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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대화록 전문을 공개하라

카카오톡 대화록 전문을 공개하라 2013.7.4. 


양날의 칼이라고 하기에는, 내가 흘리는 피가 너무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피가 흐르는 것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고, 피가 흘러 아프니 나를 위로해달라고 올린다. 올리는 곳은 SNS라는 공간이거나 다른 친구들과의 개인적 대화를 하는 곳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자신에 이득이 될 수도 있고, 손해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양날의 칼'이라고 썼지만, 사실은 만화 '바람의 검심' 주인공 켄신의 날이 자신의 몸쪽으로 서 있는 역날검에 더욱 가까운지도 모른다. 무엇이? 지금부터 말하고자 하는 SNS라는 공간이 말이다. 


현직 국가대표 축구선수의 한 SNS 계정에서 표현한 내용을 바탕으로 30년 선배이자,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최 아무개 감독에 대한 조롱과 무시를, 어떤 한 전직 스포츠 기자가 적었다. 그리고 현직 축구선수의 페이스북 화면을 찍은 화면을 같이 공개했다. 기자는 축구계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선배와 후배의 관계를, 젊은 선수가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고 이런 문제를 좌시할 수 없었기에, 글을 적고 SNS 화면을 공개한다고 했다. 


현직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전직 국가대표팀 감독에 대해서, 직접적인 방법을 통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SNS 상에서 다소 과격한 표현을 써가며 '조롱' 혹은 '비난'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지금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에는 선배의 시대 혹은 앞선이의 시대가 있었기에 지금이 가능하므로, 선후배관계에 대한 무게감을 잃은 것에 대해서도 해당 선수의 반성이 필요하리라 본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하는 점이 하나 더 있다고 본다. 


과연 SNS는 어떤 공간이며, 사람들은 어떻게 그 공간을 활용하고 있는가. 과연 사람들은 그 공간에 올린 자신의 모든 글이나 사진들 혹은 대화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인가. 


위 사례를 적은 기자는 SNS에 조롱을 적지 말고, 기자회견을 하던지 아니면 감독에게 직접 이야기를 하라는 주문을 한다.(http://sports.news.nate.com/view/20130704n05137#ifr_reple) 하지만 기자회견을 하든 감독에게 직접 불만사항을 이야기를 하든 SNS 상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적든 그것은 그 선수 개인의 자유이다.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싶었던 마음일 수도 있고, 기자는 지금의 한국 축구가 고압적인 분위기가 아니라고 적었지만 그 선수는 위계질서에 대한 민감성이 높을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마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글을 적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지만, 문제의 핵심은 그가 '현직 국가대표 축구선수'이기 때문에 SNS에 저런 내용을 올리면 안된다 라는 것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공인'이라는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공인(公人)'은 '공중(公衆)'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치인, 연예인, 문화인, 사회단체 기관장 등 자신의 행위가 많은 사람에게 쉽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다. 공인이니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조심해야 하고, 정치인이 아닌 이상 정치적인 견해를 언급하는데 있어서는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음주운전을 하더라도 음주운전 행위 자체에 대한 사과와 함께 공인으로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말해야만 하는 공인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공인들이 적는 SNS 내의 글들 역시도 그들의 사회적 지위와 연동되어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의 한국 사회는 정확한 연동을 보여주는 듯 하다. IT강국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기자들은 직접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요청하거나 답변서를 요구하기 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공인의 계정을 찾아 그들의 말을 인용한다. 그리고 그로 인한 책임은 '공인'이 공개적인 공간에 올린 것 자체가 책임을 담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은 그것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로서 알려주는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우리가 '대나무숲'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은 오롯이 자신의 공간에만 적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SNS 공간은 공개되어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읽고 싶은 대로 읽고, 보고 싶은 대로 본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모두 그 글을 적은 사람에게 돌려버린다. '올린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는 공식이 성립해버리면, 우리는 SNS 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밝힐 수 없다. 매일 자신의 일상 사진이나 음식 사진을 올리고, 심리 상태를 적는 정도의 SNS라면, 우리가 그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있어 그 회사에 가져다 주는 엄청난 광고수익은 과대 평가된 것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음식 사진이라도, 심리 상태를 적은 글이라도 자신이 어떤 사회적 지위에 있느냐에 따라 그것의 파장력은 달라질 것이고, 오히려 그런 파장 때문에 공인이든 일반 사람이든, 심지어 사회적 파장이 높은 지위에 오르고자 하는 일반 사람들이든 자신의 주장을 접고, 자신의 생각을 공개하지 않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웃자고 한말에 죽자고 덤벼든다' 


이 표현이 지금의 SNS에서의 과대해석 문제와 그리고 공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 등을 표현하는 적절한 문장일 수 있겠다. 공인이든 아니든, 사실 본인이 진심으로 우려하는 바는 공인이 아직 되지 못한 사람들이 자유로이 적은 글이 그들이 공인이나 사회적 지위가 오른 사람이 되었을 때 그것이 어떻게 다시 돌아 올 것인지가 궁금하지만, 자신의 생각 중에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 자신이 먹은 음식을 알려주고 싶은 욕망, 자신이 있는 곳의 사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등을 자유롭지 못한 마음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에 있어서,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생각해보게 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지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기반 채팅앱 '카카오톡'과 같은 앱들에서 나눴던 친구들간의 대화들 역시 공개되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이미 몇몇 연인들과의 대화를 저장한 화면이 캡쳐되어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기도 하고, 또 감동적인 내용 역시도 공개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공개된 내용들이 일반인의 사랑이나 우정, 혹은 가족애였다면, 만약 공인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자신의 친구와 앱을 이용한 대화 중에서 다소 민간함 주제나, 예를 들면 현직 국가대표팀 감독에 대한 불만 등을 적은 것을 친구가 '정보의 확산'을 위한 목적으로 공개한다면 그 카카오톡 대화록 전문을 공개하라는 요청을 받지 않을까. 


"카카오톡 대화록 전문을 공개하라. 왜냐하면 당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공인이든 공인이 아니든, 사회적 영향력이 있든 사회적 영향력이 없든, 관계 없이, 당신의 대화는 우리가 지금 감시하고 있고 또 그것으로 당신을 언제나 타락의 길로 끌어당길 수 있는 논리는 가지고 있다."


설마 이런 사람들이 있겠냐마는,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이 글을 적으면서 생각한, 짧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아마도, 본인의 글도 누군가는 스크랩하거나 캡쳐하거나 분류해서 열심히 정리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양날의 칼인 만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윤리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런 윤리 확립을 위한 입장료는 '자기 규제'를 버리는 것부터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