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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3번 친 사람이 지금의 고3에게.

수능 3번 친 사람이 지금의 고3에게. 2013.11.9.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그런 욕심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재수는 일반적이었다고는 하나, 심지어 공익근무요원을 하던 중에도 수능을 치고, 소집 해제 이후에도 수능을 친 욕심은 보통 욕심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3번의 시험을 통해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올 수 있었으며 하고 싶던 공부를 실컷한 본인에게는 그 시간들이 아깝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수능을 처음 친 지금의 고등학교 3학년들에게는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또 글을 적는다. 


첫 번째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재수해라. 


농담이다. 


재수는 필수였던 시기가 있었다. 수시전형의 확대로 인해 학교는 마치 수시생들의 임시 거처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고 평준화되어 버린 학교는, 말 그대로 고등학교 졸업자를 만들어 내는 시기가 있었다. 또한 교육 정책은 잦은 변경으로 인해 수험생들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지 못한 채, 심지어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는 채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어느덧 졸업"이라는 다섯 글자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시기도 있었다. 이럴 때는 재수는 마치 필수인 양 사람들에게 인식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사교육의 굴레로 들어갔다. 


재수가 반드시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필요하지도 않은 재수를 하도록 종용하는 것도 아니다. 재수가 필요한 학생들은, 고등학교 3년 동안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재수생이 되면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은 학생이 아니라, 고등학교 3년의 성실함이 뒷받침된 학생이 재수를 하여야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명확한 사람이라도 재수 기간은 꽤나 길고 험난하다. 공부를 하는 것 자체도 힘들겠지만, 주변 친구들의 대학생활을 보면서 자신은 즐기고 있지 못하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하루하루를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수하라는 것은, 농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길게 적은 이유는 1년의 공부가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판단하고 난 뒤에도, 재수의 기회는 언제든지 있으므로 자신의 마음 가짐을 우선적으로 점검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적었다. 


다시, 진심으로 이야기 해주고 싶은 부분으로 돌아가야겠다. 


첫 번째, 제2 외국어를 배우도록 해라. 흔히들 제2외국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고등학교 당시 인문계 학생들이 반을 나누는 데만 필요하지 막상 제2외국어 수업에는 딴짓을 하는 정도의 과목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이야기하면 제1외국어인 영어도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2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 


물론 그런 의심은 들 수 있다. 하지만 영어는 대학을 들어가든 대학 졸업 이후 취업을 하기 위해서든 반드시 다시 배우기 마련이다. 4년제 종합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교양영어라는 수업을 반드시 들어야만 졸업이 가능하고, 일부 학교에서는 졸업 사정의 기준을 공인영어성적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를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영어는 '시키는 대로, 필요한 만큼'만 해도 충분한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제2외국어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으면 배울 수 없는 것이다. 일어일문학과나 중어중문학과 등 외국어 관련 전공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인문학부나 공학부의 학생들은 제2외국어를 배울 시간을 따로 낼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수업 시간은 적게 듣지만 대학생활은 수업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팀플 활동, 과외 활동 그리고 봉사 활동, 학회 활동 등 다양한 활동들이 복합되어 있으므로 따로 시간을 내는 것은,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지금 수능을 딱 치고 난 이 시점에 제2외국어를 한 번 시작해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지금이 11월이니 내년 2월 말까지 학원을 등록하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고 하면 4개월의 시간이 난다.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의 언어 들 중 자신이 가장 관심이 가는 언어 하나를 선택해서 '기초만 잡겠다' 라는 심정으로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기초가 잡히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난 뒤에는 혼자 공부해도 실력을 쌓을 수 있다. 


제2외국어를 배우라는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들 말하는 '스펙'이 된다거나 취업에 도움이 될런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취업은 아직 한참 멀리 있는 이야기이므로 현실성이 없다.


본인이 생각하는 제2외국어를 배워야하는 이유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만 사용해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어느 나라이든 그 나라 언어를 완벽히 구사하거나 일상회화 뿐만 아니라 토론이 가능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면 그 나라 자체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 한 나라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단지 한반도에 살고 있다는 인식을 벗어나게 해주고 그런 노력들을 통해서 세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재밌기 때문인데, 세계에 대한 이해라고 하니 너무 거창해진 듯 해서 반성하고 있다. 


제2외국어는 재밌다. 영어는 우리가 배우고 싶어서 배운 언어가 아니다. 학교에서 억지로 가르쳤기 때문에 배운 것이 사실이고, 수능에 정식 과목으로 있는 만큼 영어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결코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사실은 영어든, 제2외국어든 언어는 재밌는 것이다. 어떤 언어이든 그 언어가 지금까지 사용되고 한 나라의 국어로 지정되기 까지는 많은 역사가 있다. 그리고 그 역사 속에는 그 나라의 문화 또한 반영되어 있다. 우리가 접해보지 못했던 다른 나라의 문화를 그 나라의 말로 배우는데 재미는 당연히 수반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어를 즐기면서 공부하고 또 자신이 선택한 제2외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난 뒤 영국인이나 미국인, 혹은 중국인, 일본인, 독일인, 프랑스인 등 제2외국어를 구사하는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 통역없이 직접 이야기를 해보면, 서로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다. 자신의 목소리로,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워 친구를 사귄다는 것이 즐거운 일이 아니면 무엇이 즐거운 일이겠는가. 


그러니, 지금부터 대학 입학 이전까지 제2외국어를 한번 배워보자. 잘나간다는 중국어나, 굳이 필요없을 듯한 일본어 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예전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도 그냥 배워보고 싶었던 언어가 있으면 지금이 기회이니 꼭 한번 '시작이라도' 해보길 바란다. 


 두 번째 이야기는, 영화를 실컷 보아라. 


두 번째 이야기는, 좀 더 정리해서 다시 올리도록 하겠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