 않고 만들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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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비싼 것은 아끼고, 싼 것은 아끼지 않는다. 우정도 그렇다. 어떤 계기가 되었든 만나게 된 사람이면, 친밀해지려는 노력까지는 아니더라도 함부로 대하지는 않아야 할텐데, 그러지 않는다. 저 사람 말고도 사람은 많아 보인다. 명품과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명품은 상처 받지 않지만, 사람은 상처 받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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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해본다. 싼 것이라 생각해서 막 썼던 비싼 스킨처럼, 좋은 친구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막 대했던 친구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고. 또 그 친구가 느꼈을 - 혹은 내가 느꼈을 상처가 얼마나 컸을까 하고. 사람의 가치를 값으로 따졌다는 것, 이것부터 반성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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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라는 것은 쓰면 쓸수록 넓어지는 것 같다. 서로에게 배려하는 마음이란, 특히 사람에게 있어서 그런 마음이란 나도 사랑받고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인 듯하다. 좋은 친구란 우연의 결과라기보다 배려가 준 필연의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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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11. 16:59 내 생각

[에스크미 봉사단 (ASKME Volunteer Team)]


안녕하세요. 에스크미 봉사단을 기획-운영중인 권현우라고 합니다. 많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제 더이상 에스크미를 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사실..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길을 안내해준 외국인과 함께 사진을 올리는게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습니다.


고민의 결과, 나름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 글은 그 방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 출퇴근 시간이나 자신이 원하는 아무 시간에나 할 수 있도록 하자. -> 각 지역의 대학이나 직장에 'OO대 에스크미 봉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자 합니다. 대학 동아리나 사내 동아리 형식으로 만들어서 운영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에는 참가자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지역의 관광지를 다니며 외국인과 내국인들에게 길을 안내해줍니다.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길을 안내 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2. 외국어를 잘하지 않아도 된다. ->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외국어는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외국어 실력이라는 문턱이 너무 높거나 또는 너무 낮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동아리 형태로 참가자(회원)가 모집이 되면, 동아리 내에서나 대학의 지원 혹은 기업의 후원 등으로 회원들은 '외국어 수업'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길을 안내해줄 수 있을 정도의 외국어라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 정도이기는 하지만 명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필요한 용어나 회화실력을 참가자가 갖출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남을 위한 봉사활동이지만, 에스크미 활동을 하며 자신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3. 봉사활동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 이 생각은 제가 잘못했던 생각입니다. 에스크미를 직접 해본 결과, 안내를 받는 사람의 고마움 표시와는 별도로 자신의 에스크미 활동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더욱 장기적인 활동이 가능해집니다. 실제로 에스크미 활동을 해보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또 많은 거리를 걷기 때문에 꽤나 힘든 활동입니다. 힘든 시간 속에서 외국인이나 길을 잃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면 그날은 좋은 마무리를 지을 수 있으나, 큰 성과가 없는 날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활동 자체에 대한 장기적인 보상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봉사활동 시간 부여와 관련해서는 국가 소속의 봉사센터 등과의 협력이 필요할 듯 합니다.


4. 활동시간은 자유롭게! -> 안됩니다. 에스크미 활동을 하기 위한 이동시간은 제외하고 하루 최대 2시간으로 봉사활동의 최대 시간을 정해야 합니다. 가만히 서 있어도 그리고 2시간을 걸어도 힘듭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에스크미 활동은 실제로 힘듭니다. 봉사자의 피로가 길을 잃은 사람이나 관광객들에게 전해져서는, 서로 불편할 뿐입니다. 대학 동아리 형태가 되었든, 사내 동아리가 되었든 개인이 할 수 있는 봉사시간은 최대 2시간으로 한정하고 팀을 바꾸어가며 일정 시간 동안 이어지는 것으로 해야 합니다.


5. 오프라인이 위주다 -> 장기적으로 볼 때 온라인(스마트폰 활용)의 필요성이 증가할 것입니다. 직접 만나 길을 안내해주고 안내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은 편견입니다. 장기적으로 '구글 지도'와 연동된 지도 기반으로 전세계 어디에서나 자신의 언어로 에스크미에 접속을 하여 길을 잃었을 경우, 그 지역의 모국어 가능자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위키피디아' 처럼 각국에 센터를 설치해 오프라인 봉사자와 온라인 봉사자 및 운영자들을 통해 온오프라인이 연동되는 에스크미가 되고자 합니다.


