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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의 속편, 혹은 예고편

국어사전 속의 도가니는 ‘1.쇠붙이를 녹이는 그릇, 단단한 흙이나 흑연 따위로 우묵하게 만든다. 2.흥분이나 감격 따위로 들끓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정의되어 있다. 원작자 공지영의 의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영화관을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들 속에서 어느 정도의 묘한 흥분을 보았던 본인으로서는 각자 나름대로의 도가니상태에 빠져 있지 않았나 한다.

도가니에 대한 시덥잖은 후기에 들어가기 전에 본인의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 한다. 본인은 20054월부터 20075월까지 공익근무요원으로서 모처의 아동양육시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아동양육시설이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용어로 고아원이라 일컫어지는 곳이다. 공익근무요원으로서 아동들의 교육과 운전 그리고 요리를 주로 담당했던 나는 아이들과 그리고 사회복지사들과 접할 기회가 많이 있었고, 외부에서는 보지 못하는 내부 구조를 알 수 있었다.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사회복지사와 설립자의 딸인 무책임한 원장, 그리고 가족 기업과 같은 재단 운영 등은 영화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21살의 를 힘들게 하였던 것은 아동들을 향한 사회복지사들의 태도였다. 어느 날 한 아동의 찢어진 귀를 치료하기 위해서 차량을 이용해 병원에 데려다 준 적이 있다. 왜 다쳤냐고 물어도 대답 없는 아이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며칠이 지난 뒤, 그 아동은 사회복지사가 체벌 시 사용하던 30cm 플라스틱 자에 맞아 귀가 찢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누군가가 그러한 사실을 묵과할 수 없었던지 지역아동인권센터에 신고를 했다. 조사 차 몇몇 사람들이 하루 정도 아동들과 면담을 했고 아동을 체벌했던 담당 복지사는 경위서를 썼고, 다음날 다시 출근했다. 그리고 나의 공익근무생활도 조용히 끝났다.

영화 도가니는 청각장애인들의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영화는 약 2시간 정도의 러닝타임 후 끝난다. 하지만 지금도 어딘가에는 도가니의 속편, 아니 예고편들이 제작되고 있을지 모른다. 그 영화의 주인공은 이름 모를 사람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영화 도가니와 유사한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예전에는 그랬었지’, ‘과거 속의 이야기를 잘 구성했구나라는 반응을 하며, 다른 양태 속의 한국사회에 대한 신뢰를 표현할 수 있었으면 하는 사소한 바람이 있다. 그때 도가니는 강철과 같은 믿음이 들어 있는 쇠붙이를 녹이는 그릇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통해 진정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존재들을 위해 헌신하시는 분들에 대한 잘못된 오해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분들께 존경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