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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13. 01:35 카테고리 없음

수원에서 일어난 오원춘 사건 때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다. 
진도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건 때 해경은 출동하지 않았다. 

자력구제(self-help)가 필요한 시기가 이미 왔다고 본다. 

경찰을 믿지 못하니 민간 보안업체들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마 해양경찰을 대신하는 해양보호 민간업체들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또 다른 의미의 자력구제. 

상조회사가 성업을 이루고 있다. 
월 몇만원의 돈을 보험처럼 내면 자신의 가족이 생을 달리하였을 때 자신이 담당해야 할 것은 '슬픔' 뿐이다. 나머지 일들은 상조회사가 다 해준다. 가족들이 담당할 슬픔또한 '가족처럼' 담당해준다고들 광고한다. 장례식장에서 음식을 나르는 사람은 아들의 친구가 아니라, 아들의 친구처럼 보이는 상조회사 직원이다. 

결혼정보업체가 '성혼율'을 자랑하고 '점유율'을 자랑한다. 
결혼할 상대도 스스로 찾지 못한다. 누군가 만나도록 해준 인연에 의해서 결혼할 상대를 '고르게' 되고 '조건'이 맞으면 그것을 '사랑'이라 포장해준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사랑마저 자신이 더욱 나은 '결혼'을 하기 위해서 많은 돈을 내고 인위적인 만남을 해야만 '성공한 결혼'을 할 수 있다. 

보험회사가 성업을 이루고 있다. 
의료보험 체계가 최상인 한국에서, 의료보험비를 제공해주는 기업이나 정부기관에 들어가지 않는 자영업층, 실업자층, 노인층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민간보험에 의탁할 수 밖에 없다. 아프지 않기 위해 건강을 관리하도록 하는 보건복지부는 보험가입을 종용하고 외국 보험의 진입을 수월하게 하고 의료체계조차 대기업에 맡기려 한다. 

강남에서 '학교폭력 해결사'라는 것이 있었다. 
공익근무요원이라고 밝혀진 몇몇의 남자들이 학교폭력을 당한 아이들의 부모의 의뢰를 받아 가해자를 폭행하고 협박하는데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의 돈을 받았다고 한다. 학교는 학생을 지키지 못했고 부모는 자신의 자녀를 지키고자 했다. 그래서 다시 '민간'으로 '폭력'의 권한이 돌아갔다. 

정규교육과정은 '지나치는 곳'이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모든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으며 자신들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 대학을 가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학원, 인강, 과외'이지 '학교수업에 충실하기'가 아니다. 

대학에 들어오니 '스펙'이 중요해진다. 
토익 점수가 중요해지고, 외부활동이 중요해진다. 비싼 토익학원 접수비와 시험비는 내가 감당해야 하는 미래의 담보이다. 대학교 교내에서 필요한 것은 학점뿐이다.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 '해피캠퍼스' 등 레포트를 파는 곳은 역시 성업을 이루고 취업 컨설팅을 위해 수백만원을 지불하는 학생들이 있다. 학점을 낮게 받으니 부모가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왜 우리 아이에게 학점을 이렇게 밖에 주지 못하냐?'고 따진다. 

한국은 성형의 천국이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예뻐야 한다. 남들과는 다른 외모를 가져야 '내'가 산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해서이다. 그마저도 같은 얼굴을 갖게 된 '강남언니'들은 자신이 더욱 예쁘다며 자랑한다. 혹은 명품으로 스스로를 '다르다'고 인식한다. 성형을 하면서 생각한다. '나는 예뻐야 한다. 나라도 살아야 한다." 

자력구제. 

다른 사람은 모르겠다. 나는 살아야겠다. 남들이야 죽든 말든 나는 성형을 해서 예뻐져야 겠고 높은 토익 점수와 좋은 스펙을 만들기 위해 정의롭지 못한 것도 해야 겠다. 중고등학교 수업시간은 자는 곳이고 친구들을 만나는 곳이지 공부하는 곳은 아니다. 누군가 나를 괴롭히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신고를 해서 부모가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아프면 보험금을 받고 마음이 외롭고 아프면 결혼정보업체가 해결해준다. 이러다가 내가 죽으면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내 몸을 수습해줄 것이다. 괜찮다. '나는 편히 살았고 죽었고 살아남았다.' 

안타깝다. 원시 사회의 특징인 '자력구제'가 다양한 형태로 현대 사회에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그것을 원하고 있다.

p.s 조심스레 예견해보건대 향후 몇 년안에 '개인 총기 소유'에 대한 문제가 한국사회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않으니 나 스스로 나를 지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남을 죽일 수 있는 수단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 조심스레 예견해본다.

posted by 맥스(Max)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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