6. 민간으로서의 독립성을 지킨다. -> 독립성은 지킬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독립성이란 자본으로부터 독립성입니다. 기업의 후원이나 협업은 필요할 때 하겠습니다만, 특정한 기업의 홍보를 위한 안내 등 호객 행위와 유사한 형태는 결코 바람직한 형태가 아닙니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은 지켜나가되, 국가나 여타 시민단체 혹은 지역 커뮤니티와의 벽은 낮춰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에스크미 활동가가 교통 서비스(지하철, 버스 등)와 협업할 수 있다면 지하철 개찰구에서 에스크미 활동가들이 외국인이나 타지역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줄 수 있는 부스나 시설이 갖추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존의 길 안내를 담당하고 있는 관광정보센터와도 연계하여 안내 방향에 대한 새로운 정보나 에스크미 봉사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들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시민단체'의 협업을 통한 거버넌스를 지향합니다.


7. 누구나 할 수 있다. ->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대학 동아리 형태나 사내 동아리 형태로 할 것이라 말씀드렸습니다만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확실히 낮출 것입니다. '에스크미 봉사자 인증'을 통해 지금 현재 에스크미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의 신분을 에스크미 본부나 관련 지자체에서 인증해줌으로써 에스크미를 모방한 활동으로 혹여나 일어날 수 있는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겠습니다.


8.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다. -> 에스크미 활동의 대상을 '외국인 관광객'으로만 한정짓지 않겠습니다. 최근의 여행 열풍으로 많은 사람들이 국내로도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여행지에서 길을 잃고 또 현지의 사람과 소통하기를 원합니다. 앞서 말한 대학 동아리 형태가 되면, 그 지역의 대학생들은 외국어가 적힌 뱃지와 동시에 그 지역의 이름을 달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전주의 경우에 전북대 에스크미 봉사단이 꾸려진다고 가정하면 전주 지리를 물어보는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길을 알려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전주 뿐만 아니라 제주, 부산, 홍대 등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9. 가장 중요한 "어떻게"가 남았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저 혼자 이런 저런 생각들과 기획들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그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의 에스크미가 바라고 지향하는 방향에 맞는 사람들을 찾겠습니다. 운영진을 뽑고 에스크미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초기부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한 대학 한 대학, 한 지역 한 지역씩 늘려 나가며, 장기적으로는 해외의 대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어떻게'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에스크미 활동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닙니다. 누구나 길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만, 그 누구나가 되는 방법을 모르거나, 외국인에게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 뜻과 의미를 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어야 합니다.


참가자를 대학생이나 직장인으로 한정지을 필요는 사실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영어를 포함한 외국어 실력 또는 지역에 대한 이해)을 활용해 볼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직장인들 역시도 자신의 삶에서 필요한 외부적인 자극을 고파하는 사람들입니다. '대학'이란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고 또 그들은 배움을 추구합니다. 장기적으로 볼 떄 고등학교나 중학교 혹은 중장년층의 참가 역시도 선호됩니다만, 지금의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 합니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다고 해서 오해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짧게나마 에스크미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서 적어보았습니다. 관심 가지고 지켜보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에스크미가 아니라, 그저 '수많은 관광객'으로만 보이던 사람들 중 누군가 길을 잃어 위험하다 느끼거나 꼭 원하는 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외국인 그리고 한국인 여행자입니다. 에스크미를 통해 한국이 가지고 있는 따스함이 한국으로 놀러온 외국인과 국내 여행자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나아가 전 세계로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궁금증이나 운영을 위한 참가 의사가 있으신 분, 혹은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을 알고 계신 분들은 댓글이나 태그, 공유를 통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준)에스크미 봉사단 권현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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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28. 18:06 내 생각

"종이 한 장"


2005년, 혼자 전라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다닐 적의 이야기다. 목포와 광주를 거쳐 전주에 도착한 나는, 그때는 유명했지만 한적했고 지금도 유명하지만 사람으로 북적댄다고 들리는 한옥마을을 들리기도 하고, 경기전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전북대학교에 들러 아침 학식을 먹기도 했는데, 아마 사진첩 어딘가에는 그 식판 사진이 남아있으리라.


