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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나 영화란

좋은 책이나 영화란. 2014.2.15 (글을 적은 날짜는 그 이전) 


좋은 책이나 영화란, 멋진 문장으로 적힌 책도 아니고 화려한 화면으로 가득 채워진 영화도 아니다. 나에게 있어 좋은 책이나 영화란, 내가 무엇인가를 쓰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어떤 표현에서 내가 글을 쓰고 싶어지는지는 나도 알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인가 대답하고 싶다. 이 문장 뒤에, 이 장면 속에 내가 이런 말을 이 사람들에게 해줬으면 좋겠다 라 생각이 나는 그런 느낌.

 

무엇인가를 쓰고 싶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내가 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해서 일수도 있고 음악으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그림이나 음악에 재능이 없어서 가 아니라 단지 내가 글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무엇인가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나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 글을 읽으면서, 같이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마음. 내가 읽은 책을 통해서는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언젠가 내 글만으로 이뤄진 책을 적게 된다면 사람들은 그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한 마음. 세상을 바꾼다거나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그런 거창한 이야기 말고 단지 누군가와 함께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딱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일 것이다.

 

확신할 수 있는 것들도 많이 없는 세상이다. 자신의 상식이 세상의 상식과 맞지 않다면 과감히 자신의 상식을 선택해도 문제될 것이 없는 세상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상식이 다른 사람의 상식과 다르고,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며 궁금해 하는 것 또한 가능한 세상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연결되어 있고 또 그것을 확인해보고 싶어 한다. 그런 생각들은 지금 기술로 표현되거나 거리로 표현되거나 또는 새로운 만남을 통해 표현되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보고 또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 시대는 없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지금까지는 없었다고 확신한다.

 

내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것. 이것 역시도 누군가와의 연결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하지 못한 생각이면 그 생각을 받아들이고 싶고 또 반대로 내 생각은 어떤지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그 수단으로 나는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큰 사건에 대한 사소한 농담일 수도 있고 미래에 대한 감히, 전망을 해볼 수도 있고 가끔은 시크하게 가끔은 대담하게 누군가에게 비판을 가해볼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이며 나는 그 생각을 글로 옮기려 한다.

 

자판 소리가 땅을 울릴 듯이 크게 나는 내 방 한구석에 앉아 담배 한 대를 꼬나 물고 글을 쓰면서도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라는 글을 적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누군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 이렇게 길게 물어보고 있는 것이다. 글이 공개되든 공개되지 않든 관계는 없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한 글이 아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하다고 해서 내 글을 그 사람들에게 읽히는 폭력을 행사하고 싶지는 않다. 나 역시 누군가가 억지로 글을 읽게 만든다면 얼굴에 침을 탁, 뱉고 이렇게 이야기 할 것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읽는다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