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학교 개강했으니 바쁘겠네. 졸업해서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때가 가장 즐거운 것 같애. 그리고 "대학생"이라는 신분, 정말 많은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는데 졸업해보니 알겠네.
질문으로 들어가서, 안철수 대선출마에 대한 나의 의견이라. 내 의견은 긍정적이야. 나는 안철수 지지자도, 문재인 지지자도 그렇다고 박근혜 지지자도 아니지만, 안철수라는 사람의 출마선언을 라이브로 보면서 '국민들의 열망'이라는 단어가 계속 내 눈에 아련거리더구나. 지금의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처절한 실망과 정치라는 것을 마치 '개싸움'처럼 보이게 하는 여러 언론들이 '안철수'라는 인물로 하여금 자신의 선택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오버랩 시킬 만큼의 행위를 하게 한 것은 아닌가 나는 생각하네. 안철수와 문재인의 단일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겠지만, 나는 '단일화'를 넘어서 '안철수'라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항상 저변에 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안철수는 자신이 정치를 하고자 한 사람이 아닐 뿐더러 그의 인생 역시도 일반 국민과는 사뭇다른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은 안철수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국민이면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해. 이런 안철수에게 국민들이 '정치의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는 것은, 우리 시대가 정치에 대해서 기대하는 것도 바뀌었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 그런 시대의 증거인 사람에게 기존의 정치세력들은 시장통에서도 듣기 힘든 사실들을 언급해가며 그의 인격을 모독하고 있었지. 국민들은 여기에 다시 한번 분노했던 것 같네.
나도 정치를 공부했고, 너도 앞으로 정치를 공부할테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가 지금의 정치는 아니다라는 어렴풋한 확신은, 나는 가졌고 너도 가질 것이라 생각해. 우리가 열망하는 '정치의 본령'이 어디인가 라는 국민들의 대답이 '안철수'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한국사회는 요구하는 것이리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네. 하지만 안철수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도덕성과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귀감이 될 만한 업적들은 분명 있지만, 나는 왜 안철수였을까 하는데 다소 의구심이 드네. 우리나라에는 안철수 후보처럼 사회 전면에 나서지는 않아도 국민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또 정치쇄신을 위해서 자신의 인생을 거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왜 하필 안철수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 그 결과는 결국 우리나라는 엘리트에 대한 동경이 강하게 작용하는 사회라는 것을 내 나름대로의 판단 결과 파악하게 되었어. 안철수는 바꿀 수 없는 과거를 가진 사람이기에, 왜 의사가 되었고, 왜 CEO가 되었으며, 왜 유학을 갔는지에 대해서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봐도 그 사람의 선택이라는 것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의대를 가는 사람은 몇 명이며, 회사를 설립하여 그 회사가 큰 회사가 될 떄까지 키우는 사람은 몇 명이며, 또 유학을 갔다온 뒤 카이스트든 서울대든 교수가 되는 사람은 몇 명인가 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한번 해보게 돼. 내가 그렇다고 엘리트는 나쁘다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야. 오히려 안철수 교수가 지난 몇 년간 법륜스님과 박경철 그리고 김제동이 함께 했던 '청춘콘서트'라는 것을 통해서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엘리트'적이지 않은 일들을 많이 했고, 또 자신의 주식의 절반을 기부하여 안철수 재단을 설립하는 등,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명명해도 될만큼의 일들을 했다는 것은 인정해. 하지만 그 역시도 그가 '성공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네.
미국에서 존경받는 정치인이라고 일컫어 지는 사람 중 두 명, 링컨과 벤자민 프랭클린의 인생을 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엘리트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고 오히려 나라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동네 아저씨가 나라를 위해서 일하기 위해 정치를 한다는 뉘앙스를 많이 받았었어. 사실 그 둘은 그랬고.
안철수가 개인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나 역사보다는 우리는 그가 가진 '경력'에 일정 부분 우리의 미래를 맡겨두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나는 꼼수다'에 문재인 후보가 대선후보가 되기 전에 나왔을 때 인터뷰를 했는데 노무현 정부 당시 '민정수석'으로서 자신에게 지역구로 내려가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도록 하는 압력이 있기에 민정수석을 사퇴하고 다시 자연인으로 돌아가고자 했다는 대목이 나와. 변호사로서의 삶을 살다가 우연히 만난 노무현 변호사를 통해 정치에 입문하게 된 문재인 후보에게는, 민정수석이라는 자리는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나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고 하는 등의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크게 부담스러운 일이었다고 하셨어. 지금 문재인 후보는 그 역시도 자신이 짊어지고 있었던 과거와의 단절이자, 미래에의 진보를 위해 대선에 나오셨다고 이야기하시지만 '정치'란 생각보다 가벼운 자리는 아닌듯 해. 물론 지금의 한국정치를 보면 그 무거운 자리를 깃털같이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야.
그래서 내 생각의 결론을 정리하자면, 국민들이 안철수를 원했던 것만큼 국민 역시도 그 무게감을 나눠가질 태도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닌가 하네. 이것은 안철수 뿐만 아니라 문재인, 박근혜 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야. 지금의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이야기하는 사람 중에 이명박을 뽑았던 사람들은 자기자신 역시도 그 책임을 져야하는 것과 같은 말이야.
안철수를 이해하기 앞서 '우리 국민'들은 어떤 책임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고 12월 19일에 투표장으로 향한다면, 누가 대통령이 됐든 진정한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해. 이는 대선뿐만 아니라 한국이 대의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는 동안에는 언제나 그렇게 해야할 것이라 나는 생각하네. 안철수 후보가 대선에 출마함으로써 다시 한번 우리 국민들의 선택이 얼마나 책임감이 필요한 일인지 깨닫게 했다고 생각하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가 헌법 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여튼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선 본선이 시작된거 같으니 항상 '비판적 이성'을 가지고 여러 현상들과 사실들을 잘 파악해야 할 것이라 생각해. 같이 노력해보자.
진 정 한 민 주 시 민 이 되 기 위 하 여.
답변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