전주 여행을 즐기던 중, 한지를 만드는 공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껏 기대하고 찾아간 곳은 그저 평범한 마을이었다. 회색 콘크리트 벽 사이로 '한지 공방'이라는 네모난 플라스틱 간판이 보였다. 한쪽에는 한지로 만든 여러 물건들을 파는 곳이 있었고, 쇠문 안으로 보이는 곳에서는 누군가 분주히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다.
창문으로만 채광을 하는 듯 했다.


날씨가 좋았던 봄날이라, 하얀 한지풀이 가득 담긴 목욕탕 욕조같은 큰 통에서 아지랑이가 설핏 보일 정도였다. 그때 그곳을 찾아간 사람은 나 혼자였다. 하지만 한지를 만드시고 계신 아저씨께서는, 나와 같은 관광객을 자주 접해보셨는지 내가 있든 없든 하시던 일을 묵묵히 하고 계셨다.


아저씨의 왼쪽 팔뚝에는 조잡한 문신이 보였다. 순간 쫄았지만, 내가 한지를 훔쳐갈 생각이 없는 순수한 여행자라는 것을 티내기 위해 경탄의 눈빛과 신기하다는 표정을 한껏 지으며 아저씨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한지풀에 담겨져 있는 큰 판떼기를 아저씨는 앞뒤로 흔들었다. 판떼기는 기둥의 노끈과 연결되어 있었기에, 아기 한 명이 타면 좋은 그네 같아 보이기도 했다. 몇 번의 흔들거림을 반복한 뒤, 아저씨는 그 판떼기를 한지풀에서 완전히 건져냈다. 그리고 처음에는 내눈에 보이지 않았던 판떼기 한 구석의 실을 집어 한지 한 장을 들어냈다.


부서지지도 않고, 퍼지지도 않고 그 형체 그대로 흐물흐물한 물 먹은 한지가 판떼기로부터 분리되었다. 아저씨는 익숙한지 그 한지를 이전에 만든 한지들이 켭켭이 쌓여 있는 옆으로 조심스레 옮겼다. 옮겼다 라기 보다 '얹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왜 한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까.


그 한지 한 장, 참 얇았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반투명상태의 한지 한 장이 마르면 불투명한 한지가 될 것이고, 예전 우리 선조들은 거기에 글을 적고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한지에 글그림을 입히기도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 한지 한 장은 참 얇았을 것이지만, 그 얇은 한 장의 한지가 모여 책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기분 좋은 아찔함이 느껴졌다.


대학원에 복학하고, 이제 3주 정도가 지났다. 아직도 누군가가 적응했냐 라고 물으면, 글쎄..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그 사이 많은 책을 읽었고, 논문과 다른 학우들의 의견들을 들었다. 읽었고, 또 읽었고 또 쓰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어떤 '지식'의 창출자나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다


한지 한 장의 얇음이 떠오른 것이다. 얇아도 그것이 한 장 한 장 쌓이면, 언젠가는 두께를 만들고 그 두께 속에 사람들은 글을 적고 그림을 그렸다. 한지도 그럴진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부는 더욱 얇디 얇고, 또 기껏 기억해놓으려 애써도 사라져버리는 머리 속 뇌이니 그저 묵묵히 할 수 있는 것을 해야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다들 '성공'을 바라는 듯 하다. 나와 같이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는 학문적 성공이 그 목표가 될 수도 있고, 가수가 되고자 하는 연습생에게는 데뷔가 그 성공의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 아니, 대부분이라고 해두지- 가만히 살펴보면 한 번에 덜컥 되는 것은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들은 당연하다고 해도, 그것을 참아낼 수 있는 인내 역시 필요한 듯 하다.


종이 한 장의 얇기는 얼마나 얇을까. 오늘 내가 익힌 지식은 또 얼마나 미천할까. 가수라면, 오늘 내가 연습한 노래 한곡이 얼마나 많은 틀린 음정이 있었던가 를 생각해보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만두지 않는다.


