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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은 그 뿌리가 깊다

높은 산은 그 뿌리가 깊다. 2013.7.10. 


'지구과학'이라는 과목을 언제 처음 배웠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중학교 때였던 것 같기도 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인지도 모른다. 언제 처음 배웠든 지금의 시점에서는 꽤 오래 전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 당시 교과서나 수업의 내용과는 전혀 관계 없는 '딴 생각'을 한 적이 있어, 지금에 와서야 글로 남긴다. 



히말라야 산맥에 대해서 배울 때였다. 히말라야 산맥은 판게아 이론에 의해서, 인도 대륙판과 유라시아 대륙판이 만나 형성된 것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했다. 지금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각층은 아주 미세하고 움직이고 있다고도 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그 단위가 '억' 년의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가 죽고 난 뒤, 우리의 몸이 땅이 되고 난 뒤 대륙판의 어느 모래 알갱이가 된 이후라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느낄 수 없다고는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설명하셨다. 히말라야 산맥은 우리의 눈에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높은 산맥의 모습 그대로 땅 속에 습곡이 형성되어 있다. 그렇기에 히말라야는 매우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중국이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것도 같은 원리가 아닐까. 중국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우리의 국조(國祖)라고 할 수 있는 단군에 관련된 서술도 중국의 역사서에 비추어 그 연대를 계산할 정도이니 중국의 역사는, 역사의 기준으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매우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 히말라야 산맥처럼 깊은 뿌리를 가진 것과 같은 것은 아닐까.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과 2차세계 대전으로 인해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할지라도, 미국이 국가로서의 역사를 가진지는 채 400년이 되지 않는다. 그 이전의 미국 원주민의 역사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으니, 역사의 단절을 통해 국가의 건국을 설명하는 미국은 역사성을 포기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지금 미국의 패권이 흔들린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유럽 역시 같을 것이다. 고대 로마 제국의 역사를 오롯이 지금의 이탈리아가 갖고 있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카이사르가 정복했던 갈리아(지금의 프랑스), 정복을 하기 보다 현지 사람들에게 자치를 허락하고 로마의 관리 아래로 들어 오도록 했던 게르만(지금의 독일), 그리고 카이사르가 그 땅을 밟은 이후로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일컫어지는 브리타니카(영국),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유럽 뿐만 아니라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부터 시작하여, 이집트까지. 지금 시대의 사람들이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 긴 역사를 가진 국가들은, 지금 자신의 높은 산맥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국이 발전할 것이라는 것을, 히말라야 산맥을 배우면서 생각했던 나는, 거기서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우리나라 역시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단군 이래로 한반도를 포함하는 넓은 지역에서 한(韓)민족으로서의 역사를 일구어왔다. 고조선이 있었고, 고대 삼국이 있었다. 그리고 남북국시대에 이르러 대동강 이남을 통일했던 신라와 대조영의 발해, 다시 후삼국 시대로 접어들지만 다시 통일의 기틀을 이루었던 고려와 가장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역사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조선까지. 우리는 반만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나라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모습도 큰 산맥이 아닐까. 지반이 허약해 언제 산사태가 일어날지 모르는 산맥이 아니라, 하늘과 같은 높은 높이로 우뚝 서있는 그런 산맥이 아닐까. 지금 대한민국이 가진 세계적 위상은 비대칭적인 형상을 가진 산맥으로 보여질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도 깊은 뿌리가 있는, 장구한 역사가 있는 나라이기에 그 본연의 모습은 언젠가 다시 드러날 것임을 믿음에 의심의 공간은 없는 것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는 듯 했다. 히말라야 산맥을 통해서 역사를 알려주는 듯 했고, 산에서 쉽게 보이는 고사리를 통해서 백악기 시대 공룡의 발자국을 알려주었다. 깎아내리는 듯 한 절벽에서 지구를 덮을 만큼의 많은 물이 있었던 시절을 알려주어 자연의 무서움 또한 알게 해주었다. 


어린 시절이었지만, 히말라야 산맥을 처음 배울 때, 역사라는 것이 그 나라를 지탱하는 깊은 뿌리가 되고, 또 그것을 잊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움츠리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작아진 것은 아니다. 언젠가 몸을 활짝 피는 날이 오면, 같이 어깨동무 하고 평화를 위해서,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힘써 나갈 수 있는 당당한 구성원이 될 수 있기를, 역사와 히말라야에게 부끄럽지 않기를 바래본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묄새. 용비어천가의 이 구절은, 결국 우리에게 나무라는 자연을 통해서라도, 역사를 꼭 알아야 함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