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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많을 때는, 마음껏 고민하는 것이 나에 대한 예의다.

고민이 많을 때는, 마음껏 고민하는 것이 나에 대한 예의다. 2012.09.22.

 

하루를 살다보면 다양한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지금 일어날까, 5분만 더 자고 일어날까를 고민하고 아침을 먹을 때에도 밥을 먹을까 빵을 먹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우리는 무수한 고민의 결과,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선택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선택의 결과가 항상 옳았던 것도 아니며 선택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한 번도 후회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후회는 언제나 우리의 선택에 따라 왔고, 그 선택의 직전에는 고민이 있었다.

고민의 지점을 다른 쪽으로 옮겨보면,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고민들이 있다. 나는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나는 대학을 가야할 것인가 가지 말아야 할 것인가 등 자신의 삶을 규정짓는 고민이 있는가 하면, 나는 저 사람을 좋아해도 되는가, 과연 저 사람은 나를 좋아할까 와 같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당연히 생길 수 밖에 없는 고민들도 있다.

이러한 고민들을 우리는 단지 고민이라고 생각하고 하루를 지내고 또 하루를 지내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 고민들이 결국은 자신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고민이 있을 때는 마음껏 고민을 하자. 그것이 나에 대한 예의다. 아침에 일어날까 말까 고민하는 것은 내가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일 것이고, 무엇을 먹을지를 고민하는 것은 내 몸을 위한 위대한 고민을 하는 것일 테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평생 끝나지 않을 경우도 있지만 그 고민마저 없었다면 당신은 죽어서 가죽이라도 남는 호랑이보다 못한 삶을 살아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건 사랑하건 상대방이 있는 고민을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 고민인지, 도서관에 꼽혀있는 수많은 역사책과 소설책 그리고 한 번씩 눈물 흘릴 시들이 그것을 증명해 줄 것이다. 음악과 영화도 그렇다.

고민이 있을 때 마음껏 고민하자.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민일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 고민은 이미 당신의 마음에서는 고민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끝나지 않을 고민이라면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언제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은, 그 고민이 자신이 죽기 전까지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고민이 끝나는 순간은 자신이 죽고 난 뒤가 될 것이라는 것 역시 알고 있다. 너무 허황된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기에 다른 예를 들어보지. 내가 저 사람과 결혼을 한다면 나는 과연 행복할까, 아니, 결혼까지 가지 않더라도 내가 저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면 나는 과연 행복할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하자. 이 고민은 사실 답도 없고 끝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고민, 당신의 고민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이미 그 고민의 대답은 나와 있는 것이다. 당신이 그토록 원하는 여자/남자의 고민과 일치하기만 한다면 그 고민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풍과 같은 어두운 하늘을 떨쳐내고 일찍이 보지 못한 빛깔의 하늘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민은 없다. 다만 당신이 그 고민의 끝을 보고 싶어 하지 않거나 아니면 엉뚱한 곳에 고민의 깃발을 꽂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우리는 수많은 고민을 하면서 산다. 나도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지금 자야할까 말아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고민의 결과가, 지금 내 손가락 끝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 글을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보게 된다면 지금의 고민은 사실, 나의 고민이었다기 보다는 내 몸이 원했던 육체적 본능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나는 이 글을 보면서 흐뭇해 할 것이기에 이미 고민은 끝났다.

그러니 고민이 많을 때는 마음껏 고민하는 것이 나에 대한 예의다. 애써 고민을 회피하려 하지 말자. 고민이 없는 삶은 선택이 없는 삶이고, 선택이 없는 삶은 자신이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이며, 자신이 주인공이지 않은 삶은 양도할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고민을 해야만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어제의 고민을 오늘까지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고, 1주일 전의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1주일 전의 고민이 그러할 진대, 1년 전의 고민은 내 뉴런 속에 전세나 잡았을지 모르겠다.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고민하자.

이것이 내가 오늘 이 글을 통해서 남기고자 하는, 내 마지막 고민의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