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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적어야 하지?

어떻게 적어야 하지?. 2013.6.25. 


하루에 한 번씩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로 마음을 먹고, 가끔 빼먹긴 하지만 꾸준히 글을 적는다. 매일 글 주제를 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부여잡고 한참을 앉아 있다보면 주제 하나는 나오는 법이다. 


글을 적다보니, 여러가지 요구사항이 들어온다. 글이 너무 길다느니, 글이 너무 딱딱하다느니, 극단적이라느니.. 이런 반응들이 대부분이다. 글의 길이가 길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읽는 사람을 염두해두고 글을 적기는 하지만 그 사람이 긴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은 내탓이 아니다. 글 자체를 못읽는 것을 난독증이라고 하던데, 그중에서도 요즘 사람들은 긴 글 자체를 혐호하는 난독증에 꽤 걸린 것 같다. 나는 일종의 치료사가 되고 싶다. 


글이 딱딱하다고 하니, 부드럽게 적어보려고 하지만, 더이상 부드러워질 수도 없다. 사실, 더 딱딱하게 적을수도 없기도 하다. 내가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논리학이나 철학의 내용을 적기에는 내공이 부족하고,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해서 글을 적는게 대부분인데 그런 글들에게 더이상 쉬워지기를 바라는 것은, 차라리 읽기를 쓰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극단적이라는 평가는, 달게 받아들이겠다. 내 생각의 편향이 가끔 심해질 때가 있는데 그때 내 머리 속에서 나의 균형을 잡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기에 내가 적는 글들을 공개하고 다른 이들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사람은, 내 생각이 극단적인 것을 그대로 두는 사람이다. 나에게 극단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나라는 존재와 내 글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어떻게 되든, 나는 니 글에 대해서 아무말하지 않겠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섭다. 그래서 최대한 내 생각의 극단은 표현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평론이나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이라는 분야를 선택해서 글을 쓸 때는, 이런 극단을 회피하려는 노력이 다소 방해가 되기도 한다. 마음껏 내지르고 싶은 순간에도, 읽는 사람들이 이 것을 소설이라고 생각해주지 않기에 나는 표현의 날개를 반쯤만 펼친다. 소설가로서의 지위가 그래서 부러운지도 모르겠다. fiction에 담을 수 있는 상상력의 무한함을 갖고 싶다. 


오늘의 결론은, 내 스타일을 정립해야 한다 정도로 끝날 수 있겠다. 내가 적은 글이니 내가 읽으면, 내 느낌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읽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는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극단적이든, 딱딱하든, 길게 적든 내 글이 내 글다울 수 있도록 나는 더욱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보고 많이 써야할 것이다. 나는 내 글을 쓰고 싶다. 다른 사람이 읽어주기를 바라는 글이 아니라, 내가 내 이름을 걸고 쓴 글 말이다. 


그럼에도, 글로 표현하는게 생각하는 것의 반의 반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메모장에게만 미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