한 번에 일어서는 아기는 없다. 한 번에 책을 쓰는 사람도 한 번에 유명해지는 사람도 없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무엇인가를 위해 꾸준히 얇은 한지 한 장 올려 놓듯이 그렇게 해내 가면 되는 것 같다.


복학하고 공부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요즘, 나에게도 위로가 필요할 듯 하여 글 한 번 남겨둔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을 하는 또 다른 사람에게도, 눈에 보이지 않아도 꾸준히 뭔가를 하다보면 남들이 알아봐주든 알아봐주지 않든 뭔가는 해내지 않겠냐고, 위로도 한 번 던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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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14. 19:33 카테고리 없음

"무엇을 규탄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2016.02.15.



2016년 발렌타인데이의 홍대 거리. 눈발은 조금 날렸지만, 매우 추운 날씨였다. 발렌타인데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홍대는 언제나 그랬던 것인지 사람들이 많다. 한 남자는 오랜만에 나온 홍대 거리에서, 이상한 목걸이를 건 채 서 있다. 목걸이에는 영어로 "ASKME"라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일본어와 영어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日本語'와 'ENGLISH'가 다소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몇 분을 채 서있지 않았지만,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헤메이는 듯한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주었다.

그러고 있던 중이었다.

무거운 짐가방을 든 중년의 동양 남성이, 한 남자를 향해 다가왔다. 남자는, 자신의 목걸이를 보고 길을 물어볼 것이라 확신했고 역시 중년 남성에게 다가갔다. 영어로, 길을 잃었냐 물었다.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짧은 순간이었지만, 남자의 바로 옆으로 비슷한 연배의 동양 여성이 중국어로 남자에게 묻기 시작했다. 가족인 듯 보였다.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빠른 중국어로 이야기를 하는데 남자는 중국어가 그리 유창하지 않은 탓에 거의 대부분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 여성이 가르키고 있는 것이 '찜닭'이라는 것과 그것의 주소가 이화여대 인근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남자는 '여기서 멀다' 라는 것을 짧은 중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설명을 했다. 어느샌가 남자 주변에는 한 가족이 모였다. 대여섯 살이나 되었을까, 어린아이 세 명과 중년 남성의 어머니로 보이는 노인이 앞서 설명한 중년 남성, 여성과 함께 남자를 둘러쌌다.

'여기서 멉니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파는 가게라면 이곳에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영어와 중국어를 섞어 가며 남자는 설명했다. 중년 여성은 알아들었는지 알겠다고 한다. 네이버 지도를 찾아보니, '안동찜닭홍대점'이 걸어서 약 5분거리에 있는 걸로 파악이 됐다. 함께 걷기 시작했다. 남자는 아이들과 노인들과의 속도를 맞추어가며 홍대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안동찜닭홍대점은 홍익대 정문의 길을 넘어 있는 곳에 있었고, 남자와 중국인-길을 걸으며 중년 여성에게 어디에서 왔냐 물으니, '다린'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 가족을 만난 곳은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가까운 공터였다. 평소 같았으면 5분 정도면 충분한 거리였지만 발렌타이 탓인지 덕인지 사람들이 많았고 아이가 있었으며, 그들은 짐도 많이 들고 있었고 또 추웠다. 홍대 정문 앞길을 건너려는데, 중년 여성이 아직 멀었는지, 얼마나 걷는지를 중국어로 묻는다. 넉넉히 5분 남았다고 대답했다. 아이들과 중년 남성 그리고 노모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를 보며 꾸준히 따라고 오고 있는 듯 했다. 길을 건넜고, 지도에 표시된 위치에 도착했다.

하지만.

안동찜닭이 보이지 않았다. 지도의 위치는 남자가 서 있는 곳을 가르키고 있었지만 안동찜닭은 없었고, 찜닭 냄새조차 나지 않았다. 남자는 당황했다. 날씨는 추웠고, 사람들은 많았고 중국인 가족은 분명 지쳐 보였다.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뒤, 남자는 주변의 가게에 들어가 안동찜닭이 옆 건물에 있지 않았느냐 물었다. 대답은, 한 가게에서는 자신은 모른다 였고 또 다른 가게에서도 역시 잘 모르겠으나, 아마 지금 없다면 문을 닫은 것이 아닌가 하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남자는, 미안했다.

