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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혹시 '좀비'입니까?

당신도 혹시 '좀비'입니까? 2014.10.22. 


미국 할리우드 영화나 세계 각국의 영화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장르는 '호러' 물이다. 호러라 함은 사람들에게 무서움이라는 감정을 주기 위해 만든 영화를 뜻하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좀비'가 등장하는 영화라 하겠다. 


좀비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신봉되는 부두족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죽은 시체가 살아나 살아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섭취하며 생존하는 특이한 종류의 '생명체(?)'이다.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다기 보다 사람의 살점을 먹으니 흡혈귀와는 다른 양상을 지닌 우리 호러물의 주인공께서는 언제나 바쁘게 생존을 위해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 다닌다. 


최근 개봉한 영화들을 보니 재미난 좀비들이 등장한다. 좀비가 다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사람과 사랑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상해지는 것은 좀비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이상해지기 시작했는데, 좀비와 함께 살아갈 궁리를 하기 위해, 좀비가 살아있는 사람을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주인공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좀비는 보통 어떤 바이러스로 인해 생기거나 아니면 어디선가 숨어 있던 좀비가 선량한 사람을 물게 되고 그 결과 전세계에 좀비가 '창궐'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좀비는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사람들을 찾는 과정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사람을 공격하고 자신을 파괴하면서 까지 맹목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그리고 사람들 또한 이상하다. 어제까지 사람이었던 동료가 단지 좀비에게 물렸다는 이유로, 혹은 좀비의 피 몇 방울이 동료의 몸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자신과는 완전 다른 인격체인양, 주저없이 좀비의 머리통을 갈겨버린다. 좀비에게 물렸지만 좀비가 되기 전의 사람들이 하는 '나를 죽여줘'라는 말은 인류애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기도 한다. 


근데 좀비 영화를 보거나 좀비 이야기를 하다 보면 뭔가 께름칙하다. 


영화에서 좀비를 표현하고 있고 좀비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좀비가 아닌 것 같다. 좀비가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강하게 보인다. 좀비는 죽은 사람이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생각을 하지 않는 댓가로 얻은 것은 영생이지만 그 영생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사람을 찾아서 그들을 먹어야 한다. 아니, 한 번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좀비는 사람을 먹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이 가설이 옳을지도 모르겠지만 좀비는 사람을 먹지 않아도,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아도 영원히 살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사람을 먹지 않아도 되고, 공격하지 않아도 되는 좀비가 사람을 공격하는 이유는 단지 자신이 좀비가 되었으니 좀비가 아닌 사람들도 좀비가 되어야 한다는 어떠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생각을 하지 않고 단지 생존만이 중요시 되고 생존은 보장되었다고 할지라도 끊임없이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다시 말해 생존에는 불확실하지만 자신보다 많은 자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자 하는 좀비. 


그런 의미에서 우리 주변에 참 많이 보이는 좀비.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공격을 받지 않는 이상 생존을 보장받는 좀비들은 아침에도 저녁에도 온 사회를 돌아 다닌다. 자신이 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좀비가 얼마나 좋은 상태인지를 끊임없이 설명한다. 끊임없이 '사람'에게 좀비가 되도록 설득을 하거나 설득이 불가능하다고 인식하면 사람에게 사회적 압박이라는 좀비의 피를 뿌리고 넣고 주입시켜 반드시 좀비로 만들고 마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영화에서 보면 알다시피 좀비가 되는 방법은 너무나 쉽다. 단지 물리거나 피 몇 방울이라고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좀비가 되는 것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과 '자신의 사고를 멈추는 것' 등 몇 가지 간단한 방법으로 좀비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실이 좀비 영화와 다른 것은, 영화에서는 좀비더러 '좀비다!'하고 외치면 좀비는 자신을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현실 사회에서 좀비에게 '좀비다!'라 호칭을 부르거나 심지어 '당신은 좀비일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넌지시 이야기를 하게 되면 엄청난 화를 부르게 된다. 또 영화에서는 최근에는 등장하기 시작한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등의 아주 초보적인 꿈을 가진 좀비들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수많은 좀비들이 각자의 꿈들을 가지고 있다. 좀비들이 좀비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설명을 하기도 하고 좀비들이 자신들의 꿈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러다가 몇몇 좀비들은 자신들이 좀비라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또 사람이 되기도 하는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극히 일부이다. 몇몇 좀비들은 자신이 좀비라는 것을 인식했고 또 인식의 결과 사람이 되고자 하지만 사람이 되지는 못하고 오히려 더욱 비참한 좀비, 즉 사회에서 아무런 필요도 없는 좀비, 심지어 자신의 생존 수단도 스스로 확보하지 못하는 좀비가 되어 버리곤 한다. 골방에 쳐박혀서 좀비 욕을 하면서 '나를 제외한 사람은 모두 좀비야'라며 궁시렁대며 자신은 좀비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은 이런 좀비 역시 꽤 높은 비중을 차지 한다니 이런 아이러니. 


자신이 좀비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나 테스트를 개발하면 참으로 좋으련만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좀비는 생존 수단도 채 확보하지 못한 좀비라 그럴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한 가지 떠오르는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바로 그것은 이 글을 읽으면서 뭔가 기분이 나빴다거나 좀 언짢음을 느꼈으면 그냥 좀비인 것이고 아무런 생각도 없고 그냥 글이네, 하는 정도의 반응을 보여도 그냥 좀비다. 앞서 언급했다 시피 이 세상 거의 모든 사람이 좀비인데 좀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좀비 역시 넘쳐나니 그냥 다 좀비인 것이다.


왜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좀비가 등장하고, 사랑을 하는 좀비나 사람을 돕는 좀비나 좀비와 같이 살아가는 것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등장할까. 


그것은 결국 이 지구상 위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인종'이 더 이상 황인, 흑인, 백인이 아니라 좀비종이 되었다는 것을 일부 몇몇의 사람들은 이미 알아차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좀비인 것은 확실히 알겠는데, 당신도 혹시 '좀비'입니까? 하고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