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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블로어

<휘슬블로어>  2013.7.15.

휘슬블로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휘슬블로어, 번역하면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호루라기를 부르는 사람을 칭하는 용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합니다만, 사실 이 단어의 뜻은 '내부고발자'입니다. 내부의 비리나 부정의에 대해서, 침묵하지 않고 사회에 알리거나 신고를 함으로 인해서 비리와 부조리, 부정의가 사라지고, 잘못된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을 막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휘슬블로어에 대한 보호 정책이 마련된 국가가 있는 반면, 마련되지 않은 국가도 있습니다. 2008년 당시, 저를 포함한 몇몇 대학생들이 '휘슬블로어'를 보호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 여름을 꼬박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 법안이 입안되었는지 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결과는 저는 사실 모릅니다. 솔직히 잊고 있었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제가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것이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해보기 때문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일 수 있겠으나, 아직 몇마리 남은 소라도 지켜보고 싶습니다.

최근의 정치 이슈였던,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사람이 국정원 직원이었다고 합니다. 이 국정원 직원을 바라보는 시점은 상반됩니다. 한 당에서는, 휘슬블로어, 즉 공익을 위한 내부고발자라 치켜세우고 다른 당에서는, 정치권에 줄을 대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하합니다. 검찰은 조사 결과, 정치권에 줄을 대기 위한 목적은 없었다고 공식 발표를 했습니다만 이런 논쟁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한 사례로,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휘슬블로어가 역할을 합니다. 제주도가 국민들이 투표를 효율적으로 하고, 더욱 많은 국민들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KT에 전용회선을 요청했고 그 비용이 상상을 초월했다는 사실을 한 KT직원이 제보를 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정보로는 이 직원은 '좌천'과 유사한 직무 변경을 받은 것으로 압니다. 제주도는 세계 7대 자연경관이 되었지만, 그것의 효과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댓글을 달았던 국정원 여직원에게는 '국정원에 대한 충성도'가 자신의 '양심'보다 더 클 수 있습니다.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라는 가치 보다는 직업으로 안정성이 보장된 '공무원'으로서의 가치가 본인에게는 더욱 큰 가치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60여명의 심리국 직원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양심'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를 더욱 높게 생각했던 사람이 있어, 정치에 개입한 직후나 그 이전에 호루라기를 불어, 국정원 내부와 사회를 위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렸다면 어땠을까요. 실무자뿐만 아니라, 국정원 내 누구라도 이 사실을 알게 되어 호루라기를 불었다면 어땠을까요.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원전 비리가 일어났습니다. 원전 마피아 라고 까지 불립니다. 원전 사태가 이정도로 악화되어, 이 한여름에 국민들이 전기를 걱정하며 살아야하는 시점에 이르기 전에, 원전에 근무하는 수많은 직원들 중, 비리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줬더라면, 지금의 전력난은 있었을까요. 

또, 학교폭력에 관해서도 분명 교실에는 왕따가 있었고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왕따 학생이 자살을 하기 전까지 왕따도 아닌, 가해자도 아닌 아이들은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자신이 왕따가 아니어서 편했을까요. 그렇진 않을 것입니다. 가해자라 할지라도, 왕따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지금 자신의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왕따 문제가 누군가의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선생님이나 경찰에 알렸다면, 누군가의 목숨은 살릴 수 있었지 않을까요. 

알고보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휘슬블로어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휘슬을 부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당장 잃게 되는 것들이, 사회적 대의나 이상적인 가치보다 더 크게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휘슬블로어-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법이 필요한 법입니다. 아니, 보호만 할 것이 아니라 교육하고, 신장하고 나아가 자부심을 가지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투철한 반공정신이 아닌, 신고정신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사회는 그 신고정신을 '혼자 잘난 척하는 놈', '정치에 줄대려는 놈', '가족 걱정은 안하는 놈'이 아니라, 안중근 의사와 같이 의사처럼 생각해줘야 할 지도 모릅니다. 

아, 저는 '휘슬블로어'를 보호하는 법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 법에 의해 보호받는 사람이 한 명도 없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더이상의 '의사'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국가기관-기업-학교 나아가 가정까지 모든 곳에 비리가 없고, 부조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이상적이긴 하지만, 지향점으로는 충분한 방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휘슬블로어를 번역할 때, 내부고발자로 번역하지 말고, 사회정의 기여자나 내부 부조리조정자 혹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공익제보자로 바꾸어불렀으면 좋겠습니다. 내부고발자는, 나쁜 사람 같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영화 '인사이더'를 추천드립니다. 아직 저도 보진 못했지만 휘슬블로어에 대해서 이해하기에는 좋은 영화인 듯 합니다. 

최근 '스노든'이라는 前 미국 정보기관 직원이 우방국 대사관을 도청한 것을 공개한 것에 대해,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고맙기는 하지만... ' 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에 우리나라만 이런 것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보다는, 아직 사전에 '발전'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기에는 이르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들 휘슬블로어, 사회정의 기여자에 대한 생각을 제 글을 통해서 잠시라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