남자를 믿고 걸어 왔던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중국인 가족들은, 가게가 없어졌다는 것을 이해한 듯 내게, 다른 가게에서 다른 음식을 먹을테니 남자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 연신 고맙다라 말해준다. 남자는 자기 탓에 추위에 떤 것이 아닌가 하며, 미안함에 '뚜이부치',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주억거린다. 노모부터 아이들까지 모두 추워보였지만 한 명도 잊지 않고 남자에게 고맙다 말해주며, 안동찜닭홍대점이 사라진 건물의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화가 났다.

첫 번째로 화가 난 대상은, 네이버 지도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네이버였다. 왜 없어진 가게를 지도에 번듯이 올려놓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이버 지도를 사용하는 사람이 내국인인 한국인이라 할지라도 가게나 빌딩이 없어졌거나 이동했을 때는 알려줘야 아닌가,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모든 가게의 이동을 네이버라는 회사가 확인할 수 없다고 해도, 변경된 사항을 업데이트 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가능하다면 법으로 규정하도록 하고 싶었다. 가게의 위치를 바꾸거나 인터넷에 등록을 해야할 경우, 변경된 위치를 각종 포털이나 지도 등에 알려주는 것을 의무로 만든다면 이런 불상사는 사라질 것이다.

두 번째로 화가 난 대상은, 가게를 옮긴 사람들이었다. 이유야 다들 있겠지만, 손님과의 약속을 함부러 져버린 듯 했다. '지난 번 거기 맛있더라' 라는 생각으로 '거기 다시 가자'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그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실망 뿐이었을 것이다. 가게를 옮긴 사람들에게 순간 화가 났지만, 이것은 주요한 대상에 대한 주된 화가 아니었다. 사실 첫 번째의 대상이었던 네이버 역시 그렇다.

마지막이자, 진실로 화가 났던 대상은 '이런 현상' 그 자체였다. 최근에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용어로, 유명지가 아니었던 곳이 사람들이 몰리고 유명지가 되면서 그곳의 임대료와 지대가 올라 원래 살던 사람이 떠나게 되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홍대는 과거에는 인디음악과 미술 계통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그저 흔한 번화가가 되었을 뿐이다. 사람들이 몰리니 매장이나 가게가 장사가 잘되고, 자연스레 지대가 오르는 것은 고등학교 한국지리 시간에도 배우는 매우 상식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게 되었을 경우, 상식은 여지 없이 그 범위를 벗어나게 되었다. 홍대에서, '오래된 가게'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역사와 전통'을 가진 가게는 존재하지 않고 언제나 어떤 아이테이나 유행하는 품목이 있으면 그것으로 손쉽게 변하게 되고, 지대와 임대료는 '권리금' 등의 법으로는 규정되지 않는 암묵적 동의에 의해 운용되는 곳이 되어버렸다. '이런 현상'은, '너무나 쉽게 모든 것이 돈벌이에 의해 결정되는' 현상, 그 정도일 것이다.

홍대가 정체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남자는 홍대가 가진 자유로운 분위기와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실질적 공간으로서 홍대가 유지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이번 중국인 가족의 경우가 아니라도, 꽤 많은 외국인들에게 홍대의 길을 안내해주면서, 없어진 가게가 버젓이 관광 책자에 올려져 있는 것을 보기도 했고 지도를 보고 막상 찾아가도 그 가게가 없어진 것을 몇 번이나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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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중국인의 재방문율은 20%, 외국인 전체로 보면 4% 초반대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에 재방문하는 외국인을 늘리기 위해, 비자 문제나 호텔 문제 등 다양한 방면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런 움직임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은, 이런 움직임 역시 외국인을 위한 것이라는 것, 내국인 역시 겪고 있는 문제점을 포괄하지 못한다는데 그 첫번째 부족함이 있다. 서울의 홍대 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곳에서도 '100년 가게'는 언감생심, 한 세대인 30년을 견디기에도 쉽지 않다. 많은 이유들이 있겟지만, 임대료의 급격한 인상과 퇴직 이후 요식업 개업이라는 일종의 공식 등 경제학적 문제, 사회복지 문제 등과 같이 복합적인 문제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내국인으로서 느끼는 문제점은, 고스란히 외국인도 느끼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현재 위치를 찾고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찾기도 하지만, 아직도 이미 출판된 책을 들고 위치를 찾고, 가고 싶었던 가게를 마음에 품고 오기도 한다. 특히 일본 관광객이 그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없어진 가게는 결국 가지 못한 가게가 되어 버린다. 최신의 정보가 결핍된 관광 자료의 경우, 피해는 생계를 유지하는 한국인과 관광이나 여행을 온 외국인 모두가 나눠 갖게 된다.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이다. 급격한 서구화와 도심공동화 현상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역동성과 전국 각지에 남아 있는 역사적 유적과 또 지역 문화는 세계 어디와도 비교를 거부할 만한 가치가 있다. '세계는 평평해지고' 있고, 의지와 약간의 비용이 있다면 외국은 어느 곳이든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관광객 모두의 마음은, 와보고 싶었던 한국이었을 것이고, 궁금했던 한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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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자는, 마음이 무거웠다.

