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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14. 08:08 카테고리 없음

태연하게    2013.11.14. 


무엇을 하던지 일은 그대로 멈춰 있었다. 한 발자국 디딘 곳에는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나라는 표시가 보였고, 그 표시를 어기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용기가 없던 나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지만, 그것은 결코 합의가 아니었다.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자기 위안, 그 어떤 것도 아닌 단지 내가 굴복하기 싫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성공을 하라 한다. 성공의 의미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채 '일단' 성공을 하라고 한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대학만 우선 들어가라 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취업만 우선 하라고 한다. 그리고 어떤 시험이든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합격' 한 이후의 삶은 그 이전의 삶과는 다를 것이라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반드시 성공이라는 것을 보장해준다고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아니, 이 세상 누구도 성공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행복한 삶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가 행복이라는 감정을 타자화시키고, 자신이 성취해야 할 어떤 것으로 여기는 순간 행복은 오히려 오지 않는 것인데, 마치 행복도 인생의 한 조건인 양,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을 자랑하는 양 변질되고 있다. 행복은 다만 행복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눈을 뜨고 나서, 오늘은 또 어떤 행복을 느낄까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눈을 뜬 것 자체가 바로 행복이어야 한다. 행복을 드러내기 위한 노력은 불행의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굳이 인식하려 하지 않는다. 숨을 들이 마시는 것을 인식하면서 들이마시는 사람은 없다. 반대로 숨을 의식적으로 참는 사람은 그 '숨'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행복은 그런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행복'을 마치 이뤄야 할 어떤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경쟁적으로 쟁취하려고 한다. 즐기지도 않는 취미 생활을 하고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인증' 받기 위해서 여러 행복 관련 서적을 읽는다. 행복 관련 서적에 행복의 방법이 나와 있다면, 그 책은 아마도 종교 경전이 되었을지도. 



태연히도, 또 글을 이렇게 쓰고 있다. 태연한 글을 쓰고 싶었지만 적다보면 나도 모르게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드러내는 글이 되고 만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떠 보니 태연히도 내 머리카락은 이리저리 헝클어져있고, 눈에는 눈곱이 끼어 있다. 햇살은 연하게 창문을 때리고 있고, 날씨는 태연히도 추워졌다. 언제 더웠냐는 듯이 여름을 즐기려면 다시 6개월을 기다리라는 통보도 없이 태연히도 추워진 날씨를 보면서, 허 참, 태연하군, 라고 밖에 말 할 것이 없다. 


태연하게 나는 행복하다고 자연스레 느끼고 있다고 우기지만, 사실은 아직 행복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면서 느끼는 말 못할 기쁨도 행복의 한 부분일 듯 하다. 


이뤄지지 않는 일이 없다고, 그 하루를 헛되이 보낸 것은 아니다. 우리는 하루를 살았고, 또 하루를 살 것이다. 하루를 산 것만큼 더 의미 있는 일은 없다. 그 하루에 무엇을 채워넣던지 우리는 하루를 살았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행복해야 한다. 


성공하지 않은 삶은 없다. 성공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결코 타인이 아니다. 성공이 기준이 높든 낮는, 사람은 각자의 기준이 있다. 힘들여 하는 성공보다는 '태연하게' 하는 성공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말로 하는 것보다 많은 글을 태연히도 적고 있다. 


커피나 한 잔 해야겠다.

posted by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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