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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독거노인 2014.11.2.


2. 독거노인 한 명이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다. 독거노인 전세자금대출로 살고 있던 집이 팔리자 자신이 갈 곳이 없어졌고, 결국 그것에 비관해 자살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3. 이 사연이 알려지게 된 것은 자신을 찾아온 사람에게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그릇 하시죠." "개의치 마시고"라고 적어놓고 봉투에 10만원을 넣어두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장례비라 판단되는 돈과 공과금으로 돈을 남겨놓은 노인. 그 돈은 빳빳한 새돈으로 176만원 가량 된다 한다.

4. 다들 잊었을지 모르지만 올해 초에는 송파구에 살고 있는 세 모녀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어놓은 봉투와 돈 70만원을 남기고 세 모녀는 삶을 마감했다. 자살한 탓은 가난 때문이다.

5. 얼마 전 한 친구와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에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살'이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자살을 하면 안된다 등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살이 초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에 이야기의 초점을 맞췄다. 친구가 나에게 이야기한다. '자살도 아무나 할 수 있는거 아니야. 자살하고 나면 자기 몸 수습할 가족 생각은 당연히 해야되지만, 사람이 죽었으니까 장례 치러야 하는데 돈 필요할 거 아니야? 최소 자기 장례비는 마련해놓고 죽어야 돼. 그래야 가족이 불편하지 않지.'

6. 죽을 때도 다른 사람 눈치를 보아야 하는 세상이다.

7. '어떻게든 살지 왜 죽냐'라는 말, 참 당연하다. 하루 노가다를 뛰어도 요즘에는 몸값이 올라 10만원이 넘는 돈을 벌 수 있다고 하고 젊은 사람이면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되는데 왜 죽냐 이거다.

8. 참 당연하지만 간단한 논리다. 사람은 돈만으로 살지 않는다. 돈 없어서 죽는 것도 아니고 돈 있다고 다 사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사람답지 않은데도 돈 벌면서 살면서 행복하다면 그건 진짜 사람이 아니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서도 사람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억지로 무엇인가를 하면서 돈 번다고 행복한 세상이면 이딴 세상 죽어버리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9. 괜한 비유는 찾지 말아달라. 이렇게 세상에 불행한 사람이 많은데 어찌 세상은 돌아가고 가족은 유지되며 역사는 진보한다고 믿을 수 있는가. 조금만 파헤쳐보면 더러운 것 천지고 인간은 더이상 인간의 가치를 갖추지도 못하고 있다.

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내일 점심은 국밥으로 해야겠다.