추운 날씨였고, 아이와 노인까지 있는 중국인 가족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먹지 못했다. 이것 역시 슬픈 요소이기도 했지만 한국에 대한 그들의 인상과는 별도로 우리나라를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곳에 대해서,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그것 자체가 슬펐다. 확실할 수 없는 그 근저에는, 지금도 임대료와 지대와 권리금에 허덕이고 있는 영세 사업자들의 문제와 한국을 좀 더 한국답지 못하게 만드는 문화 역시 일조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한국에 온 모든 이, 한국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제대로 한국을 즐기고 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남자는 바랐고, 이 글을 적고 있는 나도 바랐다. 중국인 가족이 따뜻하고 안전하게 오늘 밤, 그들의 숙소로 돌아갔길 바란다.

posted by 맥스(Max)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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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9. 06:35 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96


6시도 되기 전에 눈을 떴다. 전남 광주의 한 찜질방이다. 어제 목포에 도착 한 뒤 대학 동기 누나와 저녁을 먹고 가볍게 시내를 걸은 뒤 헤어졌다. 다시 버스를 탔고,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광주에 도착했다. 터미널 인근의 찜질방을 가려 했지만 보이지 않아 길을 물어물어 주택가에 위치한 찜질방에서 잠을 청했다. 잠에서 깨어 부스스한 모습으로 남탕으로 향했다. 옷을 다 벗고 탕에 들어가 몸을 불린 뒤 슥슥 몸을 씻었다. 한참 씻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부른다. 학생. 나 등 좀 밀어줘. 아, 예. 70대 가량 되어 보이는 노인이다. 내 대답을 채 다 듣기도 전에 이미 등을 내게 들이밀고 계신다. 그에게서 받은 이태리 타월을 손에 끼고 나의 것과는 탄력이 다른 등을 스윽스윽 민다. 불현듯 웃음이 난다. 나는 한국 사람이지만, 어쨌든 여행자다. 이 노인은 내가 여행자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날 아침 나는, 일상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시간이 여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처럼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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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24. 22:34 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54


피렌체 대성당 옆 지오토 종탑에 올라가려는 사람들의 줄은 길었다. 붉은 피렌체를 보려는 걸까. 나는 붉은 피렌체는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보기로 하고, 피렌체 대성당의 주변을 돌아보았다. 천국의 모습이 양각되어 있다는 산 죠반니 성당을 에스프레소 한 잔 들고 빼꼼히 바라보기도 하고, 타일로 만들어진 길바닥을 발로 팡팡 소리 내어보기도 했다. 한 바퀴를 돌고 난 뒤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순간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내 마음에 양각으로 남은 하얀 얼굴, 단발의 머리 그리고 가벼운 옷차림의 여인을 보았다. 지오토 종탑에서 들리는 침묵의 종소리가 들리자 내 몸 안팎의 웅성거림은 잦아들었고 나는 자연스레 그녀를 따라갔다. 어떤 사람일까. 질문을 떠올리며 따라가고 있을 때 동행하던 동생이 나를 잡는다. 동생에게 눈길을 주고 돌아보는 찰나, 그녀는 내 눈에서 사라졌다. 황급히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피렌체에 다시 갈 때 꽃 한 송이, 또 만날지도 모를 마리아를 위